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국이 자웅을 겨뤘던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8강에 오른 국가의 윤곽이 9일(한국시각 기준) 드러났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그 안에 한국은 포함되지 못했다.

포르투갈을 꺾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한국은 16강에서 피파랭킹 1위 브라질을 만나 1-4로 패했다. 하지만 후회 없는 한판승부였고 이번 월드컵에서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대표팀이 이뤄낸 성과가 아쉽다거나 분통하다고 이야기하는 축구팬은 거의 없다.

브라질과의 16강전은 한국시간으로 화요일 오전 4시에 열렸기 때문에 결코 시청하기 용이한 시간은 아니었다. 하지만 많은 축구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함께 브라질과의 16강전은 지상파 3사 합쳐서 19.2%라는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했다.

방송사별로 보면 MBC가 10.7%로 가장 높았고 SBS와 KBS가 각각 5.8%, 2.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MBC는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시작으로 한국이 치른 4경기에서 모두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사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지상파 3사가 시청률 경쟁에 사활을 건 것은 모두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월드컵의 '메인이벤트'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이 치른 4경기는 모두 MBC의 승리로 끝이 났다. MBC의 시청률 압승 비결은 메인 중계콤비의 뛰어난 호흡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여러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호흡을 맞췄던 김성주 캐스터와 안정환 해설위원은 이번 월드컵에서도 환상의 호흡을 과시하며 시청률 전쟁에서 MBC의 승리를 견인했다.

8년 만에 월드컵에서 재회한 김성주-안정환 콤비
 
 MBC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빠!어디가?> 시즌2의 출연진 3인방으로 메인 중계팀을 꾸렸다.

MBC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아빠!어디가?> 시즌2의 출연진 3인방으로 메인 중계팀을 꾸렸다. ⓒ MBC 화면 캡처

 
2002 월드컵의 영웅이자 한국축구의 대표적인 축구스타로 꼽히는 안정환은 2012년 1월 현역은퇴 후 예능인으로 변신했다.

그는 2013년 SBS <정글에 법칙>에 이어 2014년 MBC <아빠! 어디가?> 시즌2를 통해 친근한 인상과 뜻밖의 예능감으로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갔다. 특히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김성주와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다. 실제로 안정환과 김성주는 <아빠! 어디가?>를 시작으로 <냉장고를 부탁해>,<쿡가대표-셰프원정대>,<뭉쳐야 뜬다>,<사심충만 오!쾌남>,<뭉쳐야 찬다> 등 많은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뛰어난 호흡을 선보였다.

김성주와 안정환 콤비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통해 처음으로 중계호흡을 맞췄다. 당시 한창 <아빠! 어디가?> 시즌2가 인기리에 방송되고 있었기 때문에 MBC는 <아빠! 어디가?>의 출연진이었던 김성주-안정환-송종국(FC안양 어드바이저)으로 메인 중계팀을 꾸렸다. 2002 월드컵의 영웅이자 인지도 높은 예능 출연진으로 중계팀을 운영했지만 MBC는 정확도 높은 예측으로 화제를 모은 이영표 해설위원의 KBS에 밀려 시청률 1위를 하진 못했다.

브라질월드컵이 끝나고 <아빠! 어디가?>도 2015년 1월에 종영되면서 프리랜서인 김성주 아나운서는 여러 방송국의 예능프로그램에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전만큼 자주 중계석에 앉지 못했다. MBC에서도 내부인력을 활용하겠다는 명분으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김정근, 허일후, 김나진 아나운서 등으로 캐스터 라인업을 꾸렸다. 물론 MBC의 전속 해설위원이었던 안정환은 큰 국제대회마다 꾸준히 MBC의 중계석을 지켰다.

하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MBC가 축구 국제대회 시청률에서 고전하자 특단의 조치를 꺼내 들었다. 바로 유로2016을 끝으로 약 6년 간 MBC의 중계석을 떠나 있었던 김성주 캐스터를 다시 불러온 것이다. 마침 안정환 해설위원이 지도자 준비로 인해 카타르 월드컵을 끝으로 해설을 그만둘 예정이었기 때문에 해설시작을 함께 했던 김성주 캐스터와의 재회는 더욱 남다른 의미가 있다.

