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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등 언론을 향한 윤석열 정부의 공세가 심상치 않다. '9월 뉴욕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은 윤 대통령 동남아 순방 직전 'MBC 기자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로 이어졌다. 

탑승 배제에서 끝난 게 아니었다.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가짜뉴스" "악의적 행태"라고 했고, 이에 MBC 기자는 무엇이 악의적인지 반문했다. 그러자 여당에선 '대기업이 MBC에 광고를 하지 말아야 한다' '팔짱 끼고 슬리퍼를 신어서 무례하다' 등의 주장을 제기하면서 MBC 민영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일련의 상황을 MBC 내부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지난 24일 최성혁 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최 본부장과 나눈 일문일답.

"선을 넘은 광기의 수준... 윤석열 정부, 상당히 노골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출근길 질의 응답하는 윤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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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여당이 언론을 탄압하는 모양새입니다. 그 중심엔 MBC가 있고요. 어떻게 보나요?

"최근 상황은 '언론 자유 파괴' '민주주의 퇴행'으로 역사에 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MBC를 겨냥한 정부여당의 탄압과 광고 불매 압박 그리고 대통령실의 출입기자 징계 요구와 지지 세력들의 테러 위협은 한마디로 '선을 넘은 광기의 수준'입니다."

- 2008년 이명박 정부의 언론탄압 상황과 비교한다면?

"당시보다 탄압의 방식이 상당히 노골적이에요. 국민적인 비판과 저항 등 어떤 반응에 대해서도 정부여당이 전혀 신경쓰지 않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인 차이 같아요."

- 윤 대통령 뉴욕 순방 중 욕설·비속어 논란이 일었고, 첫 보도를 MBC가 했죠. 이 논란이 잊히는 듯했다가 이번에 전용기 탑승 배제로 재점화됐어요. 어떻게 평가하나요?

"논란이 가라앉았다기보다는 'MBC 죽이기'가 더 노골적으로 진행됐고, 방법도 매우 몰상식한 수준이었다고 평가합니다. 저희가 볼 때는 욕설·비속어 보도에 대한 대통령실의 대응이 수면 아래서 노골적으로 이어져 전방위적인 MBC 탄압이 진행되고 있던 과정이라고 봅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뿌리고, 기자들 사이에서 MBC가 따돌림 당하게끔 이간질하는 옹졸한 방법이 동원됐다고 평가해요."

"MBC 사장 교체기 얼마 안 남아... 입맛 맞는 사장 선임 위한 시나리오로 본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 건물.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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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실이 MBC 취재진을 전용기에 탑승시켰더라면, 이 문제가 재부상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 않나요?

"비속어 보도 논란 외에도 대선 이전부터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의혹을 다룬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의 보도, 취임 초 나토 정상회의 참가시 일반인 전용기 탑승 보도 등 MBC 보도에 대한 불만이 지속됐다고 봅니다. 저는 이번 전용기 탑승 배제 조치가 없었다고 해도, 또 다른 방식으로 계속해서 이슈가 발생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단순히 욕설·비속어 보도 때문만은 아니다?

"그렇죠. 전 윤석열 정부가 자신들에게 비판적인 대표적 언론사를 MBC로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계속해서 MBC에 불공정 보도라는 왜곡된 프레임을 씌워 공격하고, 현재까지도 각종 사정기관을 동원해 압박하고 있는 것 아닐까요? 단순히 비속어 보도 논란 하나 때문에 벌어진 상황이라고 보긴 어렵죠. 몇 개월 남지 않은 MBC 사장 교체기를 앞두고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장을 선임해 MBC를 장악하기 위한 시나리오가 작동하고 있다고 봅니다."

- 그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를 바꿔야 하는 것 아닌가요?

"대통령 취임 초부터 방통위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게 그런 이유 아닐까요? 최근엔 김행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MBC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 결과를 반영해 방문진 이사들을 전원 해임해야 한다'는 뜬금없는 주장을 하기도 했어요. 이런 일련의 상황들은 배후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 세무조사도 정치적인 목적이 깔려 있었다고 보는 건가요?

"당연히 그렇다고 판단합니다. 세무조사 결과로 국세청이 520억 원 대의 추징금을 부과했는데 그중 상당액(약 400억 이상)이 구 여의도 사옥 매각 과정에 부과한 겁니다. 그런데 제가 알기론, 매각 당시 MBC는 정확한 회계와 세무 처리를 위해서 한국회계기준원과 국세청에 공식 질의를 했어요. 그리고 두 기관의 답변을 받아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했고요. 그런데 지금 국세청은 당시 MBC의 질의에 자신들이 내놓은 답변을 무시한 채, 매각 부분을 다시 문제삼아 MBC가 세금을 탈루했다고 판단하는 겁니다. 말이 안 되죠."

"악의적인 건 오히려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최성혁 언론노조 MBC 본부장
 최성혁 언론노조 MBC 본부장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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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남아 순방 때 MBC 전용기 탑승 배제를 두고 대통령실은 '악의적 가짜뉴스에 따른 책임의 일환'이라는 입장인데요.

