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제마 없어도 완벽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 호주에 4-1 역전승 프랑스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왼쪽)가 2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가운데)와 수비수 테오 에르난데스와 기뻐하고 있다. 프랑스는 간판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낙마했으나 이날 지루의 멀티골로 호주를 4-1로 꺾었다.

▲ 벤제마 없어도 완벽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 호주에 4-1 역전승 프랑스의 공격수 올리비에 지루(왼쪽)가 22일(현지시간) 카타르 알와크라 알자눕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D조 1차전 호주와의 경기에서 득점한 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가운데)와 수비수 테오 에르난데스와 기뻐하고 있다. 프랑스는 간판 공격수 카림 벤제마가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낙마했으나 이날 지루의 멀티골로 호주를 4-1로 꺾었다. ⓒ AFP=연합뉴스

월드컵 축구장의 골들이 점점 더 아름다운 꽃들로 진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유독 어시스트 순간들이 아트 사커 그 자체였다. 축구 게임에서 골을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크로스의 다양한 유형과 그 정확도가 어느 수준에 이르렀는가를 한눈에 알 수 있는 명장면들이 프랑스와 호주가 만난 D조 첫 게임에서 여러 차례 입증됐다. 크로스 만큼이나 놀라웠던 것은 이례적으로 이 게임에서 오프 사이드 깃발이 단 한 번도 올라가지 않았다는 점이다.

디디에 데샹 감독이 이끌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한국 시각으로 23일(수) 오전 4시 카타르 알 와크라에 있는 알 자눕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2 카타르 월드컵 D조 호주와의 첫 게임을 4-1로 역전시키며 대회 개막 전 우려를 씻어냈다.

오프 사이드 학습 효과, 우연?

팀 플레이의 결정체인 축구도 집단 지성의 긍정적인 영향을 받으며 진화하고 있다. 이 게임 몇 시간 전에 우승 후보라 불리던 아르헨티나가 사우디 아라비아를 만나서 1-2로 역전패하며 분루를 삼켰다. 사우디 아라비아의 치밀한 오프 사이드 함정에 아르헨티나 선수들이 무려 10번이나 걸려든 바람에 골도 취소되었고 스루 패스와 공간 침투 타이밍을 제대로 잡아내지 못한 것이다.

이 중요한 흐름을 모를 리 없는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가 오프 사이드 학습 효과를 입증하듯 호주와의 첫 게임에서 다른 공격 방법으로 멋진 역전승을 이끌어낸 것이다. 프랑스는 물론 상대 팀 호주도 오프 사이드 기록이 0으로 찍힌 매우 이례적인 게임 기록지가 나왔다. 그 대신 크로스의 향연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정도로 이 게임은 다양한 유형의 크로스로 멋진 순간들을 연출했다.

게임 시작 후 8분 24초 만에 호주의 첫 골이 나왔다. 디펜딩 챔피언의 월드컵 잔혹사가 바로 떠오를 수 있는 흐름이었다. 대회 개막 전부터 프랑스 대표팀에는 부상 악재가 쏟아졌는데 이 실점 과정에서도 왼쪽 풀백 루카스 에르난데스가 무릎이 틀어지는 바람에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슬프게도 형이 부상으로 빠지며 동생인 테오 에르난데스가 그 자리로 들어와 뛰게 된 것이다. 발롱도르 주인공 카림 벤 제마, 다재다능한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와 폴 포그바 이외에도 유능한 필드 플레이어들을 월드컵 개막 전에 부상으로 잃은 아픔이 가시지도 않은 상태에서 또 핵심 선수가 쓰러졌다. 결국 루카스 에르난데스는 병원에서 동료들을 TV로 응원하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런데 호주의 첫 골부터 크로스 궤적이 남달랐다. 오른쪽 측면에서 매튜 레키가 빠른 타이밍의 얼리 크로스를 낮게 깔아 보내주었고 반대쪽에서 이 크로스 타이밍을 읽은 크레이그 고딘이 달려들어 왼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차 넣은 것이다. 역습 속도를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현대 축구에서 얼리 크로스의 궤적이 얼마나 위력적인가를 보여주는 명장면이었다. 

