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하에 온 지 일주일 만에 드디어 경기가 없는 날이다. 

휴가를 온 것이 분명한데, 아직도 회사를 다닌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주 5일을 꽉 채워서 경기장으로 출근을 하고 난 후에서야 '보러 갈 경기가 없는' 쉬는 날이다. 도하에서의 17일 중, 첫 일주일의 일정은 완벽한 강행군이었다. 여기에 옮겨본다.

1일차 11월 20일 일요일. 개막전 직전에 도하에 도착해서 숙소에 짐을 풀고는 개막전을 TV로 보았다.
2일차 11월 21일 월요일. 미국과 웨일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아흐메드 알 빈 경기장에 다녀왔고, 경기는 양 팀 모두 1점씩 나눠가지며 1 대 1로 비겼다.
3일차 11월 22일 화요일. 튀니지와 덴마크의 경기가, 우리 팀의 세 경기가 벌어지는 에듀케이션 시티에서 벌어졌고, 득점 없이 비겼다.
4일차 11월 23일 수요일. 크로아티아와 모로코의 경기가 알베이트 경기장에서 있었고, 버스기사의 초보운전으로 고생했던 날이었다. 경기는 득점 없이 비겼다.
5일차 11월 24일 목요일. 대한민국의 첫 경기 일이다. 상대는 남미의 강호인 우루과이였고 대한민국은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주며 선전했다. 경기는 아쉽게도 득점 없이 비겼다.
6일차 11월 25일 금요일. 미국과 잉글랜드의 경기가 알베이트 경기장에서 있었다. 잉글랜드의 쉬운 승리가 예상되었지만, 미국팀의 강력한 저항으로 경기는 득점 없이 비겼다.

 
러시아 월드컵 여행일지 러시아 월드컵은 모두 여섯개의 경기를 보는데에도 이동에 걸리는 시간들에 힘든 일정이었다.

▲ 러시아 월드컵 여행일지 러시아 월드컵은 모두 여섯개의 경기를 보는데에도 이동에 걸리는 시간들에 힘든 일정이었다. ⓒ 이창희

 
이번 카타르 월드컵은 여러 가지 처음의 순간을 선사한다. 경기장이 도하를 중심으로 2시간 이내에 모여 있으니, 이동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서 경기를 더 많이 볼 수 있다. 매일 새로운 경기를 보는 것은, 이전의 월드컵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

벌써 까마득하지만, 지난 2018년의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한국전 세 경기 이외에 보고 싶은 경기를 세 경기를 추가하느라, 러시아에서의 17일 일정 중 4일을 기차에서 잠을 자야 했다. 그에 비하면 이번 여행은 굉장하다. 덕분에 거의 매일을 경기장에서 축구를 볼 수 있었고, 이렇게 첫 주의 5일을 보내고 났더니 몸이 천근만근이다. 회사를 이렇게 열심히 다녔어야 하는 건가? 하하하!

현장에서 본 다섯 번의 경기
 
도하 숙소의 아침상 같이 묶는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챙겨먹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소세지와 한국의 어묵탕이 함께하는 식탁이에요. 든든하게 먹고 다니는 중입니다.

▲ 도하 숙소의 아침상 같이 묶는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챙겨먹고 있습니다. 필리핀의 소세지와 한국의 어묵탕이 함께하는 식탁이에요. 든든하게 먹고 다니는 중입니다. ⓒ 이창희

 
"너는 가나전, 축구장에 오지 말고 숙소에서 봐!"

하지만, 문제는 거기에 있지 않다. 앞에서도 정리했지만, 내가 현장에서 본 다섯 경기가 모두 승부를 결정짓지 못했다. 카타르 현지에서 매일 펼쳐지는 네 개의 경기가 이변과 경이감의 연속인 반면, 물론 축구를 점수로만 평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게 내가 골라낸 다섯 개의 경기에서는 모두 무승부란 말이냐.

같이 여행을 떠난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제일 먼저 하는 얘기가 "경기장에 오지마"였다. 가나와의 두 번째 경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중요한 경기이니, 경기장에서 직관하지 말고 숙소에서 TV로 보라는 거다. 정말 고민이다. 
 
쉬는 날 친구네집 놀러가기 모처럼 쉬는 날, 친구네 집에 도시락을 사들고 놀러가는 중입니다. 멀리로 노을이 너무 예쁘네요.

▲ 쉬는 날 친구네집 놀러가기 모처럼 쉬는 날, 친구네 집에 도시락을 사들고 놀러가는 중입니다. 멀리로 노을이 너무 예쁘네요. ⓒ 이창희

 
모쪼록 숨 가쁜 일주일이 바쁘고 즐겁고 행복하게 흘러가고 있다. 카타르의 겨울은 전혀 익숙하지 않고, 수많은 관광객들과 응원단들로 바쁘게 움직이는 도시는 혼란스럽다. 그럼에도 이들이 준비하고 정비하는 시스템을 현지에서 확인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무엇보다, 축구에 절대 강자는 없다는 듯 이변이 속출하고 있는 월드컵의 결과는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카타르 사람들은 몰려든 외국의 관중들에 놀라기도 하지만, 우리가 카타르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 꽤나 궁금한 모양이다. 카타르에서의 경험이 어떤지, 월드컵에 대한 인상은 어떤지를 계속 물어본다. 세계 최대의 축제를 유치한다는 것이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영향을 미치는 일이란 걸 깨닫는다. 그들의 다음은 분명 2022년 이전과는 다를 것이다. 우리가 2002년에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찬란한 도하의 야경 가뜩이나 예쁜 도하의 야경안에 '카타르월드컵 2022' 조명이 보입니다. 너무 예뻐요!

▲ 찬란한 도하의 야경 가뜩이나 예쁜 도하의 야경안에 '카타르월드컵 2022' 조명이 보입니다. 너무 예뻐요! ⓒ 이창희

 
수끄 와키프 한국관의 이벤트 관광지인 수끄 와키프 한국관에서는 아이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멋지네요! 한국관이 가장 인기가 많았어요!

▲ 수끄 와키프 한국관의 이벤트 관광지인 수끄 와키프 한국관에서는 아이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멋지네요! 한국관이 가장 인기가 많았어요! ⓒ 이창희

 
알베이트 셔틀버스가 보여준 루사일 경기장 지난 4일차에 알베이트 경기장까지 한참을 헤맸던 셔틀버스 기사님 덕분에 루사일을 볼 수 있었던 거였다. 6일차 2차 관람을 위해 정상 루트를 따라가며 알게된 사실입니다.

▲ 알베이트 셔틀버스가 보여준 루사일 경기장 지난 4일차에 알베이트 경기장까지 한참을 헤맸던 셔틀버스 기사님 덕분에 루사일을 볼 수 있었던 거였다. 6일차 2차 관람을 위해 정상 루트를 따라가며 알게된 사실입니다. ⓒ 이창희

 

덧글) 지난 4일차 셔틀버스 기사님의 초보운전으로 한참을 고생했던 알베이트 경기장까지의 루트를 6일차에 한 번 더 가면서 발견한 사실! 지난번 기사님은 아예 전혀 다른 길로 갔던 것이고, 그때는 오른쪽에 결승전이 벌어지는 루사일이, 왼쪽에 목적지인 알베이트가 있었는데, 두 번째 가는 길에서는 전혀 달랐다. 셔틀버스라기보다는 경기장 관람 버스였던 모양이다. 이 정도라면, 차라리 행운이었다고 해야 하는 걸까(관련기사: 월드컵 보러 갔는데... 길 모르는 기사, 험악해진 버스 안).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