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브라질의 조별리그 3게임 통계 기록들

한국, 브라질의 조별리그 3게임 통계 기록들 ⓒ 심재철

 
축구 선수로 성장하며 월드컵 토너먼트 꿈을 꾸지 않는 선수가 있을까? 천신만고 끝에 16강에 오른 한국 선수들이 언제나 우승 후보로 꼽히는 강팀 브라질을 만나게 됐지만 이 게임을 뛰면서 축구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가슴 뛰는 경험이며 이미 축구 선수로서 꿈을 이룬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두 번의 월드컵에서 모두 조별리그 탈락의 쓴 잔을 마신 독일 선수들만 봐도 16강 토너먼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알 수 있다. 그래도 이왕 브라질을 만나게 됐으니 후회없는 게임을 펼치기 위해서라도 우리 선수들이 어떤 축구 포인트에 집중해야 할 것인지 살펴보자.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6일(화) 오전 4시 카타르 도하에 있는 스타디움 974에서 브라질을 상대로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게임을 펼치게 된다. 조별리그 우루과이와의 첫 게임에서 만났던 법학자 출신의 클레망 튀르팽(프랑스) 주심이 휘슬을 불며 이 게임 시작을 알린다.

'한국-브라질' 이끄는 두 에이스의 월드컵 첫 대결
 
 2022년 12월 2일 카타르 월드컵 G조 카메룬 대 브라질 경기 후 브라질의 가브리엘 제수스와 네이마르의 모습.

2022년 12월 2일 카타르 월드컵 G조 카메룬 대 브라질 경기 후 브라질의 가브리엘 제수스와 네이마르의 모습. ⓒ REUTERS/연합뉴스

 
조별리그 3게임에서 찍힌 통계만으로 16강 토너먼트 게임을 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브라질은 예상처럼 한국보다 거의 모든 면에서 한 수 위의 지표를 만들어냈다. 3일 열린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에서 핵심 선수들 대부분에게 휴식을 준 치치 감독은 발목 부상을 떨쳐버리고 다시 훈련에 합류한 에이스 네이마르에게 가장 큰 기대를 걸고 있을 것이다.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는 지난 달 25일 열린 세르비아와의 이번 월드컵 첫 게임 80분도 안 되어 어두운 얼굴로 물러났다. 66분에 세르비아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밖에서 골문 방향으로 빠르게 역습 드리블을 펼치다가 상대 수비수 니콜라 밀렌코비치의 태클에 걸려 넘어진 것이 화근이 됐다. 밀렌코비치 발등 위에서 네이마르의 스터드가 미끄러지며 오른쪽 발목이 밖으로 꺾이는 부상을 당한 것이다. 네이마르는 그 이후에도 동료들과 더 뛰기는 했지만 79분에 옆줄 바로 앞 그라운드 위에 주저앉아 선수 교체를 요청했다. 그리고는 남은 조별리그 두 게임 모두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79분 이전까지 네이마르의 움직임(뛴 거리 8.5km, 유효 슛 2개)만 주목해도 브라질의 공격 스타일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 마크를 피하기 위해 왼쪽 옆줄 가까운 곳까지 피해 있다가 공간 패스를 받아 빠르게 역습을 전개하거나 가운데 쪽에서 빠르고 정확한 2:1 또는 3자 패스로 페널티 에어리어 반원 부근을 파고든다.

동료들의 측면 패턴 플레이가 시작되면 히샬리송과 역할을 분담하여 수비수들의 시선을 피해 뒤로 돌아들어가는 창의적인 움직임이 돋보인다. 주로 히샬리송이 상대 수비수를 끌고 한쪽으로 치우치면 그렇게 생긴 공간으로 빠져들어가 결정적인 슛을 시도하는 패턴이다. 컷 백 크로스를 받자마자 골로 연결시키는 능력이 뛰어난데, 패스 타이밍과 패스 각도에 맞춰 뒤나 옆으로 살짝 움직이는 스텝을 밟는다. 오른발 프리킥 휘어지는 각도 또한 날카롭기 때문에 위험 지역에서 그의 발 앞에 놓인 공은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드리블은 주로 오른발 끝을 사용하여 매우 빠르게 공간으로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브라질의 조별리그 3게임 요약

