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 이영광

 
지난 10월 31일 독립언론 <뉴스타파>에 '호주 39번샵과 계속되는 성 착취 인신매매' 편이 업로드되었다. '호주 39번샵과 계속되는 성 착취 인신매매' 편은 뉴스타파가 지난 10개월 동안 호주 매체들과 함께 협업하여 한국인 여성을 고용하는 호주 성매매 산업의 실태를 취재한 결과물이다.

호주 언론 매체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리포트는 조선족 출신인 김매자가 호주에서 어떻게 한국 여성을 인신매매해서 성 착취하는지를 담았다. 취재 뒷이야기가 있을 것 같아 지난 9일 '호주 39번샵과 계속되는 성 착취 인신매매' 편 취재한 김지윤 기자를 서울 충무로 근처 뉴스타파 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호주 39번샵과 계속되는 성 착취 인신매매' 편 취재하신 소회가 궁금합니다.
"사실 이 문제가 너무 오래된 문제이기도 하고 또 복잡하고 방대한 문제인데 그런 것에 비해 보도 자체는 빙산의 일각만 보여준 것 같아요. 앞으로도 취재되어야 할 부분이 너무 많은 분야예요. 개인적으로는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아요."

- 어떤 부분이 특히 마음이 무거웠나요?
"지금까지 이 분야에 대한 기사가 나온 건 주로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서 출입 기자들이 간단하게 쓰는 기사라든가, 아니면 되게 자극적으로 써서 조회수 올리는 위주였던 것 같더라고요. 이 구조에 대한 심도 있는 기사는 많이 보지 못했어요. 앞으로 더 취재가 많아져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무거웠어요."

- 호주 언론이 국제 협업 취재를 제안하면서 프로젝트가 시작된 것 같은데 처음에 제보를 들었을 때 어땠나요?
"저 또한 이 문제에 대해 너무 무지했고 관심도 없었어요. 저도 다른 분들과 똑같이 생각했어요. 처음에 (이야기를) 듣고 21세기에 무슨 인신매매냐고 생각했거든요. 근데 예전 기사도 읽어보고 피해자 지원단체 분들도 만나보고 정부에서 쓴 보고서도 많이 읽어봤어요. 조사하면 할수록 점점 쇠사슬로 납치·감금하는 것만이 인신매매가 아니구나, 요즘에는 교묘한 방식으로 인신매매를 하는구나 알게 됐어요."

- 성매매 산업을 '성 착취'라고 표현했어요. 어떤 의미에서 쓴 단어인가요?
"어떤 단어를 써야할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뉴스타파>는 성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2004년에 성매매 방지 특별법이 생겼잖아요. 그때 시행된 '성매매 처벌법'에서 말하는 성매매 개념이 굉장히 좁아요. 그게 현재 범행의 양상 등을 볼 때 시대에 좀 안 맞다는 거죠. 굉장히 교묘하게 심리 조종이나 빚으로 사람을 옭아매지, 물리적으로 구속하고 감금하지 않는다고 피해자 지원하시는 분들이나 학자분들이 말씀하시더라고요. 물리적으로 구속, 감금을 하면 현행법에 저촉되니까 성매매 산업이 여성을 관리하는 방식을 많이 바꿨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성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라는 용어를 사용했고 이건 UN 의정서가 있어요. 팔레르모 의정서라는 게 2000년에 UN에서 제정했고 한국 정부도 2015년에 비준했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내년 1월 1일부터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법이 생겼어요. 팔레르모 의정서에 따르면 '성 착취 목적의 인신매매'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무력이나 위협 말고도 사기를 치거나 기만하거나 협박만 해도 인신매매에 해당합니다. 저는 이 개념이 오히려 현재 성매매 산업에 더 부합하는 것 같아서 그런 용어를 썼어요."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김지윤 뉴스타파 기자 ⓒ 이영광

 
- 호주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김매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2013년 이전부터 경찰의 수사 물망에 올라 있었어요. 계속 감시 당하다가 범행 현장을 포착해서 2013년에 체포 됐거든요. 재중동포(조선족) 출신으로 중국 국적이에요. 중국에서 태어나 성착취 산업에 몸 담고 있다가 나중에 호주로 이민을 갔고 현지에서도 일을 시작한 거죠."

- 재중동포인데 어떻게 한국인과 연결됐을까요?
"김매자는 가족, 그리고 중국인 몇 명과 일을 같이 했어요. 김매자에게 언니가 있는데 언니는 한국에서 성매매 일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한국 성매매 산업의 사정을 잘 아는 거죠."