첫 골을 먼저 내준 것도 모자라 동료의 부상 낙마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프랑스 선수들이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은 것도 역시 크로스의 멋진 궤적이었다. 26분 1초에 프랑스는 동점골 희망을 봤다. 코너킥 세트피스 기회에서 세컨드 볼 소유권을 따냈고 형 대신 교체 선수로 들어온 테오 에르난데스가 왼쪽 측면 후방에서 아름답게 휘어지는 크로스를 올려주었고 아드리앙 라비오가 헤더 골을 넣은 것이다.

프랑스는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역전 결승골까지 만들어냈다. 역시 크로스에 의한 공격 방법이 주효했다. 31분, 비교적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시도하여 호주의 후방 빌드업 실수를 이끌어냈고 음바페의 라인 브레이킹 스루 패스가 일품이었다. 오프 사이드 함정을 피해 왼쪽 끝줄 방향으로 빠져나가며 공을 받은 아드리앙 라비오가 날카로운 각도로 컷 백 크로스를, 이 궤적을 읽은 올리비에 지루가 빈 골문이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한숨을 돌린 프랑스는 후반전에도 기막힌 크로스 궤적을 자랑하며 역전승의 마침표를 정확하게 찍어냈다. 67분 2초에 우스만 뎀벨레의 오른쪽 측면 왼발 로빙 크로스를 받은 킬리앙 음바페가 방향을 살짝 바꾸는 헤더 골을 넣었다. 그리고 3분 47초 후에는 음바페가 왼쪽 측면으로 빠져나가 부드러운 왼발 로빙 크로스로 올리비에 지루의 헤더 골을 도왔다. 

비록 골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50분에 테오 에르난데스의 왼쪽 측면 로빙 크로스가 골문 앞으로 날아들었고 올리비에 지루의 왼발 가위차기 묘기가 이어졌다. 공인구가 호주 골문 왼쪽으로 살짝 벗어나기는 했지만 측면 크로스가 만드는 위력적인 순간들이 얼마나 놀라울 수 있는가를 분명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프랑스와 호주 선수들이 엮어낸 다양한 크로스 어시스트 순간들(측면 로빙 크로스, 컷 백 크로스, 얼리 크로스)은 상대 팀 수비수들이 만든 오프 사이드 함정이 무색할 정도로 아름다웠고 완벽했다. 작정하고 라인을 올려 오프 사이드 함정을 만들면 골을 넣을 방법이 거의 없다는 변명은 통할 수 없다는 것을 이 게임이 잘 설명해 준 셈이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는 이처럼 대회 중간에도 학습 효과를 통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D조 결과(23일 오전 4시,  알 자눕 스타디움-알 와크라)

프랑스 4-1 호주 [득점 : 아드리앙 라비오(26분,도움-테오 에르난데스), 올리비에 지루(32분,도움-아드리앙 라비오), 킬리앙 음바페(67분,도움-우스만 뎀벨레), 올리비에 지루(71분,도움-킬리앙 음바페) / 크레이그 고딘(9분,도움-매튜 레키)]

주요 기록 비교
공 점유율 : 프랑스 55%, 호주 34% (경합 11%)
슛 : 프랑스 21개, 호주 4개
유효 슛(비율) : 프랑스 6개(28.5%), 호주 1개(25%)
라인 브레이크(성공률) : 프랑스 131/181개(72.3%), 호주 84/137개(61.3%)
패스(성공률) : 프랑스 668/724 개(92.2%), 호주 398/461개(86.3%)
크로스(적중률) : 프랑스 22/39개(56.4%), 호주 3/10개(30%)
코너킥 : 프랑스 8개, 호주 1개
프리킥 : 프랑스 11개, 호주 5개
오프 사이드 : 프랑스 0개, 호주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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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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