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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추가: 26일 오후 5시 15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어요."

경기직후 김연아는 눈시울이 붉게 물든 채 SBS와의 인터뷰에 응했다.

김연아는 "다른 선수들을 보며 어떤 느낌 때문에 눈물을 흘릴까 궁금했는데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 말하며 감격에 찬 눈물을 닦아냈다.

경기를 끝낸 느낌에 대해서는 "아직도 내가 저런 점수를 받았다는게 믿기지 않는다"고 답했다. 주위의 기대 때문에 부담감은 없었느냐고 묻자 그녀는 특유의 멋쩍은 표정을 짓고 "오히려 그 어느 때보다도 부담이 없었다"며 "올림픽이기에 더 비워야한다 생각했고 스스로가 잘 따라와 주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또 김연아는 "준비한 것들을 모두 보여드릴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쁘다"고 덧붙이며 다시 한번 "아직도 이 일을 치러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메달 시상식 이후에 있었던 인터뷰에서도 김연아는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옆에서 도와준 사람들에게 감사 인사를 부탁하자 부모님과 가족, 코치, 스태프 등을 나열하던 그녀는 "마치 연예인이 시상식에서 하는 말 같아요"라며 환한 웃음을 터뜨렸다. 스무살다운 모습이 더욱 매력적인 이 날의 챔피언이었다.

꿈꾸던 미셸 콴 넘어 '그랜드슬램'으로

세계선수권대회와 4대륙 선수권대회, 그랑프리 및 그랑프리 파이널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며 그랜드 슬램에 바짝 다가서 있던 김연아는 이 날 올림픽 금메달까지 추가함으로써 그랜드 슬램의 위업을 이뤄냈다.

여자 피겨 선수로서는 역사상 두 번째 그랜드슬램이다. 하지만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타라 리핀스키(미국)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4대륙 선수권대회가 없었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 있어 진정한 그랜드슬램을 이룬 여자 피겨 선수는 김연아가 유일하다.

김연아가 존경하던 피겨 스타 미셸 콴도 올림픽 금메달과는 인연을 맺지 못해 그랜드슬램을 접어야 했다. 경이적인 기록으로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김연아는 명실상부하게 미셸 콴을 뛰어넘은 피겨 스타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한편, 이날 피겨스케이팅 종목에서 금메달을 추가한 한국은 빙상의 세 종목(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을 모두 석권해 '올림픽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되었다.

[기사대체: 26일 오후 2시 04분]

"날개를 펼치고 훨훨 날아 올라주세요"

팬들의 간절한 소망이 이루어졌다. 김연아는 어깨에 날개를 단 듯 날아올라 세계 피겨스케이팅의 정상에 우뚝 섰다.

26일 밴쿠버 퍼시픽 콜리시움에서 열린 2010 밴쿠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김연아 선수는 150.06점을 얻어내며 종합점수 228.56점으로 자신이 세운 세계신기록을 갈아치우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연아는 세계 최초로 220점의 고지를 넘어선 선수가 되었고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미국의 크리스티 야마구치 이후 18년 만에 쇼트 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에서 최고점을 받은 선수가 되었다. 또한 한국이 피겨스케이팅에서 얻어낸 첫번째 값진 메달의 주인공이 되었다.

미셸 콴을 꿈꾸며 스케이트를 시작한 7살 소녀의 꿈이 이루어져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나란히 전설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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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그녀의 점프, "피겨의 교과서"

일본의 안도 미키에 이어 21번째로 꿈의 무대에 나선 김연아는 '강심장'답게 흔들림없는 모습이었다. 그녀는 침착하게 관중들의 열화와 같은 박수 속에서 자세를 잡았다.

긴장된 가운데 김연아가 연기를 맞출 조지 거슈인의 '피아노 협주곡 바장조'의 선율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관중들은 숨을 죽인 채 절정의 기술로 평가되는 김연아의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기다렸다. 김연아는 차분히 지난 쇼트 프로그램에서 가산점 2.0을 받았던 이 기술을 성공시켰고 이번에도 2.0점의 높은 가산점을 받아냈다.