브라질의 조별리그 3게임 요약 ⓒ 심재철

 
첫 게임 부상으로 빠지는 바람에 네이마르는 공격 포인트 기록이 하나도 없다. 소속 팀 파리 생 제르맹 동료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킬리안 음바페(프랑스)가 여러 개의 공격 포인트(메시 3골 1도움, 음바페 5골 1도움)를 자랑하며 8강까지 먼저 올라가 있는 것을 생각하면 네이마르는 한국과의 16강 게임을 통해 여러 개의 공격 포인트를 노릴 것이 확실하다.

한국 축구의 희망 손흥민도 그 어느 때보다 득점 의지를 불태우며 16강 게임을 준비하고 있다. 월드컵 직전 큰 부상을 당해 얼굴 보호용 마스크를 쓸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1도움 기록으로 월드컵을 끝내기에는 그의 다재다능함이 아까울 뿐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번 대회를 통해 한국 축구의 새로운 골잡이로 떠오른 조규성의 존재 가치가 점점 더 빛나고 있으며 허벅지 부상을 이겨내고 함께 달리기 시작한 황희찬의 질주 덕분에 손흥민의 부담감이 조금은 줄어든 점이다.

브라질의 네이마르에 비해 수비 가담 역할까지 해내고 있기에 활동폭이 더 넓다고 할 수 있는 손흥민의 슛과 크로스의 정확도와 날카로움이 게임을 거듭할수록 점점 더해지고 있다. 조별리그 세 번째 게임에서 포르투갈을 상대할 때 손흥민의 크로스와 중거리슛은 앞선 두 게임보다 눈에 띄게 위협적으로 변한 것을 우리 모두 기억한다. 전반전 16분, 오프 사이드 판정을 받아 골 취소가 되었지만 직전에 손흥민이 왼쪽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를 짧게 처리하여 감아올린 크로스 궤적은 포르투갈 수비수들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정확하고 날카롭게 조규성의 머리를 빛냈다.

무엇보다도 황희찬이 교체로 들어온 다음 손흥민이 움직이는 측면 공간은 더 넓어졌으며 포르투갈 수비수들 여럿이 달려들어야 할 정도로 그의 슛은 날카로움을 더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에 손흥민이 장거리 드리블 실력을 뽐내며 극적인 역전 결승골을 도운 순간은 월드컵 역사 속 오래 남을 명장면 중 하나가 됐다. 무려 세 명의 수비수가 진을 치고 있었지만 손흥민의 스루패스 어시스트 타이밍과 각도는 웬만한 능력자들도 흉내내기 힘든 수준이었다. 불편한 마스크를 쓰고서도 결정적인 어시스트를 가능하게 한 것은 손흥민이 지닌 특별한 축구 센스 덕분이었다.

한국과 브라질의 조별리그 3게임 각종 지표들 중에서 역시 크로스 기록이 눈에 띈다. 한국이 브라질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지표다. 한국의 크로스 성공률은 28.2%로 브라질의 그것보다 9.03% 포인트 앞섰다. 개인 크로스 기록을 비교해도 3게임을 교체 없이 풀 타임으로 뛴 손흥민이 18회의 크로스를 올려주면서 개인 크로스 최다 기록을 찍었다. 브라질에서는 선발과 교체 멤버 역할을 오갔던 하피냐(171분)가 크로스 17회 기록을 찍었다. 주로 오른쪽 측면에서 뛰면서 왼발 감아차기를 날카롭게 구사하는 하피냐의 플레이 스타일을 확인할 수 있는 지표다.
 
