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MLB 포스트시즌 '1선발' 투구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출격, 선발 투구하고 있다.

▲ 류현진, MLB 포스트시즌 '1선발' 투구 류현진(31·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이 4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다저스타디움에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 1차전에 출격, 선발 투구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프로스포츠는 철저한 비즈니스의 세계다. 선수 한 명, 한 명이 개인 사업자로 선수가 자신을 지명해 준 구단에 충성(?)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선수는 구단의 필요에 따라 트레이드 카드로 쓰이기도 하고 스타 선수가 FA 자격을 얻어 수 년간 활약했던 팀을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팀만 평생 응원했던 팬들 입장에서는 서운한 일이지만 이는 프로 세계의 당연한 이치다.

2013년 류현진이 LA다저스에 입단했을 때 다저스에는 애드리안 곤잘레스, 헨리 라메리즈, 후안 유리베, 칼 크로포드, 안드레 이디어,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이 팀 동료로 있었다. 하지만 류현진이 다저스 7년 차를 맞은 현재 여전히 팀 동료로 남아있는 선수는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마무리 켄리 젠슨 정도 밖에 없다. 

이 중에는 유리베, 이디어처럼 현역 생활을 마감한 선수도 있고 곤잘레스, 라미레즈처럼 전성기가 지나 소속팀에서 방출된 선수도 있으며 야시엘 푸이그(신시내티 레즈)처럼 새 팀에서 재도약을 노리는 선수도 있다. 그리고 새해 들어 작년 시즌 류현진의 동료였던 두 명의 야수가 다른 구단과 계약하며 다저스를 떠났다. 2015년부터 4년 간 다저스의 주전 포수였던 야스마니 그랜달과 반 시즌 동안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던 내야수 브라이언 도저가 그 주인공이다.

가을야구 부진 씻고 밀워키에서 FA재수 선택한 다저스의 주전포수

쿠바 태생의 그랜달은 고교 시절 미국 시민권을 취득해 2010년 드래프트 1라운드 12순위로 신시내티 레즈에 지명됐다. 그랜달은 2011년 싱글A부터 트리플A까지 섭렵하는 빠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2011년 12월 트레이드를 통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로 이적했다. 이적 첫 시즌 빅리그에 데뷔한 그랜달은 빅리그 3년 차가 되던 2014년 샌디에이고의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그랜달은 그 해 도루저지율이 11%에 그치는 등 수비에서 약점을 보이기도 했지만 스위치히터의 장점에 15개의 홈런을 치는 장타력을 선보이며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젊은 포수로 주목 받았다. 노장 A.J. 엘리스의 후임을 찾던 다저스에서는 2014 시즌이 끝난 후 맷 켐프(신시내티)를 비롯한 선수 2명과 현금을 샌디에이고에 내주고 만25세의 젊은 포수 그랜달을 영입했다.

그랜달은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5년 생애 첫 올스타에 선발됐고 2016년에는 27홈런72타점으로 저스틴 터너와 함께 팀 내 홈런 공동 1위, 타점 3위를 기록했다. 그랜달은 2016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고 수비에서도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의 프레이밍(심판의 눈을 속이기 위한 포구 행위. KBO리그에서는 '미트질'이라고 불리기도 했다)을 자랑했다.

하지만 그랜달은 작년 가을야구에서 저조한 타율과 계속된 실책으로 다저스의 'X맨'이 되면서 가치가 하락했다.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에도 그랜달 만한 포수를 구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다저스는 그랜달에게 1790만 달러의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했지만 그랜달은 이를 거부하고 FA시장에 나왔다. 그랜달은 작년 연말 뉴욕 메츠에서 제의한 4년 6000만 달러의 다년 계약마저 거절하면서 'FA포수 최대어'다운 호기를 마음껏 누렸다.

하지만 그랜달이 기대했던 거액의 다년계약을 제시한 구단은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그랜달은 10일(이하 한국시각) 밀워키 브루어스와 1년 1825만 달러의 단년 계약을 체결했다. 유니폼만 바뀌었을 뿐 1년 후 다시 시장 상황을 보는 'FA재수'를 선택한 셈이다. 어깨 부상에서 복귀한 후 2년 동안 류현진과 투타 배터리를 이뤘던 그랜달이 이제 적으로 만나 흥미로운 투타 맞대결을 펼치게 된 셈이다.

다저스에서의 끔찍했던 기억에도 내셔널리그 잔류한 도저

사실 도저는 류현진의 전 동료보다는 박병호(키움 히어로즈)가 활약했던 미네소타 트윈스의 간판타자로 더 유명하다.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8라운드로 미네소타에 지명되며 프로 생활을 시작한 도저는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해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미네소타의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그 시절 미네소타 주전 2루수였던 제이미 캐롤이 30대 후반을 향해가는 노장이었기 때문에 도저는 어렵지 않게 주전 자리를 물려 받을 수 있었다.

사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호세 알투베나 한화 이글스의 정근우처럼 2루수는 전통적으로 체격이 작고 발이 빠른 교타자들이 도맡아 하던 포지션이었다(물론 알투베는 20개 이상의 홈런을 칠 수 있는 파워를 겸비하고 있다). 하지만 도저는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냈을 정도로 뛰어난 장타를 갖춘 2루수다. 2015년 28홈런으로 올스타에 선정된 도저는 2016년 42홈런으로 역대 2루수 최다 홈런 기록을 갈아 치웠다.

다저스는 도저가 40홈런을 때릴 때부터 호시탐탐 도저를 데려오기 위해 노력했지만 미네소타에서 다저스의 거포 유망주 코디 벨린저를 요구하면서 거래가 성사되지 않았다. 결국 도저가 FA취득을 앞둔 2018년 다저스는 두 명의 마이너리거와 로건 포사이드를 내주고 도저를 데려올 수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도저 영입은 다저스의 엄청난 판단 착오였다.

도저는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47경기에 출전했지만 타율 .182 5홈런 20타점으로 부진했고 가을야구에서도 16타수 2안타(타율 .125) 무홈런 2타점에 그쳤다. 결국 도저는 월드시리즈에서 키케 에르난데스에게 주전 자리를 내줬고 시즌이 끝난 후에도 다저스로부터 새로운 계약을 제시 받지 못했다. 한 때 메이저리그 최고의 거포 2루수로 군림하던 도저가 시장에서 크게 주목 받지 못한 채 새로운 팀을 알아봐야 하는 신세로 전락한 것이다.

결국 도저는 11일 1년 900만 달러의 조건에 워싱턴 내셔널스와 계약했다. 류현진과 동갑내기인 1987년생 도저는 올해 활약을 통해 다시 장기계약을 노리는 'FA재수'를 선택했다. 작년 여름 다니엘 머피(콜로라도 로키스)와 결별한 워싱턴 입장에서도 경험 많은 새 2루수가 필요했다. 내셔널리그에서의 첫 팀에서 좋은 기억을 남기지 못했던 도저가 워싱턴에서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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