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3일 카타르 월드컵 16강 네덜란드 대 미국의 경기. 네덜란드의 달레이 블린트가 멤피스 데파이 및 팀원들과 함께 두 번째 골을 넣은 것을 축하하고 있다.

2022년 12월 3일 카타르 월드컵 16강 네덜란드 대 미국의 경기. 네덜란드의 달레이 블린트가 멤피스 데파이 및 팀원들과 함께 두 번째 골을 넣은 것을 축하하고 있다. ⓒ REUTERS/연합뉴스

 
네덜란드가 반 할의 실리 축구와 좌우 윙백들의 활약이 조화를 이루며 8강 진출에 성공했다. 

네덜란드는 4일 0시(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과의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에서 2-1로 승리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8년 만에 4강 진출까지 한 경기를 남겨두게 됐다. 

블린트-둠프리스,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3골 관여

네덜란드는 지난 카타르전과 비교해 선발 명단의 변화 없이 베스트 11을 가동, 3-4-1-2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미국은 각각 최전방 원톱, 센터백 한 자리를 바꿈에 따라 페레이라, 지머맨을 선발 출전시켰다. 포메이션은 조별리그에서 사용한 4-3-3이었다. 

미국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강한 전방 압박으로 네덜란드를 괴롭혔다. 전반 2분 무사가 절묘하게 넘겨준 패스를 받은 풀리식이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선방에 막혔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세밀한 빌드업과 빠른 패스 플레이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전반 10분 미드필드에서 몇 차례 정교한 패스로 미국의 압박을 풀어나왔다. 마지막 둠프리스의 낮은 크로스를 데파이가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선제 실점 이후에도 미국은 높은 에너지 레벨로 중원을 장악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압박을 통해 소유권을 빼앗는 즉시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 전환으로 미국을 당황케 했다. 전반 17분 카운터 어택으로 미국 진영으로 넘어간 뒤 각포의 패스에 이은 블린트의 마무리 슈팅은 골문을 높게 떠올랐다. 

전반 20분에는 수비 뒷공간으로 돌아서 침투한 데파이가 과감하게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미국은 네덜란드의 수비 블록을 효과적으로 분쇄하지 못하며 전반 초반보다 페이스가 떨어졌다. 전반 43분 웨아의 강력한 슈팅은 노페르트 골키퍼에게 막히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네덜란드는 또 다시 오름세의 미국에게 좌절을 안겼다. 전반 46분 오른쪽 하프 스페이스에서 공간을 만든 뒤 둠프리스가 크로스를 배달했고, 쇄도하던 왼쪽 윙백 블린트가 오른발 슈팅을 성공시켰다. 전반전 점유율에서 30%-59%(11% 경합)으로 크게 열세였지만 두 골을 앞서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두 팀은 하프 타임에 교체를 감행했다. 네덜란드는 더 론, 클라선 대신 코프메이너르스, 베르흐베인을 투입했다. 각포를 공격형 미드필더로 내리고, 전방은 데파이-베르흐베인이 포진했다. 미국은 전반 내내 부진한 페레이라를 대신해 지오 레이나가 들어왔다. 

미국은 후반 4분 세트 피스에서 기회를 잡았다. 골문 앞에서 림의 슈팅이 골키퍼를 통과했는데 골 라인을 대기하던 각포가 클리어했다. 후반 5분 데스트의 슈팅은 골문을 크게 빗나갔다. 후반 7분에는 풀리식이 중앙으로 좁히며 시도한 슈팅이 노페르트 골키퍼 품에 안겼다. 

후반 15분 각포와 데파이가 미국 수비진 사이를 헤집으며, 마지막 데파이의 슈팅으로 골문을 조준했으나 터너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후반 초반에도 실마리를 풀지 못하자 미국은 후반 22분 매케니, 웨아 대신 하지 라이트, 애런슨을 투입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다. 

네덜란드는 수비에만 전념하지 않고 공간이 열리면 빠르게 상대 페널티 박스로의 전진을 시도했다. 후반 26분 코프메이너르스의 왼발 중거리슛과 데파이의 다이빙 헤더가 모두 터너 골키퍼 손에 걸렸다. 

네덜란드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후반 30분 데파이의 백패스 미스로 공을 가로챈 라이트가 골키퍼를 제치는 데까지 성공했지만 각도가 적어 마지막 슈팅이 수비수에 걸렸다.  

미국은 후반 31분 다소 행운이 깃들인 득점으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른쪽에서 풀리식의 낮은 크로스를 라이트가 쇄도하며 뒷발에 터치된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다시 한 골을 달아났다. 후반 36분 왼쪽에서 블린트의 크로스를 반대편으로 쇄도하던 둠프리스가 왼발 다이렉트 슛으로 골망을 갈랐다. 결국 네덜란드는 2골차를 지켜내며 승리를 거뒀다. 
     
