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5년 만에 프로축구 K리그에서 우승한 포항스틸러스는 24일 주장 김기동(36)과 2년 재계약에 합의 했음을 발표했다. 나이가 많지만 철저한 자기관리와 변치 않는 기량으로 현역 필드플레이어 중 가장 많은 426경기를 소화 중인 김기동. 그의 재계약은 단명하는 선수들이 양산되는 현실에서 많은 것을 시사한다.

 

김기동은 1991년 포항 아톰즈(현 포항스틸러스)를 통해 K리그에 데뷔했다. 1993년부터 2002년까지는 부천SK(현 제주UTD), 2003년부터 포항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부천에서 더 오래 생활했지만 포항 팬들은 그를 팀의 상징으로 생각하며 '살아있는 레전드(전설)'라 부르고 있다.

 

팀을 상징하는 선수를 구단이 각별하게 관리, 대우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됐다. 마케팅 차원에서도 그럴 수 밖에 없다.

 

부산에서만 11년 뛴 이장관, 22일 계약해지 

 

이장관  이름이 특이한 이장관은 과거 부산의 '관중 르네상스' 시절 안정환과 함께 팀의 핵심이었다.

▲ 이장관 이름이 특이한 이장관은 과거 부산의 '관중 르네상스' 시절 안정환과 함께 팀의 핵심이었다. ⓒ 부산 아이파크

그런데 최근 황선홍 감독 선임과 안정환의 귀환으로 주목을 받고있는 부산 아이파크에서 논란이 되는 일이 일어났다. 1997년 팀의 전신인 대우 로얄즈에 입단해 11년을 뛰어오며 팬들에게 팀의 상징으로 불렸던 이장관이 지난 22일 상호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팀을 떠난 것이다.

 

축구팬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선수지만 부산을 사랑하는 팬들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수비수로 역대 부산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348경기를 뛰었다. '야생마' 불리며 부산을 상징하는 김주성(현 축구협회 국제부장) 보다도 93경기를 더 뛰었다. 팀을 사랑한 나머지 지난 2002년에는 하프타임에 그라운드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도 했다.

 

이런점을 인식해 구단에서는 지난 2005년 말 축구계에서는 보기드문 10년 계약을 했다. 코치직까지 이어지는 계약이라 상당히 파격적인 것이었다. 부산을 상징하는 선수로 걸맞는 대우를 한 것이다.

 

이장관이 팀을 떠난 이유는 지난 시즌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본 계약은 올 시즌까지 선수 생활을 한 뒤 2009년 코치 연수를 한 뒤 팀으로 복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구단이 이장관에게 올해를 끝으로 은퇴하고 코치로 나설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이장관은 선수생활을 더 하겠다며 물러서지 않았고 마찰이 일어나게 됐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의 한 관계자는 "비디오 분석을 여러차례 해본 결과 그가 뛰고 있던 포지션에서 상대에게 유리한 장면이 많이 나왔다. 예전보다 경기력이 확실히 떨어졌음을 느꼈다"며 계약 해지의 이유를 밝혔다.

 

이장관은 계약해지 이후 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을 통해 팬들에 마지막 인사를 했다.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팀을 떠나게 됐습니다. 팀을 떠나지만 남아있는 선수들이 이렇게 떠나는 일이 앞으로는 없기를 진심으로 바랄 뿐입니다"

 

이장관 "이렇게 떠나는 일이 없기를..."

 

이런 상황에 대해 부산 팬들은 구단을 비판하고 있다. 외부에서 영입은 잘 하면서 일명 '프랜차이즈 스타'의 관리는 허술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부산 팬 조상준(33)씨는 "10년 계약한 것은 선수의 기량이 여전하기 때문인데 어떻게 하루 아침에 계약을 해지 할 수 있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수원 삼성에서 플레잉코치를 하고 있는 박건하나 포항의 박태하 코치같이 팀을 상징하는 선수가 어떻게든 계속 존재해야 한다"며 구단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조씨의 표현대로 1995년 수원의 창단 맴버이기도 한 박건하는 2006년 시즌 이후 플레잉코치로 벤치에서 차범근 감독과 선수들 간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11년 간 포항에서만 뛰었던 박태하 코치는 선수들에게 정신적인 지주로 불리고 있다. 지난해 포항의 우승에는 그의 역할이 컷다는 것이 외부의 평가다. 그는 현재 대표팀 코치가 됐다.    

 

부산은 모처럼 '축구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일수록 팀의 상징이 되는 선수를 더 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지역 팬들의 생각이다.

 

안정환의 입단과 이장관의 계약해지가 이틀 사이에서 일어난 일을 두고 한 팬은 같은 연고지의 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를 빗댄 의미심장한 말을 건냈다.

 

"이대호를 내주고 마해영을 받은 꼴."

 

이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8.01.25 20:25 ⓒ 2008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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