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팀, 지난 9월 27일 카메룬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대한민국 대표팀, 지난 9월 27일 카메룬과의 평가전을 앞두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 ⓒ 대한축구협회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제 아무리 아시아 예선이라도 1986년부터 한 차례도 빠짐 없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대단한 업적이다. 역대 10회 연속 본선에 오른 나라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만 보유하고 있는 기록이다.
 
한국 축구는 월드컵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남겼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르며 아시아 국가 중 역대 최고 성적을 거뒀으며, 8년 뒤 2010 남아공 월드컵 16강 진출로 다시 한 번 저력을 입증했다.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피파랭킹 1위 독일을 물리치며 아시아의 자존심을 세웠다. 한국 축구는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 만에 조별리그 통과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팀 프로필

피파랭킹 : 28위
월드컵 본선 진출 횟수 : 11회
월드컵 최고 성적 : 4강 (2002)
카타르 월드컵 지역예선 성적 : 5승 1무 (아시아 2차예선 H조 1위) / 7승 2무 1패 (아시아 최종예선 A조 2위)
 

FOCUS 1 : 시행착오 끝에 성장한 벤투호, 아시아 최종예선 수월하게 통과
 
한국 대표팀의 사령탑은 독이 든 성배다. 지난 2014 브라질 월드컵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잦은 감독 교체로 혼란을 겪으며,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한 감독에게 4년 임기를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신중의 신중을 기한 대한축구협회는 수동적인 축구가 아닌 능동적인 축구를 지향하는 철학을 가진 지도자를 물색한 끝에 최종적으로 파울루 벤투를 낙점했다.
 
벤투 감독의 첫 번째 시험대는 2019 아시안컵이었다. 1960년 이후 49년 만에 우승에 도전했지만 졸전 끝에 8강에서 탈락하며 실패를 맛봤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도 경기력의 아쉬움을 달래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일본과의 평가전서 0-3 대패는 벤투호를 향한 비난 여론의 불을 더욱 지폈다. 3년 동안 팀을 이끌었지만 벤투 감독의 전술로는 더 이상 한국 축구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하지만 벤투호는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경기를 거듭할수록 발전하기 시작했다. 높은 볼 점유율, 빠른 반대 전환, 강한 전방 압박, 능동적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벤투 감독의 철학이 팀에 잘 녹아들었고, 선수들도 서서히 적응력을 높여갔다.
 
2차예선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손흥민은 이번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7경기에 출전해 4골을 폭발시키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최종예선에서 무득점에 그친 황의조의 부진은 황희찬이 파괴력 있는 돌파와 슈팅력으로 상쇄했으며, 최근 급성장한 조규성의 가세도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역삼각형 미드필드 조합인 황인범-정우영-이재성은 뛰어난 중원 장악력으로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후방에서는 김민재가 단단함을 더했다. 특히 한국의 천적이었던 이란을 11년 만에 물리치자 비난 여론은 찬사로 뒤바꼈다.
 
비록 조1위에는 실패했지만 이란에 이어 7승 2무 1패를 기록, 2경기를 남겨두고 예선을 통과했다. 앞선 두 번의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고전 끝에 간신히 본선에 오른 것과 비교하면 최고의 레이스였다.
 
최종예선 10경기 13득점 3실점을 기록할만큼 안정적인 공수 밸런스가 두드러졌다. 이란과 호주(이상 15득점)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득점이다. 또, 실점률은 최종예선에 오른 12개 팀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손흥민 손흥민이 지난 9월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선제골 이후 기뻐하고 있다.

▲ 손흥민 손흥민이 지난 9월 카메룬과의 평가전에서 선제골 이후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FOCUS 2 : '손흥민 시프트'로 방향점 모색하는 벤투
 
벤투호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이후 6월과 9월 열린 총 6차례 평가전에서 전력 담금질에 들어갔다. 성적표는 3승 2무 1패, 월드클래스 손흥민을 중심으로 6경기 동안 12득점(경기당 평균 2골)을 터뜨린 공격진은 역대 대표팀과 비교해 최고 수준임에 틀림없다. 이 기간 동안 벤투 감독은 자신의 전술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월드컵 본선에서 경쟁하기 위한 포메이션 변화를 통해 조금씩 밑그림을 그려나갔다.
 
이 가운데 팀의 핵심인 손흥민 시프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벤투 감독은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플랜A로 사용한 4-3-3 포메이션이 브라질전 1-5 대패로 이렇다 할 효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후 4-2-3-1(칠레전), 4-1-3-2(파라과이전), 4-4-2(이집트전), 4-1-3-2(코스타리카전), 4-2-3-1(카메룬전)을 가동하며 다양한 조합을 실험했다. 원톱이 아닌 투톱의 비중이 부쩍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손흥민은 브라질전(왼쪽 윙 포워드)를 제외한 5경기에서 모두 최전방 공격수 자리에 포진했다. 결과적으로 손흥민의 전방 배치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5경기에서 무려 4골을 폭발시켰다. 이 가운데 3골은 직접 프리킥이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세트피스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카메룬전에서는 헤더로 필드골을 터뜨리며, 물오른 골 감각을 과시했다.
 
무엇보다 가장 큰 고민이었던 손흥민 사용법을 찾은 것이 큰 수확이다. 손흥민의 중앙 정착이 고정화 됨에 따라 황희찬이 주 포지션인 왼쪽으로 자리를 옮겨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와 강력한 슈팅력으로 손흥민에게 쏠리는 하중을 줄여주고 있다. 황희찬이 왼쪽 터치라인으로 벌리고, 왼쪽 풀백 김진수가 중앙으로 침투하는 움직임을 통해 상대 수비를 교란하는 부분 전술도 충분한 가능성을 보였다.
 