- 과거 김매자가 운영한 업소 여성들의 호주 비자 업무를 담당한 유학원 원장을 만났을 때는 어땠나요.
"호주 멜버른은 성매매가 합법이에요. 그래서 (유학원 원장에게) 김매자라고 딱 얘기하지 않아도 자기가 성매매 업계 사람을 알고 있으니 소개시켜줄 수 있다고 한 거고요. 근데 그 사람은 성매매를 하는 여러 가지 종류의 업소들을 알려줬어요."

- 그러면 지금도 유학원 원장은 김매자와 같이 일을 하고 있나요?
"본인은 아니라고 주장하셨어요. 하지만 수사기관에서는 수수료를 직접 여성들에게서 받았지만, 김매자와 연결돼 있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 다른 유학원들도 성매매 업소들을 알려주거나 하는 일을 하나요?
"그건 잘 모르겠어요. 호주 경찰을 인터뷰했는데 이민 도와주는 사람이라든지, 법무사, 유학원 등은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이 사람이 진짜 공부하러 온 학생인지, 비자를 허위로 이용하려는 사람인지 알 수가 있대요. 사실상 그냥 눈 감아준 것이기 때문에 유학원이나 법무사 같은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고 얘기 하더라고요."

- 성매매가 합법화된 호주에서 김매자가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경찰분들도 말씀하셨지만 호주에서는 한 업소당 방이 6개가 넘으면 안 돼요. 한 방에 한 명이니까 6명이 하루에 6시간 이상 일을 못하죠. 그러면 매출이 한정적이잖아요. 그런 것에 비해 김매자는 당시 체포됐을 때 1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있었고, 이들을 24시간 돌리면 당연히 돈을 많이 벌겠죠."

- 그럼 김매자가 운영한 39번샵은 범죄 조직과 연결된 건가요?
"<뉴스타파>와 협업했던 호주 매체가 2019년에 39번샵에 대해서 취재해서 방송한 적이 있었어요. 그걸 보니까, 중국계 범죄 조직과 연결돼 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보도 내용은 수사 내용을 토대로 한 것이라서 (39번샵이) 범죄 조직에 연결돼 있다는 건 사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 이런 사례와 같은 인신매매가 지금도 국내, 외에서 일어나고 있는 건가요?
"다들 '21세기에 무슨 인신매매냐'고 말씀하시겠지만, 이번 취재를 하면서 그동안 관심이 없어서 몰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국 정부에서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보고서가 있어요. 매 국가마다 인신매매 현황을 조사한 보고서인데, 등급이 있거든요. 올해 7월에 발표된 보고서에서 한국이 20년 만에 등급이 하락했어요. 원래 1등급이었는데 2등급으로요. 그 이유가 주로 성 착취 인신매매였어요. 그리고 염전 노동 착취 등 두 가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해놨더라고요. 그 보고서를 번역해서 봤는데 이러한 문제의식을 많은 나라들이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것이 있다면요?
"많은 댓글이 '왜 속았냐, 왜 빨리 안 빠져나왔냐, 속은 걸 알게 됐으면 빨리 빠져나오지'라고 얘기하더라고요.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심리적인 조종, 사기를 경험한다는 걸 봐서는 성매매 알선이나 모집이 (피해자가) 알아채기 어렵게 진행되는 것 같아요. 특히나 경제적으로 취약한 분들에게요. 저도 취재하기 전까지 이렇게 복잡한 문제인지 몰랐어요. 취재 과정에서 많은 전문가와 얘기를 나눠보고 실제 사연을 들어보면서, 일단 성 착취 산업에 한 번 발을 담그면 피해자들을 옭아매는 장치들이 너무 많대요. 당연히 빚도 있을 것이고 심리적, 사회적 족쇄도 있고요. 그래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는 거예요.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들이 좀 더 이 문제를 관심 가지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 혹시 취재했지만, 보도에 못 담은 게 있을까요?
"사실 이번 리포트는 다큐멘터리 느낌으로 제작한 것이라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하거나, 앞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부분은 아쉬운 것 같아요. 다음 기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기사에 담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세요.
"이 문제는 낙인 효과가 너무 큰 것 같아요. '성매매 여성이니까, 너희는 어떤 취급을 당해도 상관없다'는 댓글들을 너무 많이 봐요. 어떤 범죄의 피해자라는 점에 대해서 대중이 한 번 더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김지윤 뉴스타파 김매자 성 착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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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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