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한국과 브라질이 맞붙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브라질의 간판 공격수 네이마르는 현란한 기술을 뽐냈고, 절묘한 페널티킥으로 골까지 터뜨렸다. 그의 활약에 전 세계 축구팬들이 열광했으나, 네이마르는 정작 고국인 브라질에서는 정치적 분열의 한 가운데 서 있다.

네이마르는 지난 10월 브라질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재선에 나선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 방역 규정을 무시하고, 사회적 소수자를 겨냥해 혐오 발언을 하는 등 극우 성향을 드러내며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네이마르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지지하는 영상을 올리고, 유튜브에 출연해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일부 비판도 있었으나 네이마르는 "민주주의에서 자기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왜 잘못된 일이냐"라고 받아쳤다.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네이마르가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6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974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경기. 부상에서 복귀한 네이마르가 페널티킥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극우 대통령' 공개 지지한 네이마르

더 나아가 네이마르는 카타르 월드컵에서 첫 골을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바치겠다며 양손으로 브이(V)를 그리는 세리머니를 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소속된 자유당 기호 '22번'을 의미한다. 

그러나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맞선 진보 진영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후보를 지지하는 시민들은 네이마르를 비판하며 브라질 대표팀의 상징인 노란색 유니폼을 거부하기도 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지지자들이 이번 선거 운동에서 브라질 국기 색깔을 따라 노란색과 초록색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마테우스 감바 토레스 브라질리아대학 역사학과 교수는 영국 BBC 방송에 "브라질 대표팀의 노란색 유니폼은 보우소나루 정권의 상징이 됐다"라며 "이는 노란색 유니폼에 더 이상 동질감을 느끼지 않는 브라질 국민도 많아졌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대선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대결한 진보 진영의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시우바 후보는 네이마르에게 다른 속셈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선거 유세를 위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네이마르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자신을 탈세 혐의로 기소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그를 지지한 것"이라며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되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네이마르의 세금을 얼마나 탕감해줬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내놓지 않았다. 

이처럼 격렬한 분열 속에서 치러진 대선에서 룰라 후보는 초접전 끝에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꺾고 정권을 탈환했다. 

갈라진 브라질... 축구로 다시 뭉칠까?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네이마르(오른쪽·30)가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과의 경기 후반 35분에 교체돼 나오면서 감독 치치(61)에게 환영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조별리그 G조 세르비아전에서 발목을 다친 네이마르는 이날 페널티 킥으로 득점하며 브라질의 4-1 승리에 힘을 보탰다.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의 네이마르(오른쪽·30)가 5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의 974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한국과의 경기 후반 35분에 교체돼 나오면서 감독 치치(61)에게 환영받고 있다. 지난달 24일 열린 조별리그 G조 세르비아전에서 발목을 다친 네이마르는 이날 페널티 킥으로 득점하며 브라질의 4-1 승리에 힘을 보탰다. ⓒ 연합뉴스

 
룰라 당선자의 엄포가 두려웠는지, 아니면 월드컵에서 정치적 표현을 엄격히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을 의식했는지 네이마르는 한국전에서 골을 터뜨린 후 약속했던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대신 동료 선수들과 흥겹게 춤을 췄다.

사실 브라질 대표팀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공개 지지한 선수가 네이마르뿐만은 아니다. 주장을 맡고 있는 티아구 실바와 수비수 다니 아우베스 등 상당수가 보우소나루 대통령 편에 섰다. 

1980년대 브라질 대표팀 공격수로 활약했던 월터 카사그란데는 "브라질 대표팀 선수 대부분은 빈민가 출신이었으나, 유럽 무대에 진출해 많은 돈을 벌면서 그들의 뿌리를 잊곤 한다"라며 "수천만의 브라질인이 굶주리고 있는데도 아무것도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 엄청난 이기심"이라고 비판했다.

물론 진보 성향의 선수도 있다. 한국전에서 브라질의 세 번째 골을 터뜨린 히샬리송이다. 네이마르처럼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환경 보호, 복지 확대, 성소수자 인권 강화를 주장하며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웠다. 

히샬리송은 지난달 24일 브라질 매체 <포럼>과의 인터뷰에서 사회적 캠페인을 많이 하는 이유에 대해 "나의 가장 큰 기쁨은 누군가를 위해 좋은 일을 하고, 그 사람들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나는 당파적이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브라질에는 국민을 대표하고 배려하는 정치인이 부족하다"라며 "만약 국민의 삶을 개선하는데 진정으로 관심있는 지도자가 있다면 박수를 보내고 지지할 것"이라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축구로 갈라진 브라질은, 또다시 축구로 통합을 바라보고 있다. 브라질 대표팀의 아데노르 레오나르도 바치 감독은 "스포츠를 정치화하면 안 된다"라며 "브라질이 월드컵에서 우승하더라도 과거처럼 대통령궁을 방문하지 않겠다"라고 선언한 바 있다.

룰라 당선인도 "브라질 축구팬들이 노란색과 유니폼을 부끄러워할 이유가 없다"라며 "노란색은 특정 정당이나 후보의 색이 아니라, 브라질을 사랑하는 2억1300만 명 모두의 색깔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브라질은 축구를 통해서도 정치적 분열을 드러냈으나, 브라질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것도 축구밖에 없다"라며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면 더욱 그럴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라질은 과연 월드컵 우승과 국민 통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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