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KBS 1TV <시사 직격>의 한 장면 ⓒ KBS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서울 밤늦은 시각엔 택시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 예전엔 길거리에서 손 흔들어 택시를 잡았지만, 지금은 택시 앱으로 잡는데 심야엔 그마저도 쉽지 않다. 그 많던 택시는 어디로 간 것일까?

지난 9일 KBS 1TV <시사 직격>에서는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을 기다리는... 2022 심야 택시 대란' 편이 방송되었다. 이날 방송에서는 심야 택시 대란이 벌어지는 서울의 홍대, 종로, 강남의 풍경을 담고 법인 택시 회사에 가서 택시가 없는 원인 등을 찾아보았다.

방송에서 다 하지 못한 취재 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택시를 기다리는 손님을 기다리는... 2022 심야 택시 대란' 편 연출한 기아영, 정용재 PD를 만났다.

- '심야 택시 대란' 편 방송을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정용재 PD(이하 정): "너무 홀가분하고요. 택시 문제가 워낙 이해당사자도 많고 엄청 오랫동안 쌓여온,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라는 걸 알게 됐어요. 공부할수록 어려워서 결론을 어떻게 낼지도 너무 막막했어요. 어쨌든 현재 택시가 잘 안 잡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름의 힌트 정도는 보여드린 것 같습니다. 택시 대란 이후 시간이 좀 지나서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져주실까 했는데, 워낙 생활 밀착형 아이템이어서 그런지 시청률이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죠."

기아영 PD(이하 기): " 같이 취재한 이이백 PD와 그런 얘기를 했는데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웠던 아이템 중 하나였어요. 이해당사자가 많고, 그들의 이야기가 모두 다 맞는 말이어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 택시 문제에 대해서도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셨나요?
: "사실 평소에 생각해 본 적 없죠. 택시를 매일 타진 않잖아요.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자가용으로 다니기 때문에 택시가 잘 잡히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을 겁니다. 택시가 안 잡힌다고 택시 산업의 문제까지 고민하는 경우도 드물고요. 알면 알수록 이해가 가는 문제인데 또 이해하면 할수록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택시 문제는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 "타다, 카풀 서비스 등 혁신적인 교통 서비스들이 외국에는 많은데 왜 IT 강국인 우리나라에는 없는지, 택시가 부족해서 그런 건 아닐까란 문제의식에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 막상 취재를 해보니까 어땠나요? 어디에서부터 취재를 시작했나요?
: "택시 대란 현장에 가장 먼저 가봤어요. 금요일 밤에 사람이 제일 많고 택시 잡기 어렵다는 홍대, 종로, 강남으로 PD 3명이 나뉘어서 갔죠. 사람들이 모이고 택시를 잡고, 못 잡는 상황들을 순차적으로 봤어요."
: "택시가 없어서 택시를 부르다가 30분 넘게 기다린 분도 봤고요. 운이 좋아서 바로 타고 간 분들도 있었고, 각자 사는 위치가 다르잖아요. 홍대에서 집이 아현동이면 잘 안 잡히고 집이 멀면 금방 가시기도 하고요. 거리에 대한 차별이 확실히 있었죠."
: "저는 종로에 있었는데 (술을 마시고) 기분이 좋아진 상태여서 그런지 택시가 안 잡힌다고 분노하는 분까지는 안 계셨어요. 쌓이고 쌓인 문제니까 체념한 것 같기도 하고요."
 
- 택시 기사가 떠났기 때문에 택시 공급이 줄어든 게 문제의 원인인 것 같은데, 택시 기사가 이직하는 이유는 돈 때문인가요?
: "그렇죠. 하루에 10시간 넘게 일하는데 100만 원 내외의 수입을 얻는다고 하면 안 하겠죠. 요즘 물가도 높은데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많잖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만 해도 그거보다는 많이 버는데 할 이유가 없는 거죠. 그래서 법인 택시에 남아계신 분들은 대개 노령이라 다른 일을 구할 수 없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하시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은 진입 자체를 생각도 안 하고요."

- 방송을 보니까, 택시 기사님을 따라다니면서 취재를 했더라고요. 어땠나요?
: "법인택시 기사님이랑 함께 다녔어요. 손님이 택시를 부르는 '콜'이 계속 오거든요. 그래서 방송에 나왔던 기사님은 하루 종일 한 끼도 못 드신다고 하더라고요. 중간에 커피 드시는 곳에서 잠깐 쉬는 게 전부일 정도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일만 했는데도 벌이가 쉽지 않은 거죠."

