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행사를 앞두고 단단히 준비해온 몇몇 선수는 과감한(?) 퍼포먼스까지 선보였다. 선수들과 팬들 모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양준혁야구재단이 주최하는 2022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가 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진행(양신팀 7-4 종범신팀)됐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대회를 열지 못한 2020년을 제외하고 2012년부터 매년 겨울 개최됐다. 어느덧 올해로 10회째를 맞이한 대회는 연례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KBO리그서 활약한 스타들은 물론이고 최지만과 배지환(이상 피츠버그 파이리츠), 박효준(보스턴 레드삭스) 등 해외파 선수들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레전드' 자격으로 유니폼을 입고 뛴 더스틴 니퍼트, 박용택, 마해영, 최준석도 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앞두고 그라운드에 도열한 선수들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를 앞두고 그라운드에 도열한 선수들 ⓒ 유준상

 
낯선 포지션, 타순... '퍼포먼스'까지 확실했다

매년 그랬던 것처럼 이날 역시 정식 야구 경기와는 조금 거리가 멀었다. 9이닝이 아닌 7이닝제로 경기가 치러졌을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자신의 주포지션이 아닌 곳에서 공격과 수비를 소화했다. 경쟁보다는 재미에 초점이 맞춰진 경기의 특성, 비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의 부상 방지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투수들은 내야 혹은 외야로 나가서 타구를 처리했다. 반대로 마운드에 오른 야수들은 힘차게 공을 뿌렸다. 또한 자신이 평소 소화하지 않았던 타석을 소화하는 진풍경도 볼 수 있었다. 좌타자는 우타자로, 우타자는 좌타자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우완투수 최준용(롯데 자이언츠)은 사전행사 '홈런레이스'서 홈런을 터뜨리는가 하면, 유격수로 나선 본경기에서는 호수비를 선보이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성적에 대한 부담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자선야구대회'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포지션과 타순만 파괴된 것이 아니었다. 3회에 한해서 양 팀 투수와 타자는 '복불북'으로 야구공, 알루미늄 방망이 이외의 도구로 투구 및 타격에 임했다. 테니스 라켓과 테니스공부터 핸드볼, 크리켓 배트, 탁구채, 막대기 등 각양각색의 도구가 등장했다.

독특한 퍼포먼스도 빠지지 않았다. 특히 노시환(한화 이글스)은 KBO리그에서 4년간 활약한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전 두산 베어스)의 타격 동작, 안타 후 특유의 세리머니까지 그대로 따라했다.
 
 4회말 종료 후 진행된 이벤트 경기

4회말 종료 후 진행된 이벤트 경기 ⓒ 유준상

 
월드컵 열기 그대로... '손흥민 마스크' 정철원 대회 MVP

공교롭게도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예선 최종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맞대결이 열린 당일에 자선야구대회가 개최됐다. 대한민국이 2-1로 역전승을 거두고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한 덕분일까, 행사 중간중간에 월드컵 열기가 느껴졌다.

경기 시작 전부터 고척스카이돔에 BTS(방탄소년단) 정국이 부른 카타르 월드컵 주제가 'Dreamers'가 울려퍼졌다. 또한 4회말이 끝난 이후에는 '하나된 대한민국! 8강을 향해 쏴라!'를 콘셉트로 잡은 '이벤트 경기'를 갖기도 했다. 축구공을 차거나 던져서 그라운드에 설치된 골대에 공이 달라붙게 해야 했다. 오히려 선수들보다 팬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대회 MVP 역시 키워드는 '월드컵'이었다. 몸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조별예선 내내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발휘한 손흥민(토트넘 훗스퍼)을 연상케 한 선수가 나타났다. 올해 강력한 구위를 선보이며 단숨에 팀의 필승조로 거듭났고, 정규시즌 신인왕을 거머쥔 정철원(두산)이 그 주인공이었다.

중견수로 선발 출전한 정철원은 경기 도중 축구대표팀의 트레이닝복을 입고 그라운드에 나왔다. 여기에 과자 상자로 제작한 마스크까지 착용했다. 심지어 타격과 수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팀을 승리로 이끈 만큼 MVP을 받을 자격이 충분했다.

여러 시상식에 초대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정철원이지만, 축구대표팀의 선전 기원과 팬서비스를 잊지 않았다. 대회 개최 전 '유희관보다 더 재밌을 것'이라고 장담했던 양준혁 이사장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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