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리네 민박>

ⓒ JTBC


혈기왕성했던 10대부터 혈기숙성(?)한 30대까지, 남녀 간의 사랑이나 연애를 소재한 예능은 거의 다 챙겨봤음에도 솔직히 TV를 보며 딱히 설렜던 적은 없었던 거 같다. 본격 연애 조장 프로그램이라느니, 혹은 결혼 장려 예능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로 유혹해 봐도 결국은 '비즈니스'라는 네 글자 앞에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었던 게 우리나라 연애 버라이어티의 현주소였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가상결혼이었고, 심지어 실제 부부의 신혼 생활을 보여주는 <신혼일기>라는 프로그램이 제작되기까지 했지만, 여전히 연애 버라이어티는 TV 속에서만 머물렀다. 연기하는 건지, 사랑하는 건지 잘 모르겠으나, '어쨌든 잘 어울리네' 정도의 느낌뿐이었다.

 <효리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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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버라이어티의 덕목을 어떻게 정의 내리느냐에 따라 달라질 테지만, 적어도 TV를 보는 시청자의 마음속에 분홍빛 뭉게구름 한 뭉치 정도는 피어나게 해야 하지 않을까? 김국진과 강수지의 열애설이 터지기 직전까지의 <불타는 청춘>이 딱 그러했으나, 불청은 아무래도 연기자들의 연령대가 높다 보니 그 한계도 명확하다.

그런데…. '내 연애 세포를 깨워 줄 프로그램 어디 없나?' 하는 생각으로 TV 리모컨을 돌리던 요즘, 난데없는 JTBC <효리네 민박>에 심장어택을 당해 당장에라도 사랑에 빠져야 할 것만 같은 기분이다.

"되게 신기하지 오빠. 계속 보고 있으면 더 많이 보이고 더 반짝이지? 나도 오빠가 계속 봐주면 더 반짝인다."

하늘 가득 메운 별천지를 바라보며 이효리가 남편 이상순에게 건넨 말이다. 함께 제주도에 살며 수없이 올려다본 별일 테지만, 이효리의 이 한마디로 인해 둘에게 밤하늘의 별은 더 특별해진다. 또한, 서로가 서로에게도.

'나도 반짝이고 싶다'란 생각이 절로 들 만큼, 핑크핑크한 <효리네 민박>을 보고 있자면, 이 프로그램의 정체가 궁금해진다. 효리네 민박에 들르는 일반인들의 시선으로 보면 여행프로그램 같기도 하고, 이 집에 직원으로 고용(?)된 아이유 입장에서는 극한아르바이트 체험으로 보이기도 한다. 먹방과 쿡방은 기본이고 한때 유행했던 관찰 예능과 동물 버라이어티의 요소도 곳곳에 녹아난다.

 <효리네 민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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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요한 건 장르가 아니다. <효리네 민박>을 보는 동안 자신의 눈동자가 하트로 변해있음을 발견하거나, 이름 모를 세포가 막 깨어나는 느낌을 받는다면, 그래서 그 세포의 이름을 연애 세포라고 부르고 싶다면, <효리네 민박>은 이미 최고의 연애 버라이어티인 셈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려고 억지로 찾으면 없다. 나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바꾸려고 노력하니까 그런 사람이 나타나더라."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이효리는 아이유에게 자신의 러브스토리를 들려줬고, 아이유는 "사랑을 하고 싶다"는 말로 화답했다. 사랑하고 싶은 마음이 든 게 비단 아이유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공연 중간에 프러포즈 이벤트를 진행해 온 한 공연 기획자는 최근 몇 년 전부터 이벤트를 아예 접었다고 한다. 이유는 프러포즈 이벤트를 신청하는 이들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란다. 하긴, 사랑도, 연애도, 결혼도 사치가 되어버린 청춘들에게 프러포즈가 무슨 말이겠는가.

<효리네 민박>에 어떤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사랑 하는 사람들조차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이 프로그램은 분명 그 어떤 연애 버라이어티보다 훨씬 더 달달하고, 핑크핑크 하다는 것이다. 연애 예능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효리네 민박>

ⓒ JTBC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박동우 시민기자의 개인블로그(saintpcw.tistory.com), <미디어서> <문화저널>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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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 평범한 직장인. 즐겨보는 TV, 영화, 책 등의 리뷰를 통해 세상사는 이야기를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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