올해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다. '100주년' 트렌드에 맞춰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와 드라마들이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출격 대기 중이다.

이미 1월에는 조선어학회 사건을 배경으로 한 유해진·윤계상 주연의 영화 <말모이>가 관객들과 만났고, 27일에는 유관순 열사의 옥중투쟁을 다룬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가 개봉했다. 또 올해 하반기에는 홍범도 장군의 봉오동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 <전투>가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스크린뿐만이 아니다. 안방극장에서도 '대한독립만세'의 함성이 이어진다. MBC에서는 5월에 약산 김원봉과 의열단을 소재로 한 20부작 드라마 <이몽>이, KBS에서는 올 하반기에 안중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의군: 푸른 영웅의 시대>가 시청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바야흐로 항일영화와 드라마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지경이다.

역사적 인물을 알리는 데 효과적인 영화와 드라마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컷

영화 <항거: 유관순 이야기> 스틸컷ⓒ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스크린과 안방극장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사를 만나는 것은 상당히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우리가 몰랐던 혹은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 역사를 되새겨볼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우리가 몰랐던 역사적 인물이나 사건을 알리는 데는 영화와 드라마만한 콘텐츠도 없을 것이다.

의열단의 의백(단장) 약산 김원봉(1898~1958)의 이름 석 자가 비로소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계기는 2015년 여름 영화 <암살>(감독 최동훈)의 개봉이었다.

극중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백범 김구(김홍파 분)를 만나러 간 김원봉(조승우 분)이 무뚝뚝하게 던진 "나 밀양사람, 김원봉이오"라는 한마디로 대중은 생소했던 김원봉의 이름을 뇌리에 각인시킬 수 있었다.
 
 영화 <암살>에서 약산 김원봉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

영화 <암살>에서 약산 김원봉 역을 맡은 배우 조승우ⓒ 쇼박스

 
그 짧은 등장으로 김원봉은 순식간에 화제가 됐다. 월북한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란 이유로 여전히 서훈을 받지 못하고 있던 김원봉의 서훈 추진 운동도 탄력을 받았다.

여론의 움직임에 정치권도 반응했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였던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영화 <암살> 관람평을 남기면서 "약산 김원봉 선생에게 마음 속으로나마 최고급의 독립유공자 훈장을 달아드리고, 술 한잔 바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2015년 8월 15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2015년 8월 15일,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문재인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박열>(감독 이준익)은 또 어떤가. 독립운동하면 떠올리는 인물로 '백범 김구' 혹은 '윤봉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들에게 '박열'이라는 새로운 인물의 이름을 각인시켰다.

그의 부인이자 일본인 아나키스트였던 '가네코 후미코' 역시 영화 <박열>의 개봉을 계기로 활발하게 재조명됐다. 영화의 인기에 힘 입어 가네코 후미코는 사후 92년 만인 지난 2018년, 대한민국 독립유공자로 서훈됐다.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좌)와 박열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우)

영화 <박열>에서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은 배우 최희서(좌)와 박열 역을 맡은 배우 이제훈(우)ⓒ 메가박스중앙(주)플러스엠

 
그런 점에서 역사를 소재로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나 드라마 한 편이 오히려 백 편의 논문이나 대중서적보다도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믿는다. 영화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움직임을 추동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이다.

드라마 <이몽>, 다시 김원봉을 우리 곁에 세울 수 있는 기회

최근 약산 김원봉에 대한 서훈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올해 초, 국가보훈처 자문기구인 '국민중심 보훈혁신위원회'에서 김원봉의 국가유공자 서훈을 권고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보수언론과 정당들이 집단으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언론은 김원봉에 대한 서훈 추진을 '참담하다'는 표현을 써가면서까지 비난하기에 이르렀다.
 
 1946년 개성에서 촬영된 약산 김원봉의 사진

1946년 개성에서 촬영된 약산 김원봉의 사진ⓒ (사)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이런 상황에서 안타까운 소식도 들려 왔다. 바로 며칠 전, 김원봉의 막냇동생으로 유일한 직계 혈육이었던 김학봉 여사가 세상을 뜬 것이다. 여사의 마지막 소원은 오빠인 김원봉이 대한민국의 독립유공자로 당당하게 인정받는 것이었다. 끝내 오빠의 서훈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은 김 여사의 마지막 가는 길이 결코 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남은 우리들이 반드시 소원을 이뤄드리겠다"고 쉽게 약속할 수만은 없는 정치적 현실이 개탄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아주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마침 올해 5월에 유지태·이요원 주연의 MBC 드라마 <이몽>이 전파를 탄다. <이몽>은 김원봉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최초의 드라마다. 김원봉의 서훈을 촉구하는 이들은 <이몽>의 방영이 김원봉 서훈 논의를 재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MBC 드라마 <이몽>에서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 역을 맡은 배우 유지태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MBC 드라마 <이몽>에서 의열단장 약산 김원봉 역을 맡은 배우 유지태ⓒ MBC

 
지난 여름, 약산 김원봉의 발자취를 담은 여행가이드북 <임정로드 4000km>를 펴낸 김종훈 <오마이뉴스> 기자 역시 "<이몽>의 방영은 약산 김원봉을 다시 우리 곁에 불러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렇듯 김원봉이라는 이름을 안방극장에서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격세지감을 느끼지만, 드라마를 보고 그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에 그칠 게 아니라 영화 <암살>과 <박열>이 그랬듯이 다시 한 번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움직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만 한다.

<이몽>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우리들의 입에서 입으로 김원봉의 이름이 회자되기를 고대해 본다. 그렇게 되면 여전히 지지부진한 서훈 논란의 종지부를 찍을 끝장토론이라도 한 번 열리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지 않을까? 드라마 <이몽>에 거는 기대가 큰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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