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에도 구름 관중 몰린 프로야구 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의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다.

▲ 시범경기에도 구름 관중 몰린 프로야구18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8 KBO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LG의 시범경기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프로야구 경기장을 찾는 관중들이 느끼는 현장의 매력은 KBO리그만의 독특하고 흥겨운 단체응원 문화다. KBO리그 경기장은 단순히 야구 경기만을 즐기는 공간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크고 열광적인 파티장'이기도 하다.

치어리더들이 흥겨운 최신 음악에 맞춰 화끈한 춤과 이벤트를 선보이고 관중들은 선수의 응원가를 힘차게 합창한다. 경기장에 내내 쉬지 않고 음악이 흘러나오는 모습은 KBO리그의 능동적인 관중석 문화를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였다. '부산갈매기'(롯데)나 '나는 행복합니다'(한화)처럼 몇몇 응원가는 아예 원곡을 뛰어넘어 특정 선수나 구단을 상징하는 대표곡으로 인식되는 경우도 많다. 그만큼 프로야구에서 '음악 없는 경기장'이란 절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요소였다.

선수 등장곡과 응원가 사라진 야구장

최근 프로야구 팬들 사이에서는 경기장을 찾아도 예전만큼 흥이 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KBO와 프로야구 10개 구단은 지난 1일부터 홈팀 선수들이 타석 또는 마운드에 들어설 때 야구장에 나오는 응원가를 틀지 않기로 결정했다.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각종 음악의 저작권을 두고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사태로 인하여 야구뿐 아니라 응원가를 사용하던 다른 프로종목들도 덩달아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그간 KBO와 10개 구단은 야구장에서 사용하는 음악에 대하여 공식적으로 저작권료를 지불해왔다. 야구 팬들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비상업적 목적이라는 명분으로 대중음악에 대한 해당 음원 저작권료를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각종 저작권 단체를 통해 원작자들에게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경기장에서는 사용하는 응원가의 대부분은 원곡의 일부를 임의로 발췌하거나 편곡하여 쓰기 마련이다. 이는 일반적인 저작권으로 알려진 저작재산권과는 또다른 '저작인격권'의 침해소지가 있다는 새로운 시비에 휘말렸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이 타인에 의하여 임의로 변질, 손상되지 않도록 저작권자에게 보장되는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프로 구단들 입장에서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저작권료 지급에 들어가는 비용이 있는데 자칫 이중으로 비용을 또 지출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저작인격권은 그 특성상 특정 단체가 아니라 각기 다른 원작자들과 일일이 협상을 해야하기 때문에 합의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다.

팬들의 볼멘소리, 저작권자에게 화살 돌리기도

야구장 내 저작권 논란에 대해 대중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아무래도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피해는 야구 팬들이라고 할 수 있다. 경기장 내 응원가 사용이 중단되면서 즐길거리가 줄어든 팬들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팬들의 시각에서 볼 때 어차피 음악의 편집 및 편곡은 야구장 분위기에 맞춰서 부득이한 것이었고 일부러 원곡을 해칠 의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구단이나 선수들의 개인의 상업적인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기장 내에 다수 팬들을 위한 볼거리에 가깝다. 오히려 야구장에 응원가로 사용되어 원곡까지 재평가받거나 홍보효과를 누리는 경우까지 감안하면, 원작자들이 야구의 인기를 볼모로 점점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특히 일각에서는 일부 원작자들의 지나친 '돈 욕심'에 초점을 맞춰 비판의 화살을 돌리기도 한다. 한국에서 야구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민적인 관심도가 모아지다보니 이 틈을 노려 여기저기서 한몫을 보려고 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실제로 구단과 협상과정에서 일부 원작자가 지나치게 높은 금액을 부르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20초 안팎에 불과한 선수 응원가만 해도 곡마다 차이는 있지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오히려 그간 국내에서 저작권에 대한 문제 인식이 너무나도 안이했던 것 자체가 더 큰 문제였다는 반응도 있다. 2009년 프로야구계를 강타한 선수 초상권 논란에서 보듯, 라이센스 분쟁은 스포츠 산업에서 매우 민감하고 핵심적인 사항이다. 당시 다수 야구팬들은 선수 개개인의 권리를 더 존중해야한다는 데 공감했다.

초상권이든 음원이든, 개인의 소유-창작물에 대하여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 아니라 당연한 권리다. 원작자들이 비난을 받는 현상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공짜'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는 이기적인 발상에 물들어 있는 게 아니냐는 반론이다.

구단별 고유의 콘텐츠 만드는 계기 될 수도

봄 햇살과 함께 온 야구 시즌 13일 개막한 2018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많은 야구 팬이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8.3.13

▲ 봄 햇살과 함께 온 야구 시즌13일 개막한 2018시즌 프로야구 시범경기 한화와 넥센의 경기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 많은 야구 팬이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2018.3.13ⓒ 연합뉴스


사실 대부분의 원작자들은 오래 전부터 자신들의 창작물이 오랜 시간 동안 원작자의 허락 없이 무단으로 사용되는 상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왔다. 그동안은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워도 참고 넘어간 경우도 있었고, 혹은 대중의 즐거움을 위해 개인의 저작권은 어느 정도 희생한 경우도 있었다.

물론 너그러운 원작자들을 '대인배'라고 칭송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이제와서 권리를 주장하는 원작자들을 향해 '이기적이다' '왜 이제 와서 문제를 삼느냐'고 비난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야구계와 원작자들 사이에서 생각의 차이가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조율하는 과정은 진행 중이다.

오히려 이 기회를 전화위복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남의 창작물'을 손쉽게 가져다 쓰기만 하는 문화에서, 궁극적으로는 구단별로 고유의 콘텐츠를 직접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야구장 음악과 응원문화도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 단순하게 생각해서 기존의 음원들이 그만한 비용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면 대가를 지불하고 쓰면 되고,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된다면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물론 당장 변화에 익숙해지기는 쉽지않다. 지난해 넥센 히어로즈가 저작권 논쟁을 피하기 위하여 옛날 노래나 클래식 음악을 사용하여 응원가를 교체했는데 조잡한 퀄리티 때문에 오히려 팬들의 비웃음을 산 경우도 있었다. 응원가 자체가 20초에서 1분30초 내외의 짧은 분량이지만 한곡을 만드는 데도 상당한 노력이 요구되는 데다 여기에 팬들의 까다로운 눈높이까지 일일이 맞추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구단도 팬들에게도 저마다 달라진 환경에 적응할 시간은 필요하다. 당장 아쉽고 조금 불편할 수는 있지만 어차피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확실한 기준과 원칙을 정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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