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8일 서울의 한 아파트가 8억에 실거래된 사실이 알려져서 화제였다. 해당 아파트는 한때 최고 15억 4500만 원까지 갔기 때문이다. 금리가 오르면서 아파트값이 하락한다고 한다. 지금 아파트값은 어떤 상황일까?

지난 15일 MBC에서는 < PD수첩 > '거품붕괴 1부-거래절벽과 아파트값' 편이 방송되었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재테크 유튜버인 더글라스의 집 매매 이야기로 시작한 이날 방송에서는 현재 부동산 상황을 파악하고 고금리에 따른 부동산 시장 변화를 사람들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전문기관과 함께 여론 조사한 내용 등을 담았다.

취재 이야기가 궁금해 지난 17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거품붕괴 1부-거래절벽과 아파트값' 편을 취재한 조윤미 PD를 만났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더 떨어질 텐데 왜 사냐' 분위기 굉장히 강해"
 
 <PD수첩>의 한 장면

의 한 장면 ⓒ MBC

 
- 지난 15일 방송된 MBC < PD수첩 > '거품붕괴 1부-거래절벽과 아파트값' 편을 연출 하셨잖아요. 방송 끝낸 소회가 어떠세요?
"많이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한 일이고요. 저희가 10.29 참사 긴급 취재로 부득이 방송 일정이 좀 늦어졌습니다. 부동산 뉴스가 계속 나오고 관련 지표들이 계속 달라져서 방송하는 날까지 계속 체크해야 돼서 조금 바빴습니다. "

- 반응은 어떤 것 같아요?
"아무래도 집값에 대한 얘기이고 이사나 앞으로의 계획에 영향을 주는 내용이기 때문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았습니다. 방송 끝나고 개인적으로 문자를 보낸 지인들도 여럿 있을 정도였습니다."

- 아파트값 하락과 미분양을 짚으셨잖아요. 이건 어떻게 취재하게 되셨어요?
"아파트 가격에는 계속 관심이 있었어요. 왜냐하면 금리 상승으로 인한 자산시장의 변화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그동안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던 특수성이 있었기 때문에 과연 세계적인 금리 인상의 여파가 우리나라에는 어떻게 나타날지 궁금했습니다. (또한) 부동산은 절대 떨어지지 않는다는 신화가 과연 계속될 것인지 궁금했는데 거래량이 급락하는 걸 보면서 '아 이제 국면이 달라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달라진 국면에서 어떤 준비를 하는 게 좋을지 한번은 짚고 넘어가는 게 맞지 않나 싶었습니다."

-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부동산을 다니면서 현장의 분위기와 실제 얼마나 거래가 되고 있는지 현장 취재부터 했습니다."

- 현장의 분위기는 어떤가요?
"'거래 절벽'이란 말을 실감하긴 했습니다. 사람들이 집을 사지 않아요. '떨어질 건데 왜 사냐', '지금 샀다가 더 떨어질 텐데 왜 사냐'라는 분위기가 굉장히 강했고요. 서울의 경우는 실제 지난해 이맘때보다 거래량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습니다. 2020~2021년에 고점에서 사신 분들이 집을 내놓는 상황까지는 아닌 것 같았어요. 내가 10억에 샀는데 금리 때문에 7억에 판다?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죠. 떨어진 만큼 몇 억을 손해 보는데 누가 그렇게 내놓습니까? 일단은 버티는 상황이죠.

지금 급매로 내놓는 분들은 다주택자분들이 종부세 때문에 내놓거나, 해당 주택을 팔고 좀 더 싸게 나온 다른 집으로 갈아타기 위해 전략적으로 내놓으신 분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이것도 자기가 산 금액보다 더 낮춰서 내놓는 분들은 보지를 못했습니다."

