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콘서트

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콘서트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지난 4일, 서울시 송파구 KSPO 돔(구 체조경기장)에서는 '오빠!'를 찾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형'을 외치는 걸걸한 소리도 그에 못지않게 많이 들렸다.

내가 지난 13년 동안 가본 모든 공연을 통틀어 관객의 평균 연령대가 가장 높은 공연이었다. 1993년생인 나로서는 잠시 중년 관객들 사이의 이방인이 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지만 그것도 '찰나'였다. 마침 한 중년의 팬클럽 회원이 '오빠는 나의 빛'(!)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나눠 주었다. 나도 이 유서 깊은 '오빠 부대'의 일원이 되어보기로 했다. 11월 26일에 시작되어 12월 4일에 마무리된 '2022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콘서트' 이야기다. 

"슬퍼질 땐 차라리 나 홀로 눈을 감고 싶어
고향의 향기 들으면서"
- '꿈'


고향의 그리움을 노래한 '꿈'의 가슴벅찬 선율이 공연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단발머리', '바람의 노래', '친구여', '못 찾겠다 꾀꼬리', '킬리만자로의 표범', '추억 속의 재회', 모나리자' 등 수많은 명곡이 쉼없이 이어졌다.

이 중 상당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대중의 삶에 깊게 자리한 명곡이라 놀라웠다. 그것도 도입부만 들어도 알아차릴 수 있는 명곡들이 대부분이다. 조용필이 아니라면, 또 어떤 가수에게서 이렇게 다양한 스타일의 명곡이 나올 수 있을까? 새삼 히트곡 행진에 경이로움을 느끼는 한편, 아는 곡에 대한 '가까움'을 느꼈다.

가요를 상징하는 '전설', 그리고 현재진행형 록스타

조용필의 이름 앞에는 늘 '가왕'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단순히 히트곡이 많고 노래를 잘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는 존재 자체로 가요를 상징한다. 록과 트로트, 민요, 뉴웨이브, 펑크, 소울, 전자음악,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었다. 여러 음악적 요소를 자신의 것으로 끌어오는 진보성, 동어반복에 대한 배격, 그러면서도 모두가 따라 부르게 하는 대중성의 확보. 조용필을 가왕으로 만든 감각을 이번 공연에서 다시 한번 확인했다.

4년 만에 돌아온 조용필은 친근하고도 수줍게 팬들에게 말을 걸었다. 팬들에게 "전보다 늙었을 텐데", "근데 그 사람 혼자 다 할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느냐고 웃으며 묻기도 했다.

하지만 두 시간 내내 생물학적인 나이에 대한 생각은 잊을 수 있었다. 우리는 세월 앞에 퇴색되는 전설들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조용필은 그렇지 않았다. 칠순을 넘겼지만 여전히 전성기의 목소리를 간직하고 있었다. 민요에 영향을 받은 구성진 목소리를 들려줄 때도, '고추잠자리' 후반부의 스캣도, '미지의 세계'와 여와 남'에서 득음한 듯 터져 나오는 고음도 날카로웠다. '바람의 노래'에서는 경건함마저 느꼈다.
 
 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콘서트

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콘서트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공연의 스케일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도 있다. 가로, 세로로 길게 뻗어있는 6개의 LED 스크린, 그리고 레이저는 조용필의 음악을 공감각적인 경험으로 끌어올렸다. 음악과 어울리는 영상이 절묘하게 화면을 뒤덮었다. 특히 신곡 '세렝게티처럼'에 맞춰 주황빛 아프리카 초원이 그려질 때는 사방에서 경탄이 쏟아졌다. 조용필은 콜드플레이의 팬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그들 같은 해외 스타디움 밴드들의 공연이 떠오르기도 한 대목이었다. 체조경기장이 너무 좁게 느껴졌다.

공연 시간 내내 느꼈다. 신곡 '찰나'가 말해주듯, 이 공연은 분명히 록밴드의 공연이었다. 콘서트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조용필은 여러 순간 조용필의 단독 공연이 아니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공연임을 확실히 했다. 기타리스트 최희선을 필두로 한 '위대한 탄생'의 멤버들은 오랜 내공이 묻어나는 연주로 공연을 가득 채웠다.

그런만큼 밴드 음악을 베이스로 한 음악들이 셋 리스트의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비련', '한오백년', '창밖의 여자' 같은 명곡들은 셋 리스트에서 빠진 것이 상징적이다(물론 'Q'나 '그 겨울의 찻집'처럼 원곡의 멋을 그대로 보존한 옛 노래도 불렸지만).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프로그레시브 록 스타일로 재탄생한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리고 웅장한 사운드스케이프와 홍염으로 청중을 압도한 '태양의 눈'이었다.

과거만큼 찬란한 조용필의 오늘
 
 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콘서트

2022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콘서트 ⓒ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이처럼 재미있는 공연을 마주했는데, 두 시간 내내 좌석에 앉아 있기란 쉽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모나리자'가 연주되자마자 그 자리에서 일어나고 말았다. 신기한 광경이 벌어졌다. 모두가 짜기라도 한 것처럼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여름 록 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짜릿했다. 하나 되어 가요의 명인에게 예를 표하는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흥겨움은 신곡 지난주 공연에선 연주되지 않은 히트곡 'Bounce', 그리고 엔딩곡 '여행을 떠나요'까지 이어졌다.

조용필이 걸어온 길은 가요계에서 가장 찬란하다. 그래서 모두가 가왕 조용필의 어제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으로 그의 오늘을 이야기해야 한다. 그가 예전에 불렀던 노래뿐 아니라, 그가 앞으로 부르고 싶은 노래에도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는 끊임없이 새로운 음악을 배우고, 관객이 만족할 수 있는 무대를 고민하는 현역이다. 폴 매카트니나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칠순을 넘긴 해외 록 레전드들의 관록과 에너지, 콜드플레이와 U2의 스케일을 부러워할 필요가 없다. 우리에겐 조용필이라는 전설이 있다. 참고로 내년으로 예고된 정규 20집을 향한 여정은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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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음악과 공연,영화, 책을 좋아하는 사람, 스물 아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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