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음악 FM < 정민아의 Amazing grace >의 DJ 정민아 아나운서가 방송을 진행한 지 지난 10월 29일로 10년을 맞이했다. 해외 찬송가 전문 프로그램인 < 정민아의 Amazing grace >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연과 음악을 아침 시간 전하면서 청취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 정민아의 Amazing grace > 진행 10년을 맞이하는 소회가 어떤지 궁금해 지난 10월 28일 정민아 CBS 아나운서와 전화로 인터뷰했다. 
 
 <정민아의 Amazing grace>포스터

<정민아의 Amazing grace>포스터 ⓒ CBS

 
다음은 정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10주년 축하드려요. 먼저 소감 부탁드립니다. 
"하루하루가 쌓이고 1년 1년이 쌓이다 보니 10년이 됐네요. 10년 동안 되돌아보면 쉬었다고 여겨지는 때가 단 한 해도 없었어요. 그럼에도 오늘을 맞게 되고 또 건강하게 지금도 마이크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게 가장 감사한 것 같아요. 그리고 되게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는데 그때마다 '정신 차려야지 내가 무너지면 안 되지'라면서 절 지켜줬던 존재가 바로 < 정민아의 Amazing grace >였던 것 같아요."

- 처음 프로그램 제의가 왔을 때 어땠어요?
"제가 이 프로를 시작한 건 2012년 10월 29일이지만 진행하라는 말을 들은 건 한 2012년 8월 정도였을 거예요. 가을 개편을 앞두고 '나 이 프로가 너무 하고 싶어요'라고 해서 맡은 건 아니고요. 이 프로를 진행했던 선배가 휴직하고 미국에 잠깐 나가게 돼서 제가 우연히 맡은 거죠. 그런데 운명처럼 10년이 됐네요."

- 새벽방송에 대한 부담도 있었을 거 같아요.
"제가 진행하기 전에는 녹음 프로였어요. 그래서 제가 맡았을 때도 초반 1년은 녹음이었어요. 그런데 그 당시 국장님께서 '아무래도 아침 6시면 사람들이 한창 많이 깨고 이동할 시간인데 생방송을 해보는 건 어떠니'라고 제안 주셔서 생방송을 시작하게 된 거죠. "

- 생방송 제안 받았을 때 어땠어요?
"제가 처음에는 '(새벽) 6시 생방송이요? 그러면 제가 3시 반에 일어나서 4시 반에 회사에 와야 되는데 못할 것 같다'고 국장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국장님께서 '아니다, 우선 한번 해보자'라고 해서 시작했는데 녹음으로 진행할 때와 청취자 호응도가 너무 다른 거예요."

- 어떻게 달랐나요?
"죽어 있던 프로그램이 생방송이 되면서 살아있는 생명력 있는 프로가 된 거죠. 즉각적인 반응을 청취자에게 줄 수 있으니까요. 그렇게 하니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그 순간의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하는 거예요. 사실 새벽에 사연을 주시는 분들은 되게 삶이 고단한 분들이거든요. 제가 대단한 걸 해드리는 건 아니지만 그분들의 성함을 한번 불러드리는 것만으로도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하시더라고요."

- 새벽에 일어나기 힘들잖아요.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죠. 어떻게 된 게 10년 동안 일어나는 건 매일매일 너무 힘들고 어려운 것 같아요. 몸이 부서지는 고통을 느끼면서 항상 일어나죠."

- 새벽방송의 청취 층은 주로 연령때가 어떻게 되나요?
"우선 저희 프로 청취자분들은 60~70대 어르신들이 절대적으로 많아요. 어르신들이 아침잠이 없으시고 또 새벽 예배를 많이 가시니까요. 그리고 또 30~40대 직장인들은 직장가야 하니까 방송에 참여할 마음의 여유가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는 항상 우리 엄마나 할머니 등 어르신 모신다는 생각으로 방송하죠. 그리고 삶이 고단하신 분들이 많아요. 경제적 사정이 어려우신 분들도 많고 또 삶의 무게를 무겁게 짊어진 분들이 많아요. 그런 분들이 위로를 얻기 위해서 사연을 보내시죠. 또 제가 알기로는 사회 고위층이나 회사 CEO분들도 일찍 출근하시니까 많이 듣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분들은 참여를 안 하세요."

- < 정민아의 Amazing grace >는 어떤 프로그램인지 소개 부탁드려요.
"아침 찬송 예배라고 할 수 있어요. 근데 우리 말 찬송가를 부르고 듣는 시간은 아니고 해외 찬송가를 틀죠.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중국어 등 찬송의 월드 뮤직 시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런데 단순한 음악 프로가 아니라 찬송도 듣고 우리 삶의 얘기도 나누니까 매일 아침 드리는 라디오 새벽 예배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해외 찬송 트는 방송, 유일무이하지 않을까요?"
 