경기 내내 김연아는 '여왕'다운 표현력과 우아함으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다. 쉼없이 자신감 넘치는 연기를 이어가며 분위기를 점점 고조시켰다. 

다음 고비는 3회전 점프를 해야하는 트리플 플립이었다. 이번 시즌부터 새로 포함된 기술이었지만 김연아는 능숙하게 두 번째 점프까지 성공시켰다. 김연아는 이 기술에서 1.8점의 가산점을 받았다.

김연아는 연속 점프 기술인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 콤비네이션을 무난히 넘긴데 이어 플라잉 콤비네이션 스핀과 스파이럴 시퀀스 기술을 4단계까지 올리며 최상의 기량을 보여줬다. 

프리스케이팅 경기는 경기시작 2분 이후에 시도한 점프에 대해 10퍼센트의 가산점이 붙게 된다. 김연아는 연기 중반인 2분을 넘어서면서 모두 4번의 점프를 시도했다. 

기본점수 7.5의 고난이도 점프인 더블 악셀-트리플 토루프를 성공시킨 데 이어 트리플 살코와 트리플 러츠까지 특유의 유연함으로 넘긴 김연아는 화려한 스트레이트 라인 스텝 시퀀스에 이어진 더블 악셀 점프까지 완벽히 소화해내 이 날의 점프를 모두 클린으로 처리했다.

플라잉 싯 스핀과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으로 대미를 장식한 김연아는 특유의 포즈로  모든 연기를 마무리했다. 그야말로 흠결없이 완벽한 연기, '피겨의 교과서'라는 평가에 부족함 없는 4분 9초였다. 담담하게 싸우겠다던 그녀였지만 김연아는 경기직후 감정에 북받친 듯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밴쿠버에서 하는 모든 것이 신기록이 되었다.

김연아는 기술점수 78.30점 구성점수 71.76점 합산점수 150.06점으로 프리스케이팅의 신기록을 기록했다. 앞서 세계신기록을 기록한 쇼트 프로그램의 78.50 점과 합친 최종 점수는 228.56점. 김연아는 210.03 점이었던 자신의 세계신기록을 10점 이상 경신하며 피겨 역사상 최초로 220점의 벽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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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전쟁, 모두가 승자

이 날 경기는 그야말로 '별들의 전쟁'이었다. 참가한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펼치며 한편의 아름다운 드라마를 연출해냈다. 관중들은 선수들의 열연에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

김연아에 이어 22번째로 출전한 동갑내기 맞수 아사다 마오 역시 최고의 기량으로 은메달을 차지했다. 기술점수 64.68점, 구성점수 67.04점, 합산점수 132.72점으로 김연아에 뒤졌지만 맞수로서 부족함이 없는 연기를 펼쳤다.

아사다 마오의 승부수는 연기 초반에 시도한 두 번의 트리플 악셀이었다. 아사다 마오는 연기 초반 그녀의 주특기인 트리플 악셀-더블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시도했으나 한바퀴가 부족한 채 착지했다.

점수 결과에는 이같은 부분이 반영되지 않았지만 이후부터 아사다 마오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연기 중반에 배치되어있던 트리플 플립-더블 루프-러블 루프 점프를 완전히 놓치고 말았다.

동메달을 차지한 조애니 로셰트도 쇼트 프로그램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31.28 점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합산점수 202.64점을 기록한 조애니 로셰트가 연기를 마치자 관객들은 모친상의 슬픔을 이겨내고 꿈의 무대에 도전한 그녀의 투혼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12번째 출전선수로 일찌감치 나선 한국의 곽민정은 프리스케이팅에서 102.37점을 얻으며 합산 점수 155.53점으로 전체 13위에 올랐다. 곽민적은 실수없이 이 날의 연기를 마무리하며 차세대 피겨스타로서의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김연아 밴쿠버 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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