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마르소의 머리 위로 헤드폰이 내려앉은 순간, 사랑은 시작됐습니다. 소녀의 눈앞에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졌지요. 아등바등 사느라 자주 놓치게 되는 당신의 낭만을 위하여, 잠시 헤드폰을 써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현실보단 노래 속의 꿈들이 진실일지도 모르니까요. Dreams are my reality.[기자말]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을 바에는 나의 모습으로 미움 받겠다."

(여자)아이들의 신곡 'Nxde(누드)'는 이 문장에서 싹을 틔운 결과물이다. 음원차트 1위에 오른 채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는 'Nxde(누드)'의 탄생 과정을 다시 보기 위해 지난 5월 13일 방영한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재시청했다. 이날 방송분에 등장한 (여자)아이들 전소연은 회사 직원들을 모아 (여자)아이들의 다음 앨범을 위한 회의를 주도했고, 이때 자신이 기획한 위와 같은 주제를 처음으로 꺼내놓았다.

"(이 주제를 말하기 위해) 모티브를 한 캐릭터가 있다. 마릴린 먼로이다. 그녀는 금발에, 야한 심볼 같은 느낌이잖나. 그런데 사실은 마릴린 먼로가 되게 똑똑했다더라. 책도 엄청 좋아하고. 마릴린 먼로는 자신의 그런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너희가 나를 그렇게 생각할지라도 나는 이런 사람이야, 너희가 나의 그런 모습을 좋아하더라도 나는 사실 이런 사람이야, 그러니 이런 모습인 자체로 사랑받을래,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다." (전소연)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지난 봄, 전소연이 이렇듯 혼자 품고 있던 메시지는 가을로 접어든 10월, 'Nxde(누드)'라는 이름의 곡 형태로 실체를 드러냈고, 대중은 전소연이 던진 공을 제대로 받았다.

마릴린 먼로가 출연한 영화 속 장면들을 오마주 형식으로 연출한 'Nxde(누드)'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사람들은 여러 해석을 내놓았고, '금발의 백치미인' 혹은 '섹스 심볼'로만 생각했던 마릴린 먼로의 진짜 모습을 뒤늦게나마 알아준 것이다. 그녀가 멍청하리라 믿은 사람들의 바람과 달리 마릴린 먼로의 분장실에는 19세기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의 책 < Leave of grass >가 놓여 있었는데, 이런 세세한 일화도 뮤직비디오에 담겨 있다.  
 
Hello my name is 예삐 예삐요/ 말투는 멍청한 듯 몸매는 섹시 섹시요/ 그럼 다이아 박힌 티아라 하나에/ 내가 퍽이나 웃게 퍽이나 웃게

뒤틀려버린 로렐라이/ Don't need no man/ 철학에 미친 독서광/ Self-made woman

전소연이 쓴 'Nxde(누드)' 가사는 언뜻 듣기에 우아한 듯하면서 그 속엔 날카롭고 반항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바라보고 실체와 상관없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이미지를 만들어 씌우는 대중을 향해 비웃음 섞인 한 방을 날린다. 대중으로부터 이미지를 소비당하는 아이돌인 (여자)아이들 역시도 마릴린 먼로가 겪었을 '내가 아닌 모습으로 사랑받는 괴로움'을 경험했을 테고, 전소연은 품격 있는 척하며 그런 굴레를 씌우는 사람들이 주는 위선적인 사랑을 주저 없이 거부한다.  
 
아 발가벗겨져 버린 Movie star/ 아 별빛이 깨져버린 밤/ 꼴이 볼품없대도 망가진다 해도/ 다신 사랑받지 못한대도/ Yes I'm a nude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MBC <나 혼자 산다>의 한 장면 ⓒ MBC


'Nxde(누드)' 가사 속에 등장하는 누드는 외설적인 나체화를 연상시키는 일반적인 의미로써 풀어지는 듯하다가 '본연의 나'라는 중의적 의미로 이동한다. 관성적인 의미에서 탈피해 꾸며지지 않은 개인의 본모습을 '누드'라는 단어로 새롭게 정의한 (여자)아이들은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가 원하는 모습으로 점철된 겉치레 따위는 벗어버리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면서 야한 작품을 기대한 대중을 비꼰다.
 
실례합니다 여기 계신 모두/ 야한 작품을 기대하셨다면/ Oh I'm sorry 그딴 건 없어요/ 환불은 저쪽 대중은 흥미 없는 정보/ 그 팝콘을 던져도 덤덤/ 행복과 반비례 평점/ But my 정점 멋대로 낸/ 편견은 토할 거 같지

이들의 메시지는 노래 안에서 설정한 대중뿐 아니라, 노래 밖에서 실존하는 대중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이들이 'Nxde(누드)'라는 제목의 신곡을 들고 돌아왔을 때 많은 리스너들은 야한 무언가를 상상했을 것이다. (여자)아이들의 섹시한 의상과 메이크업, 퍼포먼스를 기대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이런 기대를 전복시키며 "I'm born nude/ 변태는 너야"라는 가사로써 응수한다. 이들이 섹시하다면 그건 육체에서 오는 무엇이 아닌, 자신만의 중심이 선 생각과 태도에서 나오는 무엇일 테다. 

섹시와 귀여움, 상큼함, 사랑스러움을 내세우며 대중의 사랑을 갈구하는 연예계에서 (여자)아이들은 타인의 시선에 갇히기 보다는 그걸 부수고 '나로 살겠다'라는 주체적인 면모를 보인다. 이렇듯,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로 직접 음악을 만드는 (여자)아이들이 던지는 과감한 메시지는 그것의 진정성 때문에 리스너에게 카타르시스를 준다. 'Nxde(누드)' 속 가사처럼 'Self-made woman'이 되는 것만큼 멋진 일은 없을 것이다. 
 
 (여자)아이들 'Nxde(누드)'

(여자)아이들 'Nxde(누드)' ⓒ 큐브엔터테인먼트

(여자)아이들 전소연 누드 아이들 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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