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에선 최근 뜨거운 열기 속에 치르고 있는 2022 카타르 월드컵 응원전을 신속히 내용으로 그려냈다. 한국팀 경기를 출연진이 함께 지켜보며 이에 대한 반응을 영상으로 옮기는 건 가장 흔한 예능 속 모습 중 하나였다.  

이번 <놀면 뭐하니?>에선 특이하게도 상황극 및 부캐를 활용한 방식으로 응원전을 펼쳤다. 7인 멤버 체체의 시작을 알렸던 '선생 유봉두'편을 가져온 것이다. 시골학교 선생님 유봉두와 나이를 의심케 하는 학생들이 벌이는 좌충우돌 상황극이 재미를 줬던 것에 착안해 그의 집에 모여 축구 응원을 펼치는 구상을 마련했다.

​흥분한 아이들을 진정시키다가 외려 본인이 더욱 흥에 겨워 경기를 지켜보는 유봉두를 비롯해서 당시 교체 멤버로 출전한 2022 시즌 K리그 득점왕에 빛나는 조규성(전북 현대)에 반한 이미주, 미나(신봉선), 박진주의 치열한 경쟁(?)이 과몰입 응원전으로 연결되어 웃음을 유발하기도 했다. 

월드컵을 맞이한 예능의 자세… 피하거나, 즐기거나
 
 지난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지난 26일 방영된 MBC '놀면 뭐하니?'의 한 장면. ⓒ MBC

 
​그동안 월드컵 또는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 기간을 맞이한 예능의 대응 자세는 보통 2가지로 압축된다. "피하거나", 혹은 "즐기거나"였다. 대회 및 현지 시차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보통 조별 리그 경기는 저녁 내지 밤시간에 열리는 게 대부분이었다. 지상파 3사 채널은 대회 기간 내내 월드컵 체체로 변경되기 때문에 중요 경기 생중계가 편성되는 대부분의 예능 및 드라마는 결방이 되는 게 기본이었다.

​이번주만 해도 대다수의 평일 저녁, 밤 시간대 예능 및 드라마는 아쉽게도 방영되지 않았다. 이러한 흐름은 다음주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 대 가나 경기가 열리는 28일(월)에는 중계 방송과 무관한 케이블, 종편 인기 프로그램 까지 방영 시간대를 급히 바꾸거나 (tvN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 한 주 휴방(JTBC <최강야구>)을 선택했다. 

​반면 다행히 중요 경기 일정과 겹치지 않아 정상 방영되는 예능에선 월드컵을 소재로 내용을 담아 시류에 편승하는 방식을 택하곤 한다. 인기 축구 예능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은 조별리그 맞상대 국가인 포르투갈을 방문해 그곳의 축구 문화를 화면에 담는가 하면 카타르 현지로 날아가 열띤 응원전 모습을 조만간 소개할 계획이다. <놀면 뭐하니?>처럼 직접 외국으로 날아가지 못하는 프로그램에선 국내에서의 응원전 에피소드 등을 다루는게 일반적인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경규가 간다> 월드컵 응원 예능의 원조
 
 샌드박스의 유튜브 채널 '흥마늘스튜디오'가 제작한 'RE경규가 간다'

샌드박스의 유튜브 채널 '흥마늘스튜디오'가 제작한 'RE경규가 간다' ⓒ 샌드박스

 
월드컵과 예능의 가장 성공적인 결합은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인기 코너 <이경규가 간다>를 손꼽을 수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홀로 현지로 날아간 이경규는 네덜란드전 0대5 대패에 눈물 흘리고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극적인 동점골 등을 몸으로 체험하면서 그곳의 분위기를 안방까지 생생히 전달해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4년 후인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선 현장 관전을 통해 4강 신화 탄생의 생생함을 성공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때의 방송은 십수년에 걸쳐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이 이뤄질 만큼 '월드컵 응원 예능'의 가장 모범적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선 특이하게도 당시 조별리그 맞상대인 아프리카의 낯선 나라 토고에 VJ 찰스를 보내 독특한 현지 문화를 즐기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 이후 <이경규가 간다>라는 단독 예능은 제작되진 않았지만 월드컵 현장에는 어김없이 예능 대부가 함께 자리에 존재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선 KBS <남자의 자격>을 통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는 SBS <힐링캠프>와 함께 한국 축구의 선전을 기원한 바 있다. 2018년 잠시 쉬어갔던 이경규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선 유튜브 웹 예능으로 다시 축구의 현장 속으로 뛰어들었다. 샌드박스의 유튜브 채널 흥마늘 스튜디오가 제작하는 <RE경규가 간다>로 유튜버 오킹과 더불어 다시 대회 관전에 나선 것이다.

직접 브라질로 날아갔던 <무한도전>
 
 지난 2014년 방영된 MBC '무한도전' 브라질 응원단 편.

지난 2014년 방영된 MBC '무한도전' 브라질 응원단 편. ⓒ MBC

 
놀면 뭐하니 이전 토요일 MBC 간판예능 <무한도전>에서도 월드컵은 주요 웃음의 소재로 활용되었다. 2006년 월드컵에선 자취방 2개를 마련해 한쪽에는 아프리카인, 다른 한 곳엔 무한도전 멤버들과 절친 김현철이 출연해 동일한 상황 속 서로 다른 분위기를 화면에 내보내 재미를 마련했다.  

여러 종류의 장기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했던 2010년에는 별다른 월드컵 관련 내용 없이 지나갔던 <무한도전>은 2014년엔 응원단 특집을 시작으로 수개월에 걸쳐 브라질 월드컵 특별 기획을 마련해 눈길을 았다. 무한도전 멤버들을 축으로 연예인 원정 응원단을 결성하기 위해 오디션을 치르고 대학교 응원단으로부터 실전 수업까지 받는 등 만반의 준비를 대회 개최 몇달 전부터 돌입했었다.  

그런데 멤버 길의 음주 운전 하차로 인해 그가 만들었던 응원곡은 그대로 폐기되었고 새 응원곡을 만드는 등 우여곡절이 빚어진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한국 대표팀의 졸전 속 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월드컵 열기가 한순간에 식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손예진, 정일우 등 스타들까지 대동하고 멀리 브라질 까지 날아갔던 무한도전 팀의 응원 프로젝트는 생각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고 다소 흐지부지 분위기 속에 막을 내리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in.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놀면뭐하니 이경규가간다 무한도전 월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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