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전원일기 식구들의 짧지만 감동적인 재회가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다. 1월 23일 방송된 tvN STORY 예능프로그램 <회장님네 사람들>에서는 드라마 <전원일기> 출연자들이 한데 모여 일찍 세상을 떠난 옛 동료들을 추억하며 그리워하는 내용이 그려졌다.
 
김수미, 김용건, 이계인, 박은수, 이숙, 이상미 등은 전원일기의 옛 촬영지였던 장흥면 삼하리를 찾았다. 지금도 입구에는 '전원일기 마을'이라는 비석이 세워지며 옛 추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멤버들은 촬영 당시 인연을 맺었던 인표엄마의 슈퍼마켓에 방문했다. 인표엄마는 반가운 마음에 멤버들을 하나하나 포옹하며 눈시울을 글썽였다.
 
 예능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예능 <회장님네 사람들>의 한 장면. ⓒ tvN

 
추억을 되새기다

전원일기가 촬영되던 시절, 출연자들은 인표엄마의 가게를 식당이자 대기실로 종종 활용했다고. 인표엄마는 "전원일기 덕분에 지금까지 먹고산다"며 출연자에 대한 그동안 못 전했던 고마운 마음을 고백했다.
 
멤버들은 이어 마을 곳곳을 산책하며 30년 전의 추억을 떠올렸다. 마을에는 전원일기 촬영 당시의 사진들이 벽면 곳곳에 전시되어 있었다. 멤버들은 드라마속 김회장네(최불암)의 집을 그대로 재현한 세트장에 들어서며 남다른 감회에 젖었다. 베테랑 연기자들답게 즉석에서 100% 애드리브로 전원일기 상황극을 능청스럽게 재현하여 웃음을 자아냈다.
 
<전원일기>가 종영되고 오랜 시간이 지난만큼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거나 투병중인 이들도 있었다. 김수미는 "응삼이가 너무 보고 싶다"며 작고한 고 박윤배를 떠올랐다. 박은수는 "출연진 중 제일 어른이었던 정애란 선생님의 부고를 듣고 찾아뵙지못해서 가장 마음이 아팠다"고 회상했다.
 
극중 최불암의 어머니이자 김용건의 할머니 역할로 출연했던 정애란(1927-2005)은 드라마속에서나 실제로나 배우들의 든든한 기둥이 되어줬던 인물이다. 일용엄니 역의 김수미는 정애란과 극중 절친한 언니-동생 사이로 출연하면서 친가족 역할의 배우들보다 자신과 함께한 장면이 더 많았다며 그리움에 잠겼다. 실제로 유독 웃음이 많았던 정애란은 후배들의 농담에도 잘 웃어주는 너그러운 선배였다. 한번 웃음이 터지면 멈추지않아서 NG가 나기 일쑤였다고.
 
인천에서 배를 타고 정애란이 잠든 바다를 찾아온 멤버들은 꽃을 뿌리면서 정애란에 대한 그리움을 전했다. 김수미는 "너무 늦게 찾아와서 죄송하다. 부디 좋은 곳에서 편안하게 쉬시라. 우리도 언젠가 간다. 가면 꼭 만나요"라며 정애란을 추모했다. 극중 전원일기에서 정애란과 김수미가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제작진은 '전원일기의 큰 나무에서 바다의 나무가 됐다.'는 자막으로 정애란을 기렸다.
 
'노마엄마' 역의 이미지(1960-2017)도 너무 이른 나이에 일찍 세상을 떠났다. 가난한 살림살이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노마를 키워나갔던 인간미넘치는 노마엄마를 연기했던 이미지는 불과 58세의 나이에 신장쇼크로 요절하며 많은 이들을 안타깝게 했다.
 
남편 역의 이계인은 이미지와 마지막 작품도 함께했다. 이계인은 "그때 미지가 평소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연기를 하더라. 마지막 작품을 하고난 후, 연기가 너무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서 무작정 기다리고만 했다"고 이야기하며 미안해했다.

