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조수미가 보다 대중적인 앨범으로 돌아왔다. 지난 2019년 <마더> 발매 이후 3년 만이다. 이번에는 가장 보편적인 주제이자 가장 힘 있는 주제인 '사랑'을 노래한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조수미의 신보 <사랑할 때(in LOVE)>의 발매를 기념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조수미를 비롯해 이번 앨범에 참여한 바리톤 길병민, 지휘자 최영선, 재즈피아니스트 송영주, 해금연주자 해금나리가 참석했다. 대니 구, 홍진호, 톤마이스터 최진 감독 등 이날 참석하지 못한 이들은 영상편지 및 화상연결로 대신했다.
"모든 열정 쏟아 부은 최고의 앨범"
"이렇게 정성과 사랑을 갖고 준비한 앨범은 없었다. 저의 모든 열정과 혼과 시간, 정신이 이 앨범에 담겼을 정도로 중요하게 생각하고 작업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손을 잡았을 때 그걸 놓기 싫은 것처럼 그런 앨범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조수미는 유독 이번 앨범에 넘치는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왜 이렇게 이 앨범에 정성이 가나 생각해봤는데, 지금이 딱 '사랑할 때'라는 느낌이 강하게 왔기 때문이다. 코로나를 겪으면서 모두가 외롭고 고독한 삶을 지냈던 만큼, 저는 사랑할 때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값진 순간이구나를 깨닫게 됐다. 더 늦어져서 첫사랑이 잊히기 전에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수미는 본인의 첫사랑에 얽힌 이야기도 들려줬다. 그는 "대학 1학년 때 남자친구와 첫눈이 내리면 각자 어느 곳에 있든 경복궁 앞에서 무조건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날따라 도서관에서 종일 공부하다가 밤에 나가보니 눈이 이미 많이 와 있더라. 뛰쳐나가서 경복궁에 갔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땐 휴대폰도 없어서 서로 연락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알고 보니, 그 친구가 제가 하도 안 오니까 저희 집 앞에서 몇 시간을 기다렸다더라"라고 말했다.
"첫눈, 첫사랑에 대한 강렬함과 애틋함을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잊을 수가 없다. 그 설렘을 저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싶었다. 사랑이 얼마나 설레고, 중요하고, 아름다운지. 이 세상을 떠날 때 내가 사랑한 사람의 얼굴이 생각날 거라는 개인적인 애절함과 절실함이 들어가 있기에 이 앨범이 더욱 소중하다."
<사랑할 때(in LOVE)>에는 서정적인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마중'을 비롯해 도종환 시인의 시에 멜로디를 붙인 '흔들리며 피는 꽃', 베이스 바리톤 길병민과의 듀엣곡 '첫사랑',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 등 우리 언어와 정서를 담은 11곡이 실렸다.
성악발성 내려놓고 편안하게 불러
혹시 앞으로도 계속 이런 대중적인 음악을 들려주는 것일까. 음악적 방향성을 묻는 질문에 조수미는 "저는 정통 클래식 아티스트여서 이건 가끔 가다 하는 바캉스적인 앨범이다"라고 답변하며 "이런 앨범을 사람들이 더 많이 사랑해주시는 걸 보고 더 많이 들려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 준비한 하나의 선물 같은 음악이다. 쉬어가는 음악으로 봐주시면 되겠다"라고 덧붙였다.
"창법에 관한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번 앨범에선 성악가의 창법을 들을 수 없을 것이다. 크로스오버에 가까운 앨범이다 보니 가사가 잘 들리는 발성법이 맞을 것 같아서 그런 창법으로 불렀다. 제가 욕심을 엄청 부렸는데, 결국은 제 결정이 맞는 것 같았다. 제가 들어도 너무나 아름답더라."
끝으로, '축구 열혈팬' 조수미는 간담회 당일 새벽에 있었던 월드컵 16강전 대한민국 경기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축구를 너무 좋아하는 팬으로서 우리 선수들에게 큰 사랑과 애정과 존경심을 보낸다"라며 "월드컵을 할 땐 약속을 안 잡고 하루의 일과의 제일 처음으로 월드컵 관람(시청)을 잡을 정도로 축구는 음악 못지 않게 저의 인생에서 큰 기쁨이고 중요한 것이다. 축구도 음악처럼 국제적인 언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