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드라마 <슈룹> 배우 유선호 인터뷰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계성대군을 이해하고 작품에 몰입해주시는 분들에게 상처주고 싶지 않았다. 그게 제일 중요했다."

4일 종영한 tvN 토일 드라마 <슈룹>은 사고뭉치 왕자들을 위해 치열한 왕실 교육 전쟁에 뛰어든 중전 임화령(김혜수 분)의 파란만장 궁중 분투기를 그린 작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극 중에서 조선시대에 성 소수자로 살아가야 했던 왕자 역을 맡은 유선호는 자신의 연기로 인해 누군가 상처받게 만들지 않으려 애썼단다. 과거와 달리, 드라마나 영화 등 콘텐츠에 성 소수자가 등장하는 게 낯설지 않은 일이 되었지만 여전히 조심스럽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수많은 고민 덕분일까. 마지막 회에서 최고 시청률 16.9%(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슈룹>에서 유선호는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슈룹>에서 사고뭉치 다섯 대군들 중에서 가장 살갑고 섬세한 계성대군으로 분한 유선호를 6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근 2박3일 휴가를 다녀오느라 마지막 방송을 제주도에서 봤다는 그는 "준비하는 과정부터 촬영 마치기까지 1년 가량 걸렸다. 드디어 끝난다고 하니 서운하기도 하고 시원하기도 한 마음이다. 작품이 잘 마무리 되었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셔서 뿌듯하기도 하고, 복잡한 감정인 것 같다"는 소회를 털어놓았다. 

"인물에 최대한 다가가는 게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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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에서 계성대군은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인식하며, 남들의 시선을 피해 폐전각에서 몰래 여장을 즐기는 인물이었다. 유선호는 "인물에 최대한 다가가고 (있는 그대로) 느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참고할 만한 자료를 찾아보고 공부도 많이 하면서 (촬영을) 준비했다. 영화, 다큐멘터리, 책, 논문 등 볼 수 있는 건 다 봤다"고 설명했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막막했다. 이걸 내가 어떻게 준비해야하나. 접근하기조차 어려웠다. 그동안 연기했던 모든 캐릭터들이 다 그랬지만, '거짓 없이 연기하자'는 게 제 목표였다. (남다른) 성 정체성이라는 짙은 캐릭터성이 있지 않나. 어떻게 하면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호르몬에 관련된 책도 읽었다. 호르몬에 대해서는 제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니까. 이런 호르몬이 나오면 어떤 감정이겠구나, 이런 대화를 주고받을 때는 이런 감정이 들 수도 있구나. 그런 책을 읽고 노트에 적으면서 공부했다."
 
유선호는 계성대군의 여성성을 표현하기 위해 손톱을 한동안 길러야 했던 에피소드도 살짝 공개했다. 그는 "촬영 쉬는 날에 갑자기 감독님께 전화가 왔다. '손톱 길이가 어떻게 되냐'고 물으시더라. 짧다고 했더니, 손톱에 봉숭아 물들이는 장면이 있으니 지금부터 길러보라고 했다. 그런데 그 촬영이 생각외로 계속 미뤄지는 바람에 손톱을 아주 오래 길러야 했다. 계속 부러질 정도여서 한동안 고생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감독님이 나중에 얘기해주신 건데 오디션 때도 제 손을 중요하게 봤다고 하시더라. 계성대군은 손이 예뻐야 한다고 생각하셨단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말미에 계성대군은 스스로에게 솔직한 삶을 살기 위해 궁을 떠난다. 유선호는 결말에 너무나도 만족한다며 "계성으로서는 최고의 마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궐에서는 숨겨야 했던 것들을 숨기지 않고 살겠지. 계성이 앞으로 행복하게 눈치 안 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어 유선호는 특히 어머니 중전에게 "떠나겠다. 이제 제 손을 놓아달라"고 청하는 장면을 촬영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꼽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를 느꼈다. 1년 동안 촬영한 것 중에 가장 많이 울었던 신이었다. 원래는 담담하게 연기하려고 했다. (계성대군이라면) 어머니를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데 김혜수 선배님이 목소리도 나오지 않을 정도로 오열을 하셨다. 그걸 보면서 제가 리허설 때부터 펑펑 울어버린 거다. 그래서 지금 결과물대로 촬영하게 됐다. 촬영이 끝나고 김혜수 선배가 '선호 너는 항상 진심으로 연기해서 좋다. 거짓말 안 해서 좋았다'고 하시더라. 제 연기 목표가 그것이었기 때문에, 선배님이 알아봐 주신 것에 너무 감사했다."

"'1박 2일' 촬영 전 새벽까지 소고기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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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슈룹> 배우 유선호 인터뷰 이미지 ⓒ 큐브 엔터테인먼트

 
한편 유선호는 오는 11일부터 KBS 2TV 대표 예능 프로그램 < 1박2일 > 시즌4 새 멤버로 합류한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프로그램인 데다, 인기 많은 프로그램에 함께 한다는 부담감이 당연히 있었다"면서도 "막상 촬영장에 가니까 다들 반겨주시고 예뻐해주셔서 마음 편하게 촬영하고 왔다"고 말했다. 

촬영 전까지 < 1박2일 > 팀의 새로운 막내가 됐다는 사실을 가족들은 물론, 함께 촬영하는 소속사 동료 나인우에게도 비밀로 했다고. 그는 "가족과 지인들을 속이느라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첫 촬영 때 너무 긴장해서 잠도 못잤다. (게임에 져서) 밥을 못 먹을까봐 새벽 2시에 소고기를 혼자 구워먹었다"고 깜짝 고백을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유선호는 다른 멤버들과 나이 차가 많이 나지만 친해지고 나면 자연스럽게 장난도 칠 수 있을 것 같다며 "편안한 막내로 다가가고 싶다. 시청자들에게도, 멤버 형들도 편하게 느낄 수 있게 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슈룹 유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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