전문성-예능감 겸비한 안정환 해설위원의 멘트들
 
 비교적 차분하게 중계하던 안정환 해설위원도 중계가 끝난 후에는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비교적 차분하게 중계하던 안정환 해설위원도 중계가 끝난 후에는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 MBC스포츠탐험대 유튜브 화면 캡처

 
김성주-안정환-서형욱 콤비로 중계진을 꾸린 MBC 못지 않게 SBS는 배성재-박지성-이승우, KBS는 이광용-구자철-한준희로 중계진을 구성하면서 지상파 3사의 치열한 시청률 전쟁이 시작됐다. 하지만 우루과이전까지 MBC(18.2%)와 SBS(15.8%)의 2파전이었던 시청률 경쟁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타사와의 차이를 점점 크게 벌린 MBC의 승리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주역은 단연 8년 만에 월드컵에서 재회한 김성주와 안정환 콤비였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햇수로 9년째 MBC에서 해설을 맡고 있는 장수(?) 해설위원답게 친근한 표현과 정확한 분석으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11월 24일 우루과이전에서는 황의조가 결정적인 슛을 놓치자 "아, 이런걸 놓치는 선수가 아닌데"라며 안타까워 하다가도 "발목이 들렸어요"라고 기술적인 분석을 이어갔다. 후반 김진수가 패널티 박스 안에서 넘어졌을 때도 "이건 솔직히 좀 애매합니다"라는 냉정한 분석을 내렸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11월 28일 가나전에서 첫 실점 과정에서 핸드볼 의심 장면이 나오자 "고의성여부를 판단할 거 같은데 간절히 기도하는 수밖에 없어요"라며 성급한 판단을 자제했다. 물론 황인범이 입술 안쪽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을 때는 "대신 피 흘리고 싶네요. 대신 아프고 싶어요"라며 후배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안정환 위원은 한국의 2-3패배로 경기가 끝난 후에도 "우리에겐 아직 포르투갈전이 있어요"라며 기적을 예견(?)하기도 했다.

안정환 위원은 3일 포르투갈전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선발출전하자 "호날두가 있는 게 우리에게 나을 수도 있어요"라고 했고 동점골 상황에서 호날두가 등으로 어시스트(?)한 것을 '매의 눈'으로 포착했다. 후반 막바지가 되자 "우리에겐 황희찬고 있고 손흥민도 있어요. 역습 하나만 걸리면 됩니다"며 역전골을 예측했고 한국의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에는 "9%의 확률을 노력과 희생으로 100%로 만들었어요"라며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1-4로 패했던 6일 브라질과의 16강 경기에서는 휴식시간이 짧았던 선수들의 체력을 걱정하면서도 "인생의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뛰어줬으면 합니다"라고 선수들의 분발을 요구했다. 하지만 경기가 끝난 후에는 "우리는 목표를 이뤘어요. 주저 앉을 필요가 없어요"라고 칭찬한 후 "이제 국민들은 다음 월드컵에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겁니다. 따라서 선수들도 거기에 맞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라며 후배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안정환 "후배들이 잘하는 걸 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안정환 해설위원이 전방에서 마음껏 하고 싶은 멘트를 쏟아낼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경기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적절하게 전달해 준 김성주 캐스터였다. 

사실 김성주 캐스터는 최근 많은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축구 캐스터보다 예능인의 이미지가 더 강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김성주 캐스터는 총 4번의 월드컵 중계를 포함해 90년대 후반 한국스포츠TV(현 SBS스포츠)를 통해 방송커리어를 시작했던 베테랑 스포츠 캐스터다.

안정환 해설위원은 이번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모든 프로팀과 국가대표팀을 지도할 수 있는 P급 지도자 연수 준비를 위해 마이크를 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환 위원은 한국의 16강이 확정된 후 자신의 마지막 해설임을 언급하며 "이렇게 후배들이 잘하는 걸 볼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합니다"라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아직은 섣부른 예측이지만 어쩌면 4년 또는 8년 후 대한민국 대표팀을 이끄는 '안정환 감독'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통산 3번째 16강, 그리고 역대 2번째 원정 16강을 이룬 '벤투호'는 지난 7일 귀국했다. 지난 4년 간의 긴 여정을 모두 마친 셈이다. 하지만 2022 카타르월드컵은 오는 10일부터 8강전을 시작한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는 E조1위 일본을 제외한 각 조 1위 팀들이 모두 8강에 진출했기 때문에 더욱 치열하고 흥미로운 토너먼트가 진행될 전망이다. 한국의 월드컵은 모두 끝났지만 축구팬들의 '잠 못 이루는 새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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