'내용보단 결과' 네덜란드, 개막 후 4경기 연속 무패 행진
 
 네덜란드의 덴젤 덤프리스(아래)가 2022년 12월 3일 토요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 네덜란드의 월드컵 16강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후 축하를 받고 있다.

네덜란드의 덴젤 덤프리스(아래)가 2022년 12월 3일 토요일 카타르 도하 칼리파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 네덜란드의 월드컵 16강전에서 팀의 세 번째 골을 넣은 후 축하를 받고 있다. ⓒ AP Photo/ 연합뉴스

 
네덜란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브라질, 프랑스, 잉글랜드, 스페인 등 우승후보 1티어급으로 분류되지 않았다. 이 팀들에 비해 스쿼드에서 열세를 보일 뿐만 아니라 최근 메이저대회에서 이렇다 할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유로 2020 실패 이후 루이 반 할 감독이 지휘봉을 잡으면서 부활의 날갯짓을 펴기 시작했다. 월드컵 유럽예선을 통과하며 8년 만에 본선 진출을 이끈 것이다. 올해 열린 A매치에서도 무패를 내달리는 등 유럽팀 가운데 가장 좋은 흐름을 유지한 것이 네덜란드였다. 

물론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서 경기력은 100% 만족스럽지 못했다. 세네갈, 에콰도르를 상대로 슈팅수 열세를 드러낼 만큼 우리가 알던 과거의 네덜란드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그럼에도 네덜란드는 착실하게 결과를 챙겼다. 프랑스, 스페인, 브라질, 포르투갈 등 조 1위 팀들이 1패씩을 떠안으며 고전한 것는 다르게 네덜란드는 A조에서 무패로 16강에 올랐다.

네덜란드의 실리축구 콘셉트는 이번 16강 미국전까지 유효했다. 수비에 치중하면서도 빠르고 직선적인 공격 전개로 미국 수비를 무너뜨렸다. 반 할 감독은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과 마찬가지로 스리백을 기반으로 하는 실리 축구로 결과를 챙기고 있다. 

월드컵 유럽예선 득점 1위에 오른 데파이는 최근 장기 부상으로 신음하며 조별리그 내내 컨디션 저하를 드러낸 바 있다. 1, 2차전에서 후반 교체 출전으로 오랜만에 실전 경기 감각을 익힌 뒤 마지막 카타르전에서야 선발로 나설 만큼 폼은 정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미국전에서는 전반 10분 선제골을 비롯해 많은 움직임과 플레이메이킹, 연계 플레이로 에이스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또, 좌우 윙백들의 활약이 눈부셨다. 수비시 좌우 윙백이 밑으로 내려오며 5-3-2를 형성하지만 공격 상황에서는 적극적으로 올라서며 미국 측면 공간을 공략하는 것이 반 할 감독의 주요 전술이다. 이 가운데 왼쪽 윙백 블린트와 오른쪽 윙백 둠프리스는 네덜란드 공격에 있어 핵심이었다. 둠프리스는 1골 2도움, 블린트는 1골 1도움으로 미국전 승리에 앞장섰다. 

반면 미국은 조별리그 B조에서 웨일스, 잉글랜드, 미국에 패하지 않으며 1승 2무를 기록, 16강에 진출하며 내심 그 이상을 기대했다. 점유율에서는 미국이 크게 앞섰는데 정작 전술 싸움에서 노련한 네덜란드를 넘어서지 못했다. 

사실 이번 월드컵은 당장의 성적보다 미래를 겨냥한 프로젝트 팀이었다. 2026년 자국에서 열리는 북중미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개최)을 위한 전초전 성격이 짙었다. 그럼에도 미국은 세대교체 성공을 바탕으로 젊은피를 앞세운 역동적인 움직임, 높은 에너지 레벨로 8년 만에 16강 진출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 카타르 도하 - 2022년 12월 4일)
네덜란드 3 - 데파이(도움:둠프리스) 10' 블린트(도움:둠프리스) 46+' 둠프리스(도움:블린트) 81'
미국 1 - 라이트(도움:풀리식) 76'

선수 명단
네덜란드 3-4-1-2 : 노페르트 - 팀버, 반 다이크, 아케(93+'더 리흐트) - 둠프리스, 더 론(46'코프메이너르스), F.더 용, 블린트 - 클라선(46'베르흐베인) - 각포(93+'베고르스트), 데파이(83'시몬스)

미국 4-3-3 : 터너 - 데스트(75'예들린), 지머맨, 림, 로빈슨(92+'모리스) - 아담스 - 매케니(67'애런슨), 무사 - 웨아(67'라이트), 페레이라(46'레이나), 풀리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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