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서 같은 조에 편성된 모로코와 이란은 포르투갈과 스페인에 밀려 함께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신세가 된다. 그리고 4년이 지나 2022 카타르 월드컵에 출전한 두 팀은 대회를 앞두고 감독 교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이번 대회에 나섰다. 그러나 희비가 명확히 엇갈렸다.  

아시아 국가 중 16강 진출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이란은 잉글랜드, 미국의 벽을 넘지 못한 채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반면 모로코는 유럽의 강호 벨기에와 스페인을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역대 최초로 8강 진출을 이뤄낸 것이다.  

옛 영광 재현하려 했지만... 16강 결실 맺지 못한 이란  
 
미국전 패배 후 좌절한 이란 라민 레자이안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의 라민 레자이안이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미국을 상대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패배한 뒤 좌절하고 있다. 이란은 0-1로 미국에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 미국전 패배 후 좌절한 이란 라민 레자이안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의 라민 레자이안이 29일(현지시간) 카타르 도하 알투마마 스타디움에서 미국을 상대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최종 3차전에서 패배한 뒤 좌절하고 있다. 이란은 0-1로 미국에 져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 신화=연합뉴스

 
이란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된 데에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의 역량이 컸다. 그가 부임한 당시 이란은 2010 남아공 월드컵 본선진출 실패, 2011 아시안 컵 8강 탈락, 세대교체 실패 등으로 인해 몰락의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2011년 부임한 케이로스는 '질식수비'라 불리우는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한 빠른 역습축구를 주입시키며 이란을 다시 아시아 강호반열에 올려놓는다. 이란 축구 역사상 최초로 월드컵 2회 연속 진출(2014, 2018)을 이룩해낸 데 이어 본선에서도 이를 통해 아르헨티나, 스페인, 포르투갈과 같은 강호들을 괴롭혀 이란에 20년 만에 월드컵 승리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이후 2019 아시안 컵을 끝으로 결별을 택한 이란과 케이로스 감독은 카타르 월드컵 본선을 3개월 앞두고 다시 손을 잡었다. 새로이 이란 축구협회장으로 선출된 메흐디 타지 회장이 자신의 공약 대로 취임하자마자 드라간 스코치치 감독을 경질하고 케이로스를 감독으로 앉힌다. 이 과정에서 이란 축구협회의 독단적인 일처리에 거센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는 실패했다. 부임 후 첫 경기였던 우루과이와의 평가전을 1대 0으로 승리하며 기대를 갖게 만들었으나 정작 본선에선 잉글랜드에 2대 6으로 패한데 이어 미국과의 최종전마저 0대 1로 패한 이란은 웨일스와의 2차전을 2대 0으로 승리했으나 미국에 밀려 16강 진출에 실패한다.  

이란의 16강 실패원인은 주전 공격수 사르다르 아즈문의 부상여파가 컸다. 아즈문은 월드컵 개막을 얼마 안 남기고 부상을 입어 대회에 정상적인 컨디션으로 임하지 못했다. 이로인해 예선에서 위용을 떨친 메흐디 타레미, 알리레자 자한바크슈, 사르다르 아즈문이 포진한 이란의 막강화력이 빛을 발하지 못한 이란은 타레미 외엔 이 세 명이 기록한 공격포인트가 나오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하향세를 겪고 있던 케이로스 감독의 존재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케이로스는 2019년 이란 감독에서 물러난 뒤 콜롬비아와 이집트 사령탑으로 재직했지만 두 번 모두 성적부진으로 중도하차하는 등 예년에 비해 커리어가 꺾인 상황이었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이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그의 선임은 반등을 기대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지도력에 한계를 보이면서 과거의 영광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 채 씁쓸한 결말을 맞이하게 됐다.  

이란의 16강 탈락은 현재 이란 국가내부의 상황, 그리고 황금세대들의 마지막 월드컵이란 확고한 동기부여 속에 치른 대회에서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컸다. 결국 지난 대회에 이어 이란은 2회 연속 월드컵 승리를 거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전화위복된 모로코의 감독 교체, 최초로 8강진출 일궈내  
 
모로코,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헹가래 받는 감독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모로코 대 스페인 경기에서 모로코가 승리했다. 이날 모로코는 스페인을 승부차기에서 3-0으로 누르고, 월드컵 출전 52년 만에 첫 8강 진출을 이뤘다. 사진은 16강전 승리 후 모로코 축구 대표팀 감독 왈리드 라크라키가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는 모습.

▲ 모로코,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헹가래 받는 감독 6일(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모로코 대 스페인 경기에서 모로코가 승리했다. 이날 모로코는 스페인을 승부차기에서 3-0으로 누르고, 월드컵 출전 52년 만에 첫 8강 진출을 이뤘다. 사진은 16강전 승리 후 모로코 축구 대표팀 감독 왈리드 라크라키가 선수들의 헹가래를 받는 모습. ⓒ AP/연합뉴스

 
2010년대 중반이후 북아프리카의 강호로 올라선 모로코는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2018년에 이어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진출도 무난히 이뤄냈다.

그런데 본선 개막을 얼마 안 남겨두고 모로코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둔다. 과거부터 성과는 냈지만 선수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할릴호지치 감독은 모로코에서도 팀 내 핵심멤버인 하킴 지예흐, 누사이르 마즈라위와 갈등을 빚으며 이들을 대표팀에서 배제해왔다.  

이에 모로코 축구협회 측에서 칼을 빼들었다. 선수들의 손을 들어준 모로코는 결국 월드컵 본선 진출의 성과를 낸 할릴호지치를 경질하고 자국 출신의 왈리드 레그라귀를 감독으로 임명한다. 이와 함께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던 지예흐와 마즈라위가 다시 복귀하는 효과도 본다.  

감독교체와 함께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모로코는 본선에서 그 위용을 떨친다. 빈약한 공격력이 걸림돌로 지적됐지만 뛰어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수비, 선수단 전체의 기동력을 앞세워 지난대회 준우승국 크로아티아와 0대 0 무승부를 이뤄내더니 시드국가 벨기에를 2대 0으로 꺾는 이변을 연출하며 크로아티아, 벨기에를 따돌리고 2승 1무 조 1위로 16강에 오르는 기적을 일궈낸다.  

16강에선 강력한 우승후보 스페인을 상대한 모로코는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고 연장전까지 0대 0으로 마친 뒤 승부차기에 들어가 야신 부누 골키퍼의 선방쇼에 힘입어 3대 0 승리를 거두고 8강에 진출한다. 특히 스페인과의 경기는 4년 전 조별리그에서 주심의 석연찮은 판정으로 2대 2 무승부를 기록했는데 이를 설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승리였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강력한 다크호스로 평가받었던 모로코는 4년 전 선전했음에도 빈약한 공격력, 심판의 석연찮은 판정들이 맞물리면서 조별리그 탈락이란 결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기내용과 결과까지 모두 챙기면서 그 위용을 떨쳤는데 공교롭게 8강전도 4년 전 아픔을 줬던 포르투갈이란 점에서 그 동기부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렇듯 이란과 모로코는 대회를 앞두고 감독교체라는 극약처방을 꺼내들었지만 두 팀의 희비는 완벽하게 엇갈린다. 자국 축구 역사상 최초의 8강 진출을 이뤄낸 모로코는 포르투갈전에서 카메룬(1990), 세네갈(2002), 가나(2010)도 해내지 못한 아르프리카 최초의 월드컵 4강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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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이란 모로코 케이로스 레그라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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