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다. 내가 어떤 종교를 믿든 다른 사람이 함부로 뭐라 할 수 없는 것처럼 나 역시 다른 사람의 종교에 대해 함부로 지적을 할 수 없다. 물론 어떤 종교들은 '유일신' 사상을 원칙으로 하면서 다른 신의 존재를 전면 부정하기도 하지만 자신이 특정 종교의 유일신을 믿는다고 해서 다른 신을 믿는 사람의 생각까지 부정할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종교라는 것은 신도들에게는 매우 신성하게 다뤄지는 만큼 함부로 언급하기 예민한 소재지만 영화에서는 가끔 그릇된 종교를 비판하거나 풍자하는 작품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지난 2019년 엄태구와 천호진 주연의 드라마로도 제작된 사이비 종교를 둘러싼 인간의 허황된 욕망을 풍자한 연상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사이비>와 무속신앙 및 기독교에 대한 광적인 믿음을 비판한 이용주 감독의 <불신지옥> 등이 대표적이다.

사실 종교라는 소재가 워낙 민감한 만큼 종교를 다루는 영화들 역시 자연스럽게 진지하고 심각하게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영화는 종교영화의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전과 5범의 사기꾼이 시골 교회의 개척자금으로 사용될 1억 원을 받아내기 위해 가짜 목사로 위장해 교회에 잠입(?)하는 코미디 장르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전성기 시절 박중훈의 물 오른 코미디 연기를 감상할 수 있는 신승수 감독의 1997년작 <할렐루야>다.
 
 서울에서만 30만 관객을 돌파한 <할렐루야>는 신승수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다.

서울에서만 30만 관객을 돌파한 <할렐루야>는 신승수 감독의 최고 흥행작이다. ⓒ 태원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초반부터 대중친화적 감독으로 변신

1954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난 신승수 감독은 대학졸업 후 1980년대 한국영화를 주름 잡았던 이장호 감독의 <어둠의 자식들>과 <무릎과 무릎 사이>, 배창호 감독의 <적도의 꽃>에서 조감독으로 참여하며 현장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1985년 황석영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고 임성민과 금보라 등이 출연했던 <장사의 꿈>을 연출하면서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해 백상예술대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다.

신승수 감독은 1980년대를 풍미했던 안성기와 이보희를 캐스팅해 1987년 두 번째 연출작 <달빛 사냥꾼>을 선보였다. 신승수 감독은 <달빛 사냥꾼>으로 백상예술대상 신인 감독상과 영화 부문 대상, 황금촬영상 감독상을 수상하며 충무로의 떠오르는 신예감독으로 주목 받았다. 신승수 감독은 1990년대 초반까지 <성야> <빨간 여배우> <수탉> <스물 일곱 송이 장미> 등 여러 작품을 연출했다.

1990년대 초반까지 관객들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영화들을 주로 만들던 신승수 감독은 1992년 최수종과 오연수 주연의 로맨틱코미디 <아래층 여자와 위층 남자>를 연출하면서 대중지향적인 감독으로 변신했다. 1993년에는 최근 축구예능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절대자'로 이름을 날린 박선영과 '터프가이' 최민수가 주연을 맡은 <가슴 달린 남자>를 연출했고 1995년에는 심은하의 영화 데뷔작 <아찌아빠>를 만들었다.

그렇게 대중 지향적인 영화들을 만들면서도 흥행과는 크게 인연을 맺지 못했던 신승수 감독은 1997년 드디어 커리어 최고 흥행작이 된 <할렐루야>를 선보였다. 대형교회를 배경으로 자칫 민감할 수 있는 종교문제를 유쾌하게 다룬 영화 <할렐루야>는 서울에서만 31만 관객을 동원하며 크게 흥행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참고로 1997년은 아직 국내에 '멀티플렉스'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신승수 감독은 <할렐루야> 흥행의 상승세를 계속 이어가지 못했다. 1998년 나한일과 임창정 주연의 <엑스트라>를 선보였지만 서울관객 8만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고 2000년 이요원과 김규리, 이영진, 조은지가 출연한 <아프리카>를 끝으로 현역 감독으로 커리어를 마감했다. 한동안 영화계에서 한 발 떨어져 있던 신승수 감독은 지난 9월에 열린 춘사영화제에서 이장호 감독과 함께 특별공로상을 공동수상했다.

일확천금 노린 가짜 목사의 회개스토리
 
 누와르 장르의 <게임의 법칙>에 함께 출연했던 박중훈(왼쪽)과 이경영은 <할렐루야>에서는 코믹 캐릭터로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누와르 장르의 <게임의 법칙>에 함께 출연했던 박중훈(왼쪽)과 이경영은 <할렐루야>에서는 코믹 캐릭터로 또 한 번 호흡을 맞췄다. ⓒ 태원엔터테인먼트

 
사실 <할렐루야>는 개봉 당시부터 기독교계로부터 적지 않은 논란에 시달리며 많은 항의를 받았다. 일단 전과 5범의 사기꾼이 시골교회 개척자금 1억 원을 받아내기 위해 대형교회를 상대로 사기를 친다는 영화의 설정부터 기독교의 반발을 사기에 딱 적합했다. 심지어 <할렐루야>의 카피는 '믿음, 소망, 사랑.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라는 성경구절을 변형시킨 '믿음, 소망, 사기. 그중에 제일은 사기니라'였다.

