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최근 2년 동안 159승을 올린 류지현 감독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LG트윈스 구단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1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팀을 이끌었던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LG구단은 심사숙고해 빠른 시일 안에 류지현 감독의 뒤를 이어 2023 시즌부터 팀을 이끌어갈 새로운 감독을 선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류지현 감독은 2020년11월 계약 만료된 류중일 감독의 뒤를 이어 2년 총액 9억 원(계약금3억+연봉3억)의 조건에 LG의 13대 감독(MBC청룡 시절까지 포함하면 19대)으로 선임됐다. 류지현 감독은 2021년 정규리그 3위에 이어 올 시즌엔 팀 창단 최다승 기록(87승)을 세우며 지도력을 인정 받았지만 끝내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LG의 오랜 숙원인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LG의 마지막 KS 우승을 이끌었던 돌격대장

1994년 LG에는 우수한 신인들이 대거 주전자리를 차지하며 좋은 활약을 펼쳤다. '캐넌' 김재현(SPOTV 해설위원)은 고졸신인타자로는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호타준족 외야수로 명성을 떨쳤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6라운드 전체41순위로 LG에 입단한 서용빈도 신인 최초의 사이클링히트와 함께 타율 4위(.318)와 1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휩쓸었다. 4선발로 활약한 인현배 역시 두 번의 완봉승과 함께 두 자리 승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1994년 이토록 쟁쟁했던 루키들을 제치고 정규리그 신인왕을 차지한 선수는 입단하자마자 LG의 주전 유격수와 1번타자로 활약했던 '꾀돌이' 류지현 감독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1994년 전 경기에 출전해 타율 .305 147안타15홈런51타점109득점51도루로 맹활약하며 LG의 두 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견인했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이 루키 시즌에 달성한 우승은 현재까지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이 되고 말았다.

196안타와 84도루(1994년), 30홈런-60도루(1997년) 같은 비현실적인 기록을 세운 '야구천재' 이종범(LG 2군감독)에 가려졌지만 류지현 감독 역시 공수주를 겸비한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매년 꾸준하게 활약했다. 특히 이좀범이 일본에 진출하고 박진만(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전이었던 1998년과 1999년에는 2년 연속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며 '이종범 없는 곳에선 류지현이 왕'임을 증명하기도 했다.

류지현 감독은 2001년 김성근 감독 부임 후 권용관(서울컨벤션고 코치)이 유격수로 중용되면서 2루수로 변신했다. 유격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풀타임 2루수로 활약한 2002년에는 .310의 고타율을 기록하며 고참선수로서 LG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물론 당시만 해도 2002년 이후 LG가 한 번도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하게 될 거라 예상한 야구팬은 거의 없었다.

2003년 성남고의 '천재유격수' 박경수(kt 위즈)가 입단하면서 입지가 더욱 좁아진 류지현 감독은 이순철 감독(SBS 스포츠 해설위원)이 부임한 2004년 1군에서 완전히 자리를 잃고 16경기에서 타율 .152에 그쳤다. 결국 류지현 감독은 2004 시즌을 끝으로 현역 은퇴를 결정했는데 류지현 감독의 이른 은퇴를 아깝게 생각하던 타 구단에서 영입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은 자신의 청춘을 바쳤던 LG에서 선수생활을 마치는 것을 선택했다.

부진한 가을야구 성적으로 재계약 불발

선수시절 한 번도 LG를 떠난 적이 없는 류지현 감독은 은퇴 후 곧바로 수비 및 주루코치로 LG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물론 보직은 수비코치와 주루코치,작전코치,수석코치로 여러 번 바뀌었지만 류지현 감독은 2005년부터 2020년까지 단 한 번의 야인생활 없이 꾸준히 LG에서 코치로 활동했다. 그리고 류지현 감독은 2020년 11월 드디어 선수와 코치를 합쳐 27년 동안 몸 담았던 LG의 지휘봉을 잡게 됐다.

류지현 감독이 부임한 이후 LG는 그야말로 승승장구했다. 2021년 72승을 거두며 정규리그에서 3위를 기록한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타격기계' 김현수와 4+2년 총액 115억 원에 재계약했고 FA시장에서 외야수 박해민과 포수 허도환을 영입했다. 작년에 비해 더욱 탄탄한 전력을 갖춘 LG는 올 시즌 KBO리그 출범 후 최초의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한 SSG 랜더스에게 단 2경기가 뒤진 정규리그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LG는 2년 동안 159승을 기록한 류지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뛰어난 정규리그 성적이 비해 포스트시즌에서는 2년 연속으로 LG보다 순위가 낮은 팀에게 '업셋'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작년 준플레이오프에서 '잠실라이벌' 두산 베어스에게 1승2패로 패한 LG는 올해도 준플레이오프에서 kt 위즈와 5차전까지 가는 접전을 벌인 키움 히어로즈에게 1승 뒤 3연패를 당하며 이변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시즌이 끝난 후 LG팬들 사이에서는 계약기간이 끝난 류지현 감독과의 재계약에 대한 갑론을박이 오갔다. 물론 2년 동안 정규리그에서 올린 159승은 인정받아야 할 류지현 감독의 공이다. 실제로 같은 기간 10개 구단에서 류지현 감독보다 많은 승수를 올린 감독은 없었다. 하지만 류지현 감독은 LG구단과 팬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끝내 달성하지 못했다. 특히 포스트시즌에서는 투수교체 타이밍 등에서 큰 아쉬움을 보이기도 했다.

팬들끼리 열띤 토론을 벌이는 사이 LG는 29년 동안 LG의 유니폼을 입었던 '레전드' 류지현 감독과의 결별을 선택했다. 류지현 감독의 후임으로는 두산의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던 김태형 감독과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 등 쟁쟁한 이름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LG의 개성 있는 선수들을 하나로 모아 정규리그 2위까지 성적을 끌어올린 류지현 감독의 지도력은 아직 끝나지 않은 그의 야구인생에 귀중한 자산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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