- 왜 그런가요? 콜을 계속 받는데도 벌이가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일단 콜을 잡기가 되게 어려워요. 택시기사님들 사이에 경쟁이 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이건 선택의 문제인데, 돈이 되는 콜이 있어요. 그것만 잡으려고 하시는 분도 있죠. 모든 콜이 다 좋은 콜은 아니니까요. 콜이 있으니까 오히려 (손님을) 잡기 쉬울 것 같은데, 오히려 도로를 배회하다가 손님을 만나는 영업이 더 좋다고 얘기하시는 기사 분들도 많았어요."

- 공급이 문제라고 했는데, 택시 자격증을 취득하려는 사람은 없는 건가요?
: "얘기한 대로 돈이 안 되니까요. 돈을 벌려면 심야 운행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건 젊은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죠. 젊은 분들은 이거 말고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많잖아요. 예를 들어 쿠팡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해도 시간 대비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거니까요."
 
 KBS 기아영, 정용재 PD

KBS 기아영, 정용재 PD ⓒ 이영광

 
- 지금 택시회사 사납금은 폐지됐고 월급을 받으시잖아요. 그런데도 택시 기사님들이 최저 임금을 못 받으시는 건가요?
: "월급이 있고 거기에 더해서 내가 운행한 만큼 성과급의 형태로 받을 수 있는데, 운행을 하루에 15시간씩 한 달 26일 근무했다면 최저임금보다 더 벌 수 있어요. 근데 그렇게 일하기 쉽지 않죠. 오히려 기본급에서 뱉어내야 되는 경우도 생기고요. 그럼 최저임금보다도 낮아지죠. 노동 강도에 비하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월급이죠."

-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택시비 기본요금을 인상하면 되는 걸까요?
: "그래서 실제로 (요금을) 올렸어요. 서울시에서도 내년 2월부터 기본요금 4800원으로 인상한다고 발표했고 심야 할증료는 12월부터 이미 10시로 적용했죠. 아직 정확한 데이터는 안 나왔지만 기사님들 말씀으로는 '이제 심야 택시 대란은 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요금이 올라가면 수요와 공급 곡선이 맞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게 곧바로 기사님들의 이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법인택시 기사님들에게 물어보면, 당연히 올려야 했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그거 잠깐만 좋지, 어차피 회사로 다 들어가는 돈이다. 우리한테 오는 돈은 똑같다'고 하시죠."
 
- 그렇다면 지금의 택시난은 개인 택시 기사들의 기득권이 원인이라고 보아야 하나요?
: "여러 가지 요소 중에 하나라고 봐야겠죠. 방송을 만들면서 그 부분을 되게 조심했어요. 택시업계 바깥에 있는 공급이 있잖아요. 예전에 '타다 베이직'이나 '카풀 서비스', '우버' 등 서비스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공급이 늘어나고 요금 경쟁, 서비스 경쟁을 하다 보면 택시 산업이 더 성장해서 택시 대란이 해결될 수 있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어요. 그렇다고 택시 기사님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에 택시 대란이 일어났다고 인과관계를 연결시키기는 어렵죠.

택시 기사님들도 그 면허를 대출받아 약 1억 원 정도 주고 구입을 한 것이에요. 면허를 1억 원이나 주고 살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고, 이들은 당연히 투자 자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할 수밖에 없어요. 기존 산업의 밖에서 공급하려는 혁신 사업가들과 기존 업자가 공존할 수 있게 국가에서 한쪽은 배려하고 반대 쪽은 규제하면서 서서히 장기간 플랜을 세워야 해요. 하지만 정치권에는 그런 플랜을 제시하는 인물이 없어요. 지금은 그런 플랜을 제시하는 정치권의 인물들이 하나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까 '택시 기사들의 기득권 지키기'라고만 치부할 수 없고, 그렇다고 그 영향이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죠."

- 취재하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무엇이었나요?
: "취재하면서 느낀 점은 이게 해결되기 어려운 문제라는 것이었어요. 각자 가진 것을 내려놓아야 해결이 되겠지만 그럴 수 있을까요? 그러면서 (정부가) 좋은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기도 어렵고요. 두 가지가 다 가능해야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결국에는 수요와 공급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정부는 시장의 수요, 공급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되지 않을까요. 저도 착각했던 게 택시는 서민들의 교통수단이라고 생각했어요. 모두가 급할 때 부담 없이 탈 수 있는 수단이라고 여겼는데, 그러면 안 될 것 같아요. 택시는 대중교통 수단이 아니라 확실히 고급 교통수단이어야 하죠."
기아영 정용재 시사 직격 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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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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