손흥민 위로하는 벤투 감독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2-3으로 경기가 종료되자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 손흥민 위로하는 벤투 감독 28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 대한민국과 가나의 경기. 2-3으로 경기가 종료되자 벤투 감독이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도 가나의 측면 크로스를 대비하지 못해 2-3으로 아쉽게 패한 기억이 있듯이 브라질도 이번 월드컵 유일한 패배와 실점 기록이 바로 측면 크로스로 찍혔다. 지난 3일 열린 카메룬과의 조별리그 마지막 게임에서 브라질은 0-1로 졌는데 후반전 추가 시간 1분 48초에 결승골을 내준 것이 오른쪽 로빙 크로스에 의한 실점이었다. 카메룬의 제롬 은곰 음베켈리의 오른쪽 크로스 타이밍과 궤적이 매우 날카로웠고 브라질의 두 번째 센터백 조합인 브레메르와 에데르 밀리탕 사이로 뱅상 아부바카가 정확하게 파고들며 멋진 헤더 골을 성공시켰다. 크로스 방향은 다르지만 가나와의 게임에서 이강인이 감아올린 크로스 궤적-조규성의 헤더 골 타이밍과 흡사한 장면이었다.

물론 브라질은 우리와의 16강 게임에서 다시 티아구 실바와 마르퀴뇨스 센터백 조합을 내세울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조규성이 쉽게 헤더 슛 기회를 얻기는 힘들겠지만 손흥민과 황희찬의 빠르고 날카로운 측면 움직임과 조화를 이룬다면 충분히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벤투호의 지친 풀백들이 뛰고 있는 곳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김진수와 김문환이 쉴 틈도 없이 오르내리고 있는 양쪽 풀백 자리는 브라질이 항상 골을 노리며 파고드는 바로 그 지점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나에게 내준 뼈아픈 펠레 스코어 결승골과 포르투갈에게 내준 1골은 바로 그곳이 뚫렸기 때문이었다. 공격 가담 능력이 탁월한 풀백을 내세우는 팀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유독 그곳에서 결정력 높은 브라질을 상대하기 때문에 조직적인 커버 플레이를 갖추어야 한다. 이 부분은 김민재의 종아리 부상 복귀 여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권경원이 항상 준비하고 있지만 김영권 혼자서 상대의 날카로운 컷 백 크로스나 페널티 에어리어 안 패스들을 감당할 수는 없다.

평가전으로는 최근에도 만난 적 있고 결과는 1-5로 완패했지만 실제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처음 만나는 한국과 브라질의 16강 게임 결과는 속단할 수 없다. 겉으로 드러나는 실력차 말고도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하는 월드컵 토너먼트이기에 더 그렇다. 우리 선수들이 이번 월드컵에서 판정 특징들을 먼저 경험한 클레망 튀르팽(프랑스) 주심이 운영하는 게임이라는 것도 주목할 일이다. 관중의 시선으로는 반칙처럼 보였지만 튀르팽 주심의 휘슬 소리는 우루과이와의 첫 게임에서 울리지 않은 경우가 꽤 많았다. 그 게임 후반전 교체 선수 조규성이 왜 옐로 카드를 받았는지 우리 선수들은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삼바 리듬의 브라질이 유연하게 축구를 즐기며 기술적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국 축구도 그들을 위협하기에 충분할 정도로 성장한 것이 분명하다. 젊고 재능 뛰어난 미드필더 이강인의 왼발과 다시 질주를 시작한 황희찬의 뚝심, 몸을 아끼지 않고 헌신하는 골잡이 조규성이 있기에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그리고 이들을 하나의 팀으로 뭉치게 한 유능한 에이스 손흥민이 뛰고 있기에 우리는 그들을 믿는 것이다. 화요일 새벽 공기를 타고 우리의 함성이 어디까지 솟아오를 것인지 벌써부터 심장이 뛴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일정(6일 오전 4시, 스타디움 974, 도하)
한국 - 브라질 (주심 : 클레망 튀르팽-프랑스)

한국 예상 스타팅 라인업
FW : 조규성
AMF : 손흥민, 이재성, 황희찬
DMF : 정우영, 황인범
DF : 김진수, 김영권, 김민재, 김문환
GK : 김승규

브라질 예상 스타팅 라인업
FW : 히샬리송
AMF :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네이마르, 하피냐
DMF : 카세미루, 루카스 파게타
DF : 에데르 밀리탕, 티아구 실바, 마르퀴뇨스, 다닐루
GK : 알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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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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