- 그럼 더 떨어질 거라는 전망이 많나요?
"짧게 보시는 분들은 내년 하반기 또는 2년 이상 금리인상의 여파가 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으신 분도 있었고요, 부동산 사이클과 매매지수 등을 고려할 때 7, 8년 이상 장기적인 침체를 예상하시는 분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가격 거품이 너무 많이 껴서 빠지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 전망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 금리 때문인가요. 아니면 거품 때문인가요?
"아파트 가격을 결정하는 건 굉장히 여러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았어요. 공급량이 제일 중요하다고 했었던 사람들도 있었지만, 현재 국면에선 금리의 영향이 좀 더 결정적이었던 거죠. 하지만 과거엔 금리가 올랐다고 아파트 가격이 반드시 하락하지는 않았어요. 가장 확실한 건 사려는 사람과 팔려는 사람의 접점이 어느 가격에서 형성될 것인가일 텐데요, 소비 심리라고 하죠. 아파트 가격이 올라가는 추세면, 금리가 높아도 시세 차익을 볼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면 사람들이 삽니다.

그런데 지금은 내 뒤에 내가 산 금액보다 비싸게 사줄 사람이 없다면 굳이 높은 이자를 감당하면서까지 아파트를 구매할 사람이 없다는 거죠. 속된 말로 하자면 부동산 시장도 폰지 시장이랑 다를 바가 없구나 싶습니다. 지금 국면에선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던 건 이렇게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급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수요가 많았다.'"

- 실거주해도 살 필요가 없는 건가요?
"실거주하신다면 집은 사는 게 좋죠. 그렇지만 적정한 가격에 사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시세 차익 볼 생각 없고, 내가 계속 살더라도 비싸게 주고 사면 그건 손해 아닙니까? 내년에 5억에 살 수 있는 집을 가격 거품이 껴서 지난해에 10억에 샀다? 그러면 어차피 같은 집에 살고 있는데 5억이라는 돈을 더 써야 되는 거잖아요. 그동안은 거품인 줄 알면서도 현재 가격보다 더 올라갈까봐 '패닉바잉'이란 걸 했었는데 이러는 과정에서 거품이 더 꼈죠."

- 갭투자가 많이 줄었다고 나오더라고요. 왜 그런 건가요?
"거래 자체가 줄다 보니 그중에 갭투자도 많이 줄어든 것 같습니다. 갭투자가 줄어서 거래가 줄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 같긴 한데 상관관계는 면밀히 봐야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저도 취재하기 전까지는 몰랐는데 우리나라의 갭투자 비율이 정말 어마어마하더라고요. 서울 지역은 두 채 중에 한 채가 거래된다 그러면, 둘 중 하나는 갭 투자였어요. 53%나 돼요. 너무 놀라운 수치죠."

"1주택자의 58.4%, 다주택자의 43%도 하락 원해"
 
 조윤미 MBC PD

조윤미 MBC PD ⓒ 이영광

 
- 여론조사 하셨잖아요. 여론조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뉴스를 보면 계속 영끌했던 사람들의 고통이나, 금리가 높아져서 힘들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계속 나오는데, 오히려 요즘의 하락기를 좀 반기거나 한숨을 좀 돌리게 됐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전혀 주목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진짜로 우리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좀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부동산과 관련된 국민들의 기대를 묻는 여론조사는 찾아보기 어렵더라고요. 아마 최근 몇 년을 통틀어 저희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어요."

- 여론조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건 뭐죠?
"제가 이 여론조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게, 경제 기사는 당연히 집 소유 유무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에 어느 집단의 의견인지를 구별해서 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일부의 의견을 국민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포장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무주택자, 1주택자, 다주택자임을 구별해서 진행했습니다."

- 여론조사 결과 국민들의 86.9%가 현재의 아파트 가격이 높고, 63.8% 정도가 가격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네요?
"'가격 변동이 어떻게 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인데 무주택자는 당연하게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응답이 많이 나올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 79.1%가 그렇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되는 건 1주택자의 58.4%, 다주택자분들의 43%도 하락을 원한다고 응답하셨어요. 다주택자 중에서 상승을 원한다는 응답도 17.5%밖에 안 돼요. 도대체 이건 뭘까? 저희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과였기 때문에 조금 놀랐는데요, 아마도 지난 몇 년간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부작용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락을 원하는 이유에 대해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경제 균형 발전'이 필요하다고 뽑아주셨는데요. 지금보다 더 가격이 올라간다면 청년세대는 근로 소득으로 집을 가지기 불가능한 상황이 되기 때문에 사회 균형발전이란 걸 기대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시세차익 얻을 부동산만 있으면 큰돈을 벌 수 있는데 굳이 뭐 하러 일합니까? 아마 국민 대다수가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았나 싶습니다."

