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탄저균의 습격> 포스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탄저균의 습격> 포스터. ⓒ 넷플릭스

 
2011년 9월 11일, 세계의 중심이자 미국의 중심 뉴욕 한복판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항공기 테러로 무너진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이 연출된 것인데, 절대적인 강대국 미국의 시대가 저물었음을 시사했다. 그런데 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2011년 10월 4일 세상을 뒤흔들 만한 테러가 일어난다.

미국 플로리다주 보카러톤의 아메리칸 미디어 건물에서 근무하던 밥 스티븐스가 탄저균에 노출되어 사망하고 만 것이다. 미국에서 25년 만에 탄저병으로 사망한 첫 번째 사례라고 했다. 조사 결과 그는 며칠 전 사무실로 온 정체불명의 소포를 열어봤다. 하지만 당국은 테러 '사건'이 아니라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난 '사고'였다고 전한다. 하지만 FBI는 탄저균의 권위자에게 탄저균의 분석을 맡긴다. 단순 사고가 아닌 테러 사건일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탄저균은 영어로 'anthrax'라고 하는데 피부와 소화기를 통해 감염되는 형식과 호흡기를 통해 감염되는 형식이 있다. 그중 스티븐스가 감염된 건 호흡기형이었는데, 초기에 항생제를 투여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80% 이상에 달했다. 무시무시한 생화학 무기이기도 한 탄저균, 스티븐스의 사망으로 미국은 다시 한번 밑도 끝도 없는 불안의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2001년 탄저균 테러 공포의 한가운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탄저균의 습격>은 2001년 10월 초부터 시작되어 2010년 2월 공식적으로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근 10여 년간 계속된 '탄저균 테러 공포', 즉 '백색 공포'의 이모저모를 다뤘다.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며 사회적인 문제로서의 시선으로 접근하려 하지 않았고, 결국 미제 사건으로 끝나버린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려 했다. 누가 왜 그런 짓을 저지른 걸까?

당연히 최우선적으로 용의선상에 오른 건 9.11 테러와 연관된 이슬람 테러 조직이었다. 미국 입장에선 2001년 9~10월에 일어난 일련의 역대급 사건들이 명명백백 미국을 무너뜨리겠다는 저의에서 비롯되었다고 봤다. 하지만, 과학적 증거를 들여다보니 미국 내에서 일어난 범행일 가능성이 지극히 높았다. FBI는 수사 방향을 국내로 틀 수밖에 없었다. 

작품을 연출한 댄 크라우스 감독은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활발히 오가며 필모를 쌓아 왔는데, <케빈 카터의 죽음>과 <익스트리미스> 두 단편 다큐멘터리는 아카데미 시상식 단편 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바 있다. 나아가 작품을 제작한 BBC 스튜디어는 명실공히 차원이 다른 걸작 다큐멘터리를 선보이는 곳으로 유명한데, 탄탄하면서도 선입견 없는 다큐의 진수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탄저균 테러 사건의 범인은?
 
 넷플릭스 <탄저균의 습격>의 한 장면

넷플릭스 <탄저균의 습격>의 한 장면 ⓒ Netflix

 
엄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해 허무하게 시간이 흐른 후 당시 FBI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수사를 펼친 끝에 미 육군 생화학전연구소(WRAIR)로 이목이 집중된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으로 DNA 분석에서 나아가 전체 게놈을 배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곤 탄저균의 DNA 지문을 수집한 모든 샘플과 비교했다. 그 결과 하나의 플라스크 'RMR-1029'로 귀결되었다.

다름 아닌 브루스 아이빈스가 만든 실험용 탄저균 포자였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그 플라스크에 접근할 수 있었다. 더군다나 아이빈스 박사는 정부 내에서 존경받고 유능한 과학자로 탄저균 테러 사건에서 FBI가 무엇을 추적해야 하는지 가장 성심성의껏 조언한 이였다. 이에 FBI는 기간을 정해 놓고 그 기간에 RMR-1029에 접근한 이가 누구인지를 찾는다. 아무래도 아이빈스가 수상했다. 

그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허구헌날 밤늦게 퇴근하고, 이름을 숨겨 여기저기에 사서함을 가지고 있었다. 편집증도 있었고, 어느 하나에 심각하게 집착하는 경향도 있었다. 동료와 교류하는 데 큰 관심이 없었고 혼자만의 세계에서 유영했다. 결정적으로 그는 자신이 탄저균 테러의 진범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이쯤 되면, 이 다큐멘터리가 탄저균 테러 사건에 대한 이야기인지 탄저균 테러의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자살하고 만 브루스 아이빈스에 대한 이야기인지 헷갈린다. <어벤져스> 등의 쉴드 요원 필 콜슨 역으로 유명한 배우 클라크 그레그까지 투입시켜 세상에 없는 아이빈스 박사를 재현하고 있으니 말이다.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사건의 이면

물론 <탄저균의 습격>이 사건 당시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이들을 대거 인터뷰하며 신뢰를 높였음은 물론이다. 사건 담당 FBI 수사관들은 물론 피해 생존자들과 억울하게 유력 용의자로 몰렸던 이의 변호사까지 직접 나와 당시를 회상한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생화학 테러 사건이었던 만큼 전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으니, 20년도 더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이 다큐멘터리에서 바랐던 건 탄저균 테러 사건에 관한 보다 거시적이고 사회적인 음모론이 조금 가미된 통찰이었다. 공교롭게도 테러 사건이 터진 당시가 9.11 테러 직후라는 점과 범인이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 집단이 아니라 미국인이었다는 점이 여러모로 심히 미심쩍기 때문이다. 결국 그렇게 범인에 가장 근접했던 브루스 아이빈스 박사조차 범인이라고 100% 확신하지 못한 채 죽었으니 미심쩍고 황망한 마음이 더한다. 과연 이렇게 흐지부지 미궁 속으로 빠지게 놔뒀어야 하는 사건인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생화학 테러 사건, FBI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들인 사건 등 세상을 요동칠 만한 수식어를 가져다 붙였지만 결국 미제로 끝나게 되었으니, 실상은 그리 심각한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저 세상의 이목을 9.11 테러로부터 빨리 벗어나게 하려는 미국의 술책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마저 든다. 설마 사람 목숨과 마음을 가지고 그런 짓을 벌이진 않았을 거라 믿는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형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singenv.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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