"악의적인 건 오히려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아닌가 생각해요. 대통령 본인이 내뱉은 욕설을 있는 그대로 다룬 MBC 보도를 일방적으로 '가짜뉴스'라고 주장한다면, 먼저 그 근거를 논리적으로 입증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슬리퍼 타령이나 하고 있으니... 국민들도 이해는커녕 대통령과 대통령실의 적반하장식 행태에 분노하는 것 아니겠어요?"

- '슬리퍼 타령'은 MBC 기자가 현장에서 슬리퍼를 신고 팔짱을 끼고 있어 무례하다는 국민의힘의 지적을 말하는 거군요.

"그건 메시지를 가리기 위한 전형적인 메신저 공격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을 대변하는 기자의 예의의 척도는 바로 질문 행위 그 자체입니다. 과거 박근혜 정권 당시 청와대 출입기자가 질문도 못하면서 공손하게 두 손 모으고 옆에 서 있었던 모습들 기억하고 계실 겁니다. 과연 그게 제대로 된 출입기자의 모습일까요?

용산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들의 근무지입니다. 일하는 공간에서 편한 신발을 신고 있다가 미처 갈아신지 못한 건 크게 봐야 부주의에 대한 책임 정도일 겁니다. 오히려 본인의 사과 한 마디면 끝났을 일임에도 대통령은 책임을 언론에 뒤집어씌우고 탄압을 해요. 그 결과 일베와 같은 극렬 지지자들까지 나서 기자에 테러 협박을 했어요. 이런 현실을 보면서 이 정부가 대한민국을 책임질 수 있는 정부가 맞는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 18일 출근길 문답 때 윤 대통령은 MBC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그냥 갔죠.

"국민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이죠."

"MBC 민영화? 특정 대주주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비열한 의도"

- 여당의 공세도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의힘 비대위원인 김상훈 의원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삼성 등 여러 기업이 MBC에 광고를 하면 안 된다는 식의 발언을 했어요. 

"대통령께서 직접 MBC 탄압에 앞장서니 여당 인사들도 충성경쟁하듯 망발을 일삼고 있습니다. 여당 비대위원의 광고 불매 압박 같은 건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MBC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광고 불매 압박은 유신시대나 자행되던 일로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선 실정법에도 위반되는 명백한 범죄행위입니다."

- 국민의힘에선 'MBC는 민주노총에 의한 노영방송'이라면서 MBC 민영화 이야기가 나옵니다. 어떻게 평가하나요? 

"MBC를 민영화시켜야 공정방송이 된다는 게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의 논리예요. 그런데 민영화와 공정방송 사이에 어떤 인과관계가 있죠? MBC는 공영방송으로서 지금까지 언론의 공정성을 잘 이끌어나가고 있어요. 많은 국민들이 MBC를 응원하고 있는 이유기도 합니다. 많은 학자가 MBC가 추구하는 공정성의 배경으로 '공영방송' 구조를 지목하기도 합니다.

MBC 민영화론은 결국 MBC의 공정방송을 막고, 특정 대주주의 영향력 아래 두겠다는, 특정한 정치세력의 비열한 의도일 뿐입니다. 또한 민영화가 실제로 쉽게 진행될 수도 없다고 봐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전후 4대 공영방송 보도를 비교하는 피켓을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이번 참사와 관련해 방송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이번 참사, 방송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 언론 탓하는 박성중 의원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태원 압사 참사 전후 4대 공영방송 보도를 비교하는 피켓을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 박 의원은 이날 "이번 참사와 관련해 방송사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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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이야기 나눈 과정을 거쳐 결국 21일 대통령실은 출근길 문답을 중단하겠다고 했죠.

"모든 것이 MBC 탓이라고 하기 위한 조치 아닐까요? 대통령실 대응을 보면 MBC와 다른 언론을 이간질하고 갈라치기 하려는 게 아닌가 의심됩니다. 어떤 언론사든 앞으로 정권에 밉보이거나 비판을 하면 MBC처럼 될 수 있다는 신호를 심어주려는 대통령의 의중도 담겨 있다고 봅니다. 대통령의 몰상식하고 시대착오적인 언론관 그리고 아집과 독선이 계속 이어진다면 분명히 언젠가 폭압·불통을 꾸짖는 국민적 저항을 보게 될 것입니다."

- 향후 예상되는 정부의 대언론 혹은 대 MBC 정책이 있다면?

"현 정부는 언론 정책이라고 불릴만한 그 어떤 것도 제시하지 않고 있어요. 뭔가 있다면 그 정책을 내어 놓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 논의해야죠. 그런 건 전혀 없이 몇 달 안 남은 MBC 사장 교체기를 두고 현 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사인 MBC를 본인들 입맛에 맞는 MBC로 바꾸기 위한 작업들만 진행되고 있는 듯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노조 MBC본부는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기틀을 무너뜨리는 윤석열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국민들과 함께 끝까지 맞설 것입니다."

태그:#최성혁, #MBC, #언론탄압,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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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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