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백업 멤버들의 활약을 앞세워 전날의 패배를 설욕했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SK 와이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방을 포함해 장단12안타를 터트리며 8-3으로 승리했다. SK와의 시즌 전적에서 8승8패로 균형을 맞춘 두산은 3년 연속 전 구단 상대로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게 됐다(91승50패).

두산은 8번 타자로 출전한 김인태가 8회 2타점 2루타로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고 5회 대수비로 투입된 백민기는 프로 데뷔 첫 홈런을 비롯해 장타 2개로 2타점을 올렸다. 두산은 이날 주력 선수들을 제외한 채 1.5군급 투수들을 투입 시키며 한국시리즈 엔트리를 위한 옥석 가리기에 나섰다. 그중에서 최근 2경기 연속 퍼펙트 투구를 이어간 베테랑 좌완 투수 이현승은 김태형 감독에게 행복한 고민거리를 던져줬다.
 
 두산베어스 양의지가 대화 중 미소짓고 있다.

두산베어스 양의지가 대화 중 미소짓고 있다.ⓒ 연합뉴스

 
성공적인 마무리 변신 속 아쉬움들

두산은 그동안 장원준과 유희관이라는 걸출한 토종 좌완 원투펀치를 거느리고 있었다. 2015년 장원준의 두산 이적과 함께 결성된 좌완 듀오는 3년 동안 무려 85승을 합작했다. 두산이 2015년부터 작년까지 3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할 수 있었던 비결에는 두 좌완 선발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선수는 약속이나 한 듯 올해 나란히 흔들리고 말았다.

작년 시즌 이혜천을 제치고 베어스 역대 좌완 최다승 투수에 등극한 유희관은 올해 9승10패 평균자책점 6.90으로 풀타임 선발 투수가 된 2013년 이후 가장 부진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 피안타율은 무려 .334에 달하고 홈런도 23개나 허용했다. 아직 6년 연속 10승 도전을 위해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지만 10승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이미 유희관의 2018년은 실망스러웠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장원준에 비하면 유희관은 함부로(?) 부진하다고 말할 수 없다. 작년까지 8시즌 연속 10승, 11시즌 연속 100이닝, 10시즌 연속 100탈삼진을 기록하며 KBO리그에서 가장 꾸준한 투수로 군림하던 장원준은 올 시즌 3승7패2홀드9.92로 심각한 추락을 경험했다. 올 시즌이 끝나면 생애 두 번째 FA자격을 얻지만 두 번째 FA 대박은 꿈도 꿀 수 없는 상황이다.

선발진의 두 기둥 유희관,장원준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음에도 두산이 여유 있게 정규 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또 다른 좌완 함덕주의 분발 덕분이다. 작년 시즌 5선발로 활약하며 9승8패2홀드3.67을 기록했던 함덕주는 올해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변신해 6승3패26세이브3홀드2.96으로 베어스의 뒷문을 확실하게 책임졌다. 

다만 함덕주가 마무리로 변신하는 바람에 두산의 불펜에는 올 시즌 마땅한 좌완 셋업맨이 없었다. 김태형 감독은 승부처에서 상대 좌타자가 등판해도 김강률, 김승회, 박치국 등 우완 투수나 잠수함 투수로 밀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함덕주가 이른 타이밍에 등판해 멀티이닝을 소화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두산 팬들은 2년 전까지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베테랑 이현승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12이닝 무자책 피처, 올해도 KS 마운드 설까

두산의 2015년 포스트시즌을 생각하면 32.1이닝 2실점으로 '잠실예수'에 등극한 더스틴 니퍼트(KT 위즈)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니퍼트 못지않게 뛰어난 활약을 펼친 선수가 바로 마무리 이현승이었다. 이현승은 2015년 포스트시즌에서 9경기에 등판해 13이닝 동안 자책점을 1점도 기록하지 않는 그야말로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니퍼트와 정수빈이 없었다면 시리즈 MVP를 받아도 이상하지 않을 퍼포먼스였다.

이현승은 2016시즌에도 두산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하며 정규 시즌 25세이브를 기록했다. 비록 평균자책점은 4.84로 다소 높았지만, 이현승은 NC다이노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 3.2이닝 무실점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현승은 작년 시즌에도 후반기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3.1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패배 속에서도 큰 경기에서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이현승은 올 시즌 두산의 불펜에서 완전히 자리를 잃고 말았다. 마무리 자리를 함덕주에게 내준 이현승은 좌완 셋업맨으로 활약해주길 기대했지만 39경기에서 1승6홀드 4.99에 머무르고 있다. 시즌 피안타율도 .317로 높지만 특히 좌타자를 상대로 무려 .355의 피안타율을 기록하면서 팀이 기대했던 '좌완 스페셜리스트로'서의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했다.

8월부터 1군에 등록된 날보다 말소된 날이 더 길었던 이현승은 지난 5일 약 20일 만에 1군에 등록됐다. 비록 정규 시즌 우승이 확정된 후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의 등판이었지만 이현승은 최근 2경기에서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기록하며 퍼펙트 투구를 선보였다. 물론 4억 원의 연봉을 받는 FA 투수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시즌이지만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구위가 살아났다는 점은 분명 고무적이다.

두산은 11일 SK전에서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롱맨 이현호가 6이닝2실점 호투를 선보이며 좌완 불펜 경쟁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현승은 프로 13년 차의 풍부한 경험과 더불어 지난 3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0경기 12이닝 무자책이라는 확실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 과연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유난히 강했던 이현승은 정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오는 11월 한국시리즈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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