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에서 뛰는 선수 알렉시스 산체스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유 소속 알렉시스 산체스. 사진은 아스널에서 뛰던 당시 모습.ⓒ EPA/ 연합뉴스


어느덧 이제는 '디 마리아의 향기'가 느껴진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7번 알렉시스 산체스가 좀처럼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체스는 지난 1월 이적시장을 통하여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칠레 국가대표팀의 레전드이자 바르셀로나-아스널 등 세계적인 명문클럽들에서 에이스급의 활약을 보여줬던 선수이기에 실력은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맨유는 산체스를 영입하기 위하여 헨리크 마키타리안을 스왑딜로 아스널에 내줬고, 산체스에게 한화로 주급만 약 7억 원(출전 수당 포함)에 이르는 최고대우를 보장하며 에이스의 상징인 등번호 7번을 내주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맨유는 물론이고 EPL 전체를 통틀어도 최고 대우였다. 모리뉴 감독 체제에서 개인기술과 창의성이 뛰어난 '크랙'형 선수가 부족했던 맨유에게는 산체스가 그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이적한 지 불과 1년도 되기 전에 맨유와 산체스의 동거에는 '폭망'의 어두운 기운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시즌 후반기 맨유 유니폼을 입고 18경기나 출전했으나 3골 5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이름값에 비하여 아쉬운 성적에 그쳤고 맨유도 산체스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끝내 무관에 그쳤다.

그래도 첫 시즌은 중반에야 합류하며 새 팀에 대한 적응기라는 위안을 삼을 수라도 있었지만, 정작 이번 시즌에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올시즌 5경기에 나서 도움 1개만 기록했을 뿐 아직 득점포를 가동하지 못했다.

리그만 놓고 보면 지난 시즌인 3월 이후 무려 6개월 이상-출전시간으로 환산하면 831분 연속 무득점에 시달리고 있다. 단순히 득점만이 아니라 패스 성공률이나 찬스 창출 등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도 저조하다는 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이번 시즌의 경우 프리시즌 일정부터 모두 정상적으로 소화했고 특별히 몸 상태에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산체스의 부진은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영입 실패' 비판이 나오는 산체스, 그간 맨유에서 고전한 남미 선수들

산체스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그를 바라보는 여론도 악화되고 있다. 영국축구의 전설 이안 라이트는 25일(한국시간) 영국 BBC 방송에 출연하여 "산체스의 부진이 계속되면 맨유가 조만간 그를 이적시장에서 처분할 수도 있다"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맨유 현지 팬덤 내에서도 산체스의 영입을 '실수'라고 비판하는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산체스가 사실상 제2의 앙헬 디 마리아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높다. 디 마리아는 2014년 덩사 5970만 파운드(약 1085억 원)라는 영국 축구 이적료 신기록을 세우며 맨유 유니폼을 입었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이자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실력과 스타성을 인정받은 디 마리아였기에 기대가 컸다. 하지만 초반 반짝 활약 이후 맨유의 플레이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고 주전경쟁에서 밀렸고 27경기 출전에 4골-10도움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로 시즌을 마감했다.
 
 15일(한국 시각) 바르셀로나와 생 제르망의 유럽 챔피언리그 1차전이 열린 가운데 파리 생 제르망의 앙헬 디 마리아(왼쪽)가 선취골을 성공 시킨 뒤 동료 마르코 베라티의 축하를 받고 있다.

파리 생 제르망의 앙헬 디 마리아(왼쪽)의 모습. 이적하기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EPA/ 연합뉴스


당시 사령탑인 루이 판 할 감독과도 갈등을 빚다가 결국 1년 만에 맨유를 떠나 파리 생제르망(PSG)으로 이적했다. 현지 언론들이 추정한 이적료는 4450만 파운드(약 881억 원)로 맨유로서는 디 마리아 때문에 영입 후 1년 사이에 1500만 파운드나 손해를 본 셈이 됐다. 맨유 팬들 사이에서 디 마리아의 이름은 지금도 '잘못된 영입'의 대명사로 비난받고 있다.

공교롭게도 맨유는 그간 남미 출신 선수들과는 이상하리만큼 대체로 궁합이 좋지못했다. 디 마리아 외에도 후안 세바스티안 베론-가브리엘 에인세(이상 아르헨티나), 디에고 포를란(우루과이), 라다멜 팔카오(콜롬비아), 안데르손(브라질) 등은 영입 당시의 기대치에 비하여 맨유에서는 큰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카를로스 테베스(아르헨티나)는 2008년 맨유의 2관왕(EPL-UCL)에 기여했지만 선수로서의 전성기는 라이벌 맨시티에서 맞이했고 이적 이후에도 맨유와 퍼거슨 감독과 대립각을 세우며 맨유 팬들 사이에서는 이미지가 좋지 않다. 하파엘(브라질)은 한때 맨유의 주전 풀백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지만 유리몸과 잦은 기복으로 기대만큼 자리잡지 못했고, 쌍둥이 형제였던 파비우는 주전경쟁에서 밀려 임대를 전전하다가 맨유를 떠났다. 현재 맨유 소속인 마르코스 로호와 세르히오 로메로(아르헨티나)는 각각 부상과 주전경쟁에서 밀려 백업 역할에 그치고 있다. 남미 출신으로 맨유에서 오랜 시간 활약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할 만한 선수는 선뜻 찾아보기 힘들다.

아스널과 맨유에서 다른 산체스의 활약, 이유는 전술?

산체스의 부진을 기존 남미 선수들과는 다르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베론이나 포를란, 디 마리아 같은 경우 다른 리그에서 뛰다가 잉글랜드 축구의 거친 스타일과 현지 분위기 적응에 실패한 측면이 크다. 반면 산체스는 맨유 입단 전 이미 아스널에서 수 년간 활약하며 잉글랜드 축구와 문화에 대한 적응을 모두 마친 상태였다. 그렇다면 차이점은 팀의 플레이스타일과 전술적 활용도에 있다.

산체스는 칠레 국가대표팀과 아스널에서 측면과 최전방 공격수를 넘나들며 공격의 핵심으로 활약했다. 산체스가 소속팀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시기는 그를 팀의 중심에 놓고 플레이의 자유도를 최대한 보장해줬을 때와 일치한다.

반면 보수적인 경기운영을 선호하는 모리뉴 감독은 공격수들의 수비가담이나 팀플레이를 더 중시한다. 현재 맨유 공격의 중심은 루카쿠에게 맞춰져 있고 2선 공격수나 중앙 미드필더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여지는 제한되어 있다. 산체스 외에도 폴 포그바, 마커스 래쉬포드, 앙토니 마샬 등이 모리뉴 체제에서 하나 같이 상대적으로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 EPA/ 연합뉴스


맨유는 현재 분위기가 좋지 않다. 시즌 초반 라이벌 리버풀-맨시티에 밀려 일찌감치 우승 경쟁에서 한발 뒤처진 상태이고, 폴 포그바의 이적설과 모리뉴 감독의 불화설까지 겹치며 이래저래 팀 분위기가 뒤숭숭하다. 에이스 역할을 기대했던 산체스의 부진까지 장기화된다면 맨유는 그야말로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때 리오넬 메시에 비견될 정도의 존재감을 자랑했던 산체스의 부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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