 정민아 CBS 아나운서

정민아 CBS 아나운서 ⓒ 정민아 제공

 
- 왜 해외 찬송을 하는 건가요?
"'왜 가사에 은혜받는 경우가 많은데 왜 우리 말을 안 틀고 영어로 트냐'라는 질문들을 아직도 많이 받는데 사실 세상에 굉장히 많은 찬양 방송들이 있잖아요. CBS에서만 해도 찬양 방송이 10개가 넘거든요. 그 방송들과의 차별성을 위한 거예요. 아마 제가 확신은 못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런 프로는 유일무이하지 않을까 해요."

- 해외 찬송의 매력은 뭘까요?
"사실 우리가 교회에서 보통 부르는 우리 일반 찬송들은 대부분 미국에서 왔잖아요. 그러니까 한마디로 찬송을 원어로 듣고 있는 건데 우리 CBS 음악 FM 애청자분들이 꼭 크리스천만 있는 게 아니고 교회를 다니지 않는 분들도 많으시거든요. 제가 체감할 때는 크리스트 반, 그다음에 종 비기독교인이 반인 것 같아요. 그 비기독교인 중에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분, 성당 다니는 분, 불교를 믿으시는 분도  계세요. 이분들이 처음에는 좋은 팝송 프로인 줄 알고 듣는 거예요. 그러다가 '아니 이게 팝송이 아니라 찬송가였네. 찬송가가 이렇게 좋아?'라면서 애창자가 되는 거죠. 그래서 이게 아주 자연스러운 선교의 방법이 되더라고요."

- 원래 찬송을 좋아하셨나요?
"저는 원래 찬송가를 좋아했어요. CCM도 물론 은혜가 되고 아름다운 곡이 많지만 약간 세상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편곡 자체가 좀 가요스러울 때도 있고요. 그런데 찬송가는 기독교 문화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고 가사가 정말 시 같거든요. 단어 하나하나가 보석 같아서 찬송가는 시간이 흐르고 공간이 바뀌어도 그 매력을 잃지 않죠."

- PD가 따로 없던데 제작까지 하는 게 어렵지 않나요?
"뭐든 길고 짧은 게 있는데 사실 PD가 있으면 편한 점이 많죠. 선곡도 해주고 연출도 해주고 기획도 해주고 녹음도 해주고 편집도 해주죠. 그런데 PD가 없다 보니 모든 일을 제가 다 하잖아요. 근데 이걸 10년을 해보니까 내가 이 분야에서만큼은 웬만한 PD보다 전문가라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그래서 이제는 어떤 PD가 와도 불편할 것 같아요."

- 멘트 쓸 때 주안점 두는 부분이 있다면.
"우선 저의 기조는 '말을 적게 하자'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 Amazing grace >의 인기 비결을 물으면 제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을 많이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 하거든요. 백마디의 말보다 우선 한 곡의 좋은 노래가 주는 위로가 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DJ의 멘트에서 위로를 얻고자 하는 청취자들도 많기 때문에 공감과 위로의 말을 장황하지 않게 전달하려고 많이 노력해요."

-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10년 동안 너무 많은 청취자가 다녀가고 또 지금까지도 인연을 맺은 청취자들이 많아요. 항상 기쁜 일보다는 슬픈 애환이 담긴 사연들이 오래가는 것 같아요. 사실 어려울 때 기도를 부탁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그 어려움이 해결됐을 때 감사할 수 있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너무 감사하게도 우리 애청자분들은 항상 중보 기도를 요청해 오셨다가도 상황이 극복되면 감사했다고 보답하러 또다시 꼭 와주세요. 그래서 어떤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기억난다기보다 우리 청취자들 모두가 너무 은혜롭고 좋아요. 그리고 10년 전 중고생 자녀를 뒀던 분들이 최근 아이들이 결혼했다고 전해주시는데 세월을 함께 보내고 있다는 느낌이 들죠."

-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의 계획은 거창한 건 없어요. 그냥 어제처럼 평안하게 오늘도 내일도 은혜로 살자는 거예요. 그리고 제가 이 프로그램 안에서 마음의 평안을 얻듯이 우리 애청자분들이 삶의 고단함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세상과 다른 평안함을 이곳에서 계속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 10년 동안 들어주신 청취자에게 한 말씀 해 주신다면.
"그냥 감사하다고 말하면 너무 식상하고요, 저는 가끔 '애청자분들이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우리 청취자분들은 나를 왜 이렇게 사랑해 주시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거든요. 청취자분들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정말 엄마와 같은 마음으로 DJ를 챙겨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챙겨드려야 되는데 'DJ님 추운 날 나오느라 고생하셨어요. 얼마나 일어나기 힘드세요'라고 저를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저도 사실 아침에 힘든데 나오는 거고 또 삶의 전선에 뛰어들기 위해서 움직이는 우리 애청자분들도 힘들고요. 아침의 고단함을 함께 지는 동지 같은 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의리를 계속 유지하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사실 아시듯 이 프로는 되게 낮고 어두운 곳에 있는 프로예요. 다른 프로들처럼 굉장히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시간대의 인기 프로그램도 아니고요. 그럼에도 사랑받는 프로로 10년 장수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청취자 여러분의 하루하루 그 보통의 시간을 매일매일 저도 함께하고 싶어요."
정민아 정민아의 AMAZING GRACE 찬송가 C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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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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