FOCUS 3 : 여전히 불안한 수비진, 더욱 가다듬어야 할 후방 빌드업

아시아 최종예선을 훌륭하게 치뤄낸 것에 반해 지난 6월과 9월 A매치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타 대륙 강팀과의 경기에서 벤투호의 민낯이 크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브라질을 제외한 평가전 상대팀들의 면모를 살펴보면 아쉬움이 많았던게 사실이다. 심지어 칠레, 이집트, 카메룬은 최정예 1군으로 구성하지 않은 채 한국땅을 찾았다. 월드컵에서 격돌할 H조의 상대국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은 이들보다 훨씬 강한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아시아 예선처럼 높은 점유율과 주도권을 쥔 경기이 월드컵 본선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점유율과 중원 싸움에서 밀리면 공격보다 수비에 할애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벤투 감독의 철학과는 상반된다는 점에서 고민을 키운다.

상대의 전방 압박이 거세질수록 후방에서의 빌드업 실수가 여러 차례 나타났다. 그리고 넓은 공수 간격으로 인해 공 소유권을 내주는 즉시 수비 숫자 부족 현상을 드러냈다. 좌우 풀백이 상대 진영으로 깊숙하게 전진하고, 수비형 미드필더 1명만 후방에 남겨두는 것은 대단한 리스크가 동반된다. 이러다보니 줄곧 측면 수비 뒷 공간을 허용하며 위험 상황을 맞이했다.
 
측면 풀백에 대한 불안증은 여전히 해소하지 못한 상황이다. 왼쪽은 김진수가 주전 자리를 꿰찬 반면 오른쪽은 매 경기 얼굴이 바뀌고 있다. 오는 11일 아이슬란드와의 국내 최종 평가전을 앞두고 3명의 오른쪽 풀백(김문환, 윤종규, 김태환)을 선발한 것만 보더라도 벤투 감독이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FOCUS 4 : 손흥민 부상 변수, 준비 미흡한 벤투의 플랜B
 
벤투는 역대 한국 대표팀에서 4년 임기를 모두 채운 최초의 감독이다. 지난 4년 동안 벤투 감독은 플랜A를 유지했다. 포메이션의 변화를 제외하면 능동적이고 지배하는 스타일을 고스란히 이어왔다. 좋게 보면 뚝심이지만 나쁘게 보면 고집이다.
 
월드컵과 같은 큰 무대일수록 상황에 맞는 유연한 변화가 필수지만 벤투 감독은 많은 선수 교체를 지양하는 대신 스쿼드 폭을 좁게 가져가는 편에 속한다.
 
무엇보다 최근 손흥민의 부상 소식은 벤투호에 상당한 여파를 미칠 것으로 보인다. 손흥민은 지난 2일 2022-23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마르세유와 경기 도중 부상으로 쓰러졌다. 전반 23분 공중볼 경합 도중 마르세유 수비수 샹셀 음벰바의 오른쪽 어깨에 왼쪽 얼굴을 가격당하며 통증을 호소한 뒤 결국 교체됐다. 정밀 진단 결과 안와골절이었다.
 
영국 언론 '텔레그래프'는 5일 "손흥민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수술을 맡은 의료진과 손흥민 모두 월드컵에 나설 준비가 돼있다고 자신했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손흥민의 월드컵 참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관건은 회복 속도다. 통상적으로 안와 골절은 수술 후 최소 3~4주의 재활을 요구한다. 만약 첫 경기부터 출전할 수 없다면 손흥민 중심의 플랜A를 준비해온 벤투 감독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파울루 벤투 감독 4년 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끈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파울루 벤투 감독 4년 동안 한국 대표팀을 이끈 벤투 감독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 대한축구협회

 
감독 & 키 플레이어
파울루 벤투 <생년월일 : 1969.6.20 / 국적 : 포르투갈>
유로 2000과 2002 한일 월드컵에 출전하며 A매치 35경기를 소화한 포르투갈 중앙 미드필더 출신이다. 감독으로는 스포르팅 리스본에서 지도력을 인정받은 뒤 2010년 포르투갈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유로 2012에서 4강을 견인했지만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이후 브라질의 크루제이루, 그리스의 올림피아코스, 중국의 충칭 리판을 거쳐 지난 2018년 한국 대표팀을 이끌고 있다.
 
손흥민 <생년월일 : 1992.7.8 / 180cm / 소속팀 : 토트넘(잉글랜드)>

명실상부한 아시아 역대 최고의 선수다. 2021-22시즌 아시아 선수 중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월드클래스 공격수다. 빠른 주력, 드리블, 위치 선정을 비롯해 어느 위치에서든 양발 슈팅을 자유자자로 구사할 수 있어 상대 수비수들이 막기 어려운 유형이다. 약점이었던 오프 더 볼, 프리킥 능력마저 장착하며 완전체로 거듭났다. 손흥민은 2014 브라질 월드컵 2골,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1골을 터뜨리며 맹활약했지만 조국의 16강 진출을 이끌지 못했다. 세 번째 출전이 유력한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팀의 주장으로 16강 진출이라는 특명을 안고 있다.
 
#1 예상 베스트11 (손흥민 출전시)
4-4-2 : GK 김승규 – 김문환,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 이재성, 황인범, 정우영, 황희찬 – 황의조, 손흥민
 
#2 예상 베스트11 (손흥민 결장시)
4-3-3 : GK 김승규 – 김문환, 김민재, 김영권, 김진수 – 정우영 - 황인범, 이재성 - 권창훈, 황의조, 황희찬
 
2022 카타르 월드컵 일정
11월 24일(목) 오후 10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vs. 우루과이
 
11월 28일(월) 오후 10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vs. 가나
 
12월 3일(토) 오전 0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
vs. 포르투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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