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인천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럭비 박완용 선수의 국가대표 선수 은퇴식에서 동료 선수들이 입장하는 박완용 선수를 축하해주고 있다.

13일 인천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럭비 박완용 선수의 국가대표 선수 은퇴식에서 동료 선수들이 입장하는 박완용 선수를 축하해주고 있다. ⓒ 박장식

 
한국 럭비의 '영원한 캡틴' 박완용(한국전력공사) 선수가 국가대표로서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박완용은 12일과 13일에 걸쳐 인천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럭비 세븐스 시리즈 인천 대회에 출전해 선수들을 이끌었다.

특히 이번 대회는 국가대표 선수들의 세대 교체를 실험하는 장이었기에 의미 역시 컸다. 올림픽에 출전했던 기존 선수들 이후의 미래를 책임질 여러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나서 기량을 점검했다. 특히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박완용 선수와 함께 홈에서 3년 만의 대회 우승을 이뤄내는 것 역시 목표였다.

박완용 선수가 매 경기 트라이를 꽂아넣고, 한일전 승리까지 거두며 우승의 문턱까지 밟는가 싶었던 대표팀은 아쉽게도 홍콩에 밀려 준우승을 거뒀다. 박완용 선수는 경기 후 치러진 은퇴식에서도 자신의 은퇴에 대한 소감보다 "후배들이 올림픽, 그리고 월드컵 출전권까지 다시 따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라이벌' 일본 꺾었지만... 홍콩에 밀려 아쉬운 역전 준우승

국가대표는커녕 일반 선수로도 출전이 쉽지 않은 서른 아홉의 나이. 그렇지만 그런 경기에 주장 완장을 달고 나선 '노익장'의 힘이 매서웠다. 박완용 선수는 이번 대회 예선전에서 두 개의 트라이, 준결승에서 한 번의 트라이를 기록하며, 누구보다도 그라운드에서 가장 많이 뛴 선수로 남았다.

12일 열린 예선전 첫 경기에서 럭비 대표팀은 필리핀을 12대 5로 꺾은 데 이어, 말레이시아 역시 24대 7로 꺾으며 쾌조의 경기력을 펼쳤다. 특히 라이벌 일본과의 대결에서 한국은 상대 주전 선수들을 만난 가운데에서도 43대 19로 승리하는 대승을 거두며 조 1위로 준결승에 직행했다.

특히 박완용은 중요한 순간마다 활약했다. 한일전에서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선제 트라이를 기록한 장정민에 이어 경기 시작 2분 만에 경기의 흐름을 확정짓는 쐐기 트라이를 꽂아넣었고, 그라운드 위에서도 지난 올림픽 때의 앙금을 되갚는 듯한 투혼을 발휘하며 대표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이어진 13일 열린 준결승전에서도 스리랑카를 상대로 31-14의 스코어로 승리를 거뒀다. 특히 스리랑카와의 경기에서는 접전으로 흘러가던 후반 박완용 선수가 트라이를 꽂아넣으면서 한국 쪽으로 경기를 기울였다. 한국의 결승 진출을 만든 '결승 트라이'를 만든 것이었다.

하지만 결승으로 만난 홍콩 선수들에게 아쉬운 역전패를 내줘야 했다. 홍콩을 상대로 후반까지 앞서나갔던 대표팀 선수들은 경기 막판 홍콩에 역전 트라이를 내주며, 최종 스코어 19대 12로 대회를 마무리지어야 했다. 하지만 박완용 선수의 투혼만큼은 이번 시리즈를 '우승보다 값진 준우승'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은퇴식에서도 "한국 럭비 화이팅!" 외쳤다
 
 13일 인천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럭비 박완용 선수(가운데)의 국가대표 선수 은퇴식에서 찰리 로우(왼쪽) 감독이 꽃다발을,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이 기념패를 전달한 가운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13일 인천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럭비 박완용 선수(가운데)의 국가대표 선수 은퇴식에서 찰리 로우(왼쪽) 감독이 꽃다발을,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이 기념패를 전달한 가운데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 박장식

 
대회 시상식이 모두 마무리된 후 열린 박완용 선수의 국가대표 은퇴식. 박완용 선수는 이날 은퇴식에서 한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 선수들에게도 박수받으며 떠나는 행복한 은퇴를 하게 되었다. 특히 이날 은퇴식에는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이 만든 감사패가 깜짝 수여되기도 했다.

박완용 선수는 마지막까지 '캡틴'다웠다. 은퇴식 중간 마이크를 넘겨받은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뒤로 한 채 "좋은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오늘 경기를 발판으로 한국 럭비가 발전했으면 좋겠다."면서, "내년 올림픽, 월드컵 예선 대회도 있으니 열심히 잘 해서 후배들이 출전해줬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그러며 "대한민국 럭비 화이팅!"을 외친 박완용 선수는 이어 자신이 가장 아끼던 후배들에게 헹가래까지 받으며 2004년부터 올해까지 18년에 걸쳐 달았던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은퇴식이 끝난 후 만난 박완용 선수는 "아직도 은퇴가 실감이 안 난다"며, "결승에서 동료들과 우승을 했으면 났을 것 같은데, 우승을 못 가져가서 그런 것 같다."며 여전한 승부욕을 나타냈다. 박완용 선수는 그러면서도 "한일전에서 승리를 거둔 것 때문에 그래도 기분이 좋고 홀가분하다."며 국가대표 은퇴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대회에서 다섯 경기 세 번의 트라이를 기록한 박완용 선수. 그는 "시합하면서 이렇게 많이 트라이를 찍어본 것은 처음"이라며, "마지막이라서 더 불태웠던 것 같다. 후배들과 팬들에게 후회없이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었다"며 경기 때의 감정을 전했다.

오는 18일 U-18 대표팀 소집을 시작으로 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본격적으로 합류하는 박완용 선수는 "찰리 로우 감독님이 갑자기 이야기를 하셨던 탓에 잠도 못 자고 있다"고 웃으면서도, "신뢰해주신 감독님을 믿고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코치로서 다는 태극마크에도 투지를 약속했다.

최윤 대한럭비협회장은 이번 대회 때도 이틀 내내 현장을 지켰다. 최 회장은 "계속 럭비 경기장을 찾아서 점검해야 한국 럭비를 더욱 잘 변화케 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그 정도도 않는다면 럭비의 판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회장은 "박완용 선수가 리더십을 발휘한 덕분에 한국 럭비가 안은 공적이 대단하다"며, "올림픽과 월드컵 진출이라는 선물 역시 우리에게 주지 않았나"라고 되물었다. 최 회장은 이어 "공로패 하나로는 그 보답이 되지 못한다. 박완용 선수에게 입은 은혜를 후배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해답이 될 것 같다"며 지원을 약속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럭비 박완용 은퇴 럭비 국가대표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