실제로 <할렐루야>는 서울의 대형교회에 목사로 위장해 잠입한 양덕건(박중훈 분)이 과거의 부정하고 폭력적인 방법들을 동원해 목사로 인정받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다. 하지만 힘들게 개척자금 1억을 받아내며 목적을 달성한 양덕건은 수시로 꿈에 나타나는 아버지(양택조 분)와 선량한 교인들의 영향을 받아 마지막엔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회개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다시 태어난다.

뭐니뭐니해도 <할렐루야>의 백미는 박중훈과 이경영의 코믹연기다. 두 사람은 이미 1994년 장현수 감독의 <게임의 법칙>에서도 한 차례 연기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지만 <게임의 법칙>은 누와르 장르에 가까웠기 때문에 두 사람이 코믹 연기를 보여줄 기회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의 <할렐루야>에서는 두 사람이 콤비를 이뤄 각종 재미 있는 상황들을 연출하며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한국영화의 '원톱 배우'로 활약하던 박중훈은 <할렐루야>를 끝으로 본인이 직접 원안까지 썼던 <현상수배>, 청춘스타 김지호와 함께 출연했던 <인연>, 국내에서는 '박중훈의 할리우드 진출작'으로 홍보됐던 <아메리칸 드래곤>이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하지만 박중훈은 1999년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통해 흥행과 연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할렐루야>는 한국영화에서 카메오라는 개념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동안 '우정출연'이나 '찬조출연' 정도로 쓰이던 표현이 본격적으로 '카메오'로 바뀐 작품이 바로 <할렐루야>였다. 실제로 <할렐루야>에는 당대 최고의 여성스타였던 고소영과 최지우를 비롯해 이재룡, 이혜영, 도지원, 박철, 이휘재, 조춘, 이재포 등 많은 연예인들이 카메오로 출연해 관객들에게 반가운 웃음을 선사했다.

'천만 배우' 차태현이 양아치 고등학생으로?
 
 양아치 고등학생을 연기했던 <할렐루야>는 차태현의 영화 데뷔작이었다.

양아치 고등학생을 연기했던 <할렐루야>는 차태현의 영화 데뷔작이었다. ⓒ 태원엔터테인먼트

 
<할렐루야>는 <엽기적인 그녀>와 <과속스캔들> <신과 함께-죄와 벌> 등 많은 영화에 출연하며 20년 넘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배우 차태현의 영화 데뷔작이다. 1995년 제1회 슈퍼탤런트 데뷔한 후 약 2년간 <젊은이의 양지>와 <첫사랑> 등 여러 인기 드라마에 조·단역으로 출연했던 차태현은 아직 신인티를 완전히 벗지 못했던 1997년 <할렐루야>를 통해 데뷔 후 처음으로 스크린에 얼굴을 드러냈다. 

차태현은 실제 나이(1976년생)보다 어려 보이는 동안 외모를 살려 <할렐루야>에서도 고등학교에 다니는 교회장로(고 국정환 분)의 불량아들로 출연했다. 차태현이 연기한 관기는 어른들의 말을 좀처럼 듣지 않는 반항아지만 김정환 목사로 위장한 양덕건과의 신앙상담(을 가장한 구타) 이후 모범생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장로에게는 아들보다 더 골칫거리인 연예인 병에 걸린 딸(고소영 분)이 있었다.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 LA아리랑 >과 <남자셋 여자셋> <뉴논스톱> 등 여러 시트콤에 출연하며 청춘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교포배우 이제니도 <할렐루야>에서 교회 담임목사의 딸 한나 역을 맡았다. 한나는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교회 안에서 온갖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어른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순수한 마음과 신앙심을 가진 인물이다. 양덕건 역시 처음엔 한나에게 흑심을 품다가도 점점 그녀의 순수함에 동화된다.

<투캅스>와 <마누라 죽이기> <기막힌 사내들> 등 여러 영화에 출연해 독특한 발성과 코믹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배우 최종원은 <할렐루야>에서 오동팔(이경영 분)이 교도소에서 만난 뻐꾸기 형님을 연기했다. 뻐꾸기는 출소 후 사이비 종교의 교주로 변신해 사람들에게 사기를 치고 있었는데 동종업계(?) 후배 양덕건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해준다. 그리고 양덕건은 이를 이용해 '기적을 일으킨 목사'로 교회에서 인정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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