이계인은 "이미지가 어느날은 복통을 호소하길래 병원에 가보라고 했더니 '조금만 있으면 괜찮아'라고 하더라. 그리고 나서 한달 후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황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바다에 국화꽃을 뿌리며 이계인은 전원일기 촬영 당시 이미지와 함께 찍었던 젊은 시절의 사진을 공개하면서 추억에 빠졌다.
 
박윤배(1947-2020)는 유쾌하고 순수한 쌍봉댁 남편 응삼 역을 맡아 전원일기의 대표적인 감초 캐릭터로 활약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절에 세상을 떠나며 전원일기 식구들은 박윤배의 마지막 길을 조문하지 못했다.

생전에 박윤배와 통화했었다는 이상미는 "목소리가 너무 안좋아서 물어보니 몸이 아프다고 하더라. 병문안을 가겠다고 해도 극구 사양했다. 퇴원 후 통화했을 때 괜찮다고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얼마후 부고 소식을 들었다"며 안타까워했다. 가까운 배우들도 박윤배의 투병 사실을 숨긴 탓에 잘 몰랐다고.
 
멤버들은 박윤배의 유골이 안치된 봉안당을 찾아 술을 따르며 고인을 추모했다. 생전에 실제로도 술을 좋아했다는 박윤배는 전원일기에서도 극중 출연자들과 술을 마시며 대화하는 장면이 유독 많았다. 극중 응삼이 "인생은 미완성, 왔다가 사라지는 미완성"으로 노래 가사를 빗대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겼다.

제작진의 특별 선물

몇몇 멤버들은 박윤배를 추억하며 눈물을 글썽였다. 맏형 김용건은 박윤배의 사진을 지켜보며 "인생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데, 우리 또 만날 날이 있을 거다"라고 먼 훗날의 재회를 기약했다.
 
제작진은 전원일기 멤버들을 위한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멤버들이 지켜보고 있는 화면에 고 박윤배의 모습이 깜짝 등장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실제 사람의 얼굴과 몸, 말투와 목소리까지 구현하는 딥러닝 AI기술로 생전의 박윤배를 재현해낸 것. 멤버들은 실제로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미소를 짓는 박윤배의 모습을 보고 놀라움과 반가움에 눈을 떼지못했다.
 
AI 박윤배는 "우리 전원일기 식구들 잘 지내셨죠. 양촌리의 영원한 총각, 응삼이 박윤배입니다"라고 환한 미소를 지으며 인사했다. AI 박윤배는 멤버들과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나눴다. 처음엔 낯설어했던 멤버들은 하나둘씩 정말 살아있는 박윤배와 이야기를 나누듯 대화을 주고받으며 저마다의 추억에 빠져들었다. 김용건은 모니터 앞까지 다가와 박윤배의 모습에서 시선을 떼지못했다.
 
김수미는 "먼저 떠난게 속상하지 않냐"고 질문했다. AI 박윤배는 미소를 지으며 "언젠가 다시 만날 거니까 큰 차이가 없다"며 덤덤하게 멤버들을 위로했다. AI 박윤배는 한 사람씩 멤버들을 위한 진심어린 덕담을 전하며 작별인사를 했다. "우리 전원일기 식구들, 우리는 늦게, 나중에 늦게 또 만납시다:라는 박윤배의 인사에 멤버들 모두 눈물을 참지못했다.
 
마지막으로 현장을 찾은 박윤배의 딸 박혜미 씨가 등장했다. 2년만에 영상으로 재회한 아빠의 모습에 혜미 씨는 "너무 보고 싶다"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AI 박윤배는 "새해에는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고 기쁜 일들만 많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우리 딸, 나중에 또 보자"라며 인사를 전했다.
 
멤버들은 언젠가 박윤배와의 재회를 기약하며 마음을 추스렸다. 멤버들은 활짝 웃고있는 박윤배의 사진을 배경으로 밝은 미소를 되찾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삶의 모든 순간, 우리를 사랑하고 기억해줄 이들이 함께 있다면 그 삶은 아름다운 것이다. 지금 함께하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며, 떠난 이들과는 웃으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자는 메시지는 시청자들의 마음에 진한 여운을 남겼다.
 
회장님네사람들 전원일기 박윤배 정애란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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