- 미분양 문제도 취재하셨잖아요. 아파트가 미분양 됐을 때 문제는 뭔가요?
"건설이라고 하는 게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거잖아요. 그런데 아파트가 팔리지 않아 건설사가 부도가 나버리면 거기에 딸린 하청업체들이 대금을 못 받게 되는 일이 생길 텐데 그게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죠. 은행의 부실채권 문제도 발생할 거고요."

- 대구 같은 경우는 시가 예측을 잘못한 건가요?
"대구광역시 주택과 담당자분께서는 사업자가 땅을 수용해서 내 땅에 아파트를 짓겠다는데, 그걸 법적으로 막을 근거가 없다고 이야기하세요. 법적인 요건을 갖춰놨는데 하지 마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거죠.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의 4분의 1이 대구에서 발생했습니다. 공급이 예정되어 있으니 더 늘어날 거고요.

그동안 대구의 아파트들이 고분양가 문제가 있었어요. 지어놓고 비싸게 팔아도 팔리니까 건설사들은 계속 큰돈을 벌었어요. 그러니까 너도나도 아파트를 짓겠다 달려들었던 건데 이제 이 아파트를 사줄 인구도, 높은 가격에 아파트를 사줄 수요층도 부족해져 버린 거죠. 조사를 해보면 전국적으로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서 적정한 가격에 분양한 아파트들은 미분양이 거의 없어요. 건설사 입장에서도 본인들이 사업이 될 거라 생각해 시작한 건데, 이게 국민 부담으로 넘겨질 위기에 처해졌으니 그게 문제죠."

- 미분양 정보는 소비자가 알 수 없는 건가요?
"뉴스에서는 연일 아파트 가격이 떨어졌다고는 하는데 무주택자분들은 아직도 실감이 안 난다고 이야기하셔요. 그만큼 폭등한 가격들이 너무 비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아직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이 현실이고요, 현재 거래 절벽이 된 이유는 대출이 안 나와서 못사는 게 아니라 너무 비싸서 못 산다는 말씀들을 많이 하세요.

그런데 정부 정책은 대출 완화 정책에만 쏠려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격 현실화라는 부분에선 어떤 정부든 손을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분양가 원가 공개는 말할 것도 없이 아파트는 계약하는 데 있어서 정말 필요한 정보는 깜깜이로 하고 있더라고요. 사실 저도 국토부에서 미분양 정보를 발표하길래 그 정도 정보는 소비자로서 파악할 수 있는 줄 알았어요. 막상 취재해보니 어느 아파트의 계약률이 어떻게 되는지 건설사가 비공개를 요청하면 알 방법이 없었어요. 지자체에서도 공개를 강제할 법 규정이 없고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아파트 소비자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있을까요? 가격 현실화는 더욱 어려운 일이고요."

- 취재했는데 방송에 담지 못한 게 있나요?
"현금 부자들이 지금 하락장을 어떻게 대비하고 있는지 그 부분도 취재했는데 시간 관계상 방송에 담지는 못했어요. 돈 좀 있으신 분들은 소위 '줍줍'할 물건들을 열심히 보고 계셨는데 아파트는 우상향이라는 믿음이 있으셔서 지난해보다 30~40% 정도 싸게 나온 아파트가 있으면 사두겠다고 현금 확보에 나섰더라고요. 현금은 일단 은행에 예치해두는데 그렇게만 해도 이자가 높으니까 수익이 쏠쏠하다고. 금리인상으로 어려워진 분들도 있지만, 누군가에겐 더 많은 부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취재해보니 실거주 영끌하신 분들은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만 갭투자용으로 영끌하신 분들은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상황이 곧 닥칠 것 같았어요. 그 집이 경매나 공매로 넘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로 인한 세입자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텐데 세입자 보호 대책이 시급하지 않나 싶어요. 12월 13일 방송되는 '가격 붕괴' 2부에서는 하락장에서 우리는 어떤 대비를 해야 할지 좀 더 심화된 주제로 방송을 준비하고 있으니 많이 기대해 주십시오."
조윤미 PD수첩 부동산 거래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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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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