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만인의 연인> 관련 이미지.

영화 <만인의 연인> 관련 이미지. ⓒ 시네마달


어딘지 모르게 우울하고 불안해 보이는 유진(황보운)은 여러 아르바이트를 전전한다. 전단지를 돌리기도 하고, 돌연 피자 가게 서버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한창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려도 시간이 모자랄 때지만 그것보단 생활비를 버는 게 우선이다.
 
영화 <만인의 연인>은 자기감정 표현에 서툴면서도 변화하는 마음과 주변 상황을 마주해야 했던 유진의 성장기다. 여느 청춘 영화처럼 사춘기를 지나는 질풍노도의 시기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지만 보다 그 속살을, 특히 그간 사랑의 대상에 머물곤 했던 10대 여성의 심리 변화를 끈질기게 묘사한다.
 
유진은 한부모 가정 구성원이다. 엄마(서영희)는 이미 한 번 사랑에 실패한 뒤 또다른 남자를 찾았는데, 유진 눈에는 성에 차지 않는다. 이혼 위기에 몰리긴 했지만 엄연히 그 남자는 가정이 있기 때문이다. 불륜이냐 사랑이냐 따지기도 전에 엄마는 유진을 방치하기 일쑤고, 그럴수록 본능적으로 유진은 홀로서야만 한다는 어떤 압박에 시달린다.
 
 영화 <만인의 연인> 관련 이미지.

영화 <만인의 연인> 관련 이미지. ⓒ 시네마달

 
 영화 <만인의 연인> 관련 이미지.

영화 <만인의 연인> 관련 이미지. ⓒ 시네마달


영화의 중심 사건은 단연 사랑이다. 피자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어느덧 대학생이 된 경찰공무원 지망생, 그리고 또래면서 피자 가게에서 배달일을 하는 친구 사이에서 유진은 고뇌한다. 둘 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하지만 전자는 뭔가 성의 없고 비겁해 보인다. 후자는 지극정성이지만, 정작 유진 스스로가 열렬하게 좋아하는 것 같진 않다. 갈팡질팡하며 애매한 선택을 하는 사이 두 사람 모두 잃고 마는 과정이 이 영화의 백미다.
 
이처럼 그냥 스쳐 지나갔을 법한 미세한 소녀의 감정 변화가 영화의 핵심이다. 누군가는 엄마처럼 바람을 핀 거 아니냐 질타할 수도 있다. 피자 가게 점장의 친절함도 제대로 거부하지 못한 채 응대하다가 연인에게 의심을 사는 대목에선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출신으로 이번 영화로 장편 데뷔를 알린 한인미 감독은 22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언론시사회에서 "좋아하던 영화들을 봤을 때 10대 여성에 대한 욕망이 대상화되는 것 같아서 편협하고 좁은 시선이라는 생각에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며 연출 계기를 밝힌 바 있다.
 
작정하고 10대 여성의 변덕 혹은 반응의 변화를 쫓아가고자 한 감독의 결심이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 자칫 너무 사적 이야기이기에 보편적 공감대를 얻기 어렵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감독이 주제 의식을 끝까지 밀고 나가려 한 뚝심은 인정받아야 할 것이다. 배우 황보운, 홍사빈, 김민철 등 최근 여러 청춘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젊은 배우들 면면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도 반가운 사실이다.
 
한줄평: 대체로 섬세하다. 한 여름의 수채화 같은 영화
평점: ★★★(3/5)

 
영화 <만인의 연인> 관련 정보

영제: Nobody's Lover
연출: 한인미
출연: 황보운, 서영희, 홍사빈, 김민철, 전석호, 우지현, 박정연, 이유지
제작: ㈜시네마 달
공동제작: 동산시네마
제작투자: KC벤처스
배급: ㈜시네마 달
러닝타임: 129분
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2022년 12월 1일
 
 
만인의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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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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