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양조위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입장하고 있다.

배우 양조위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식에 참석해 레드카펫을 걸으며 입장하고 있다. ⓒ 유성호


 
코로나19 팬데믹으로부터 정상화를 선언한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중간 기점을 지나며 곳곳에서 흥행 관련 긍정 조짐이 보이고 있다. 화제성으로나 초청된 작품의 면면으로나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기대에 걸맞게 행사를 치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올해 부산영화제가 열리며 나타난 여러 특징과 비하인드를 짚어 봤다.
 
우선 영화제 초반 흥행을 주도한 영화인이 있었으니 바로 양조위다. 2004년 이후 18년 만에 부산영화제를 찾은 그는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 상을 비롯해 본인이 직접 선택한 출연작 6편을 관객에게 선보였다. '양조위의 화양연화'라는 특별 섹션은 예매가 열리자마자 일찌감치 매진이었다.
 
특히 <무간도>의 경우 온라인 암표까지 등장했는데 호가만 무려 50만 원에 이르렀다는 후문이다. 또한 기념품(영화제 홍보 물품)샵에선 하루에 150개씩 양조위 굿즈를 판매했는데 가게 영업 전부터 관객들이 몰려 100미터 길이의 줄이 생기는 모습을 영화제 기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 7일 영화의 전당 야외 광장에서 진행된 오픈토크에선 약 4천 석 규모 좌석이 일찌감치 꽉 차는 모습이었다.
 
이에 앞서 6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자들의 질문 세례가 이어졌고, 예정된 시간 내에 다 소화하지 못할 정도였다. 심지어 일부 기자는 상기된 표정과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한 채 예전부터 즐겨봤던 양조위 출연작을 언급하는 등 팬심을 강조하기도 했다. 근 10년 사이에 열린 기자간담회와 야외행사 중 역대급에 해당하는 열기였다.
 
사실 양조위 초대는 영화제 개막으로부터 약 1년 전 기획된 결과였다. 부산국제영화제 한 관계자는 "2021년 말 무렵부터 추진했는데 생각보다 설득이 쉽진 않았다. 확정된 후 보안을 지키기 위해 특별히 입단속을 해야 했다"고 귀띔했다. 그때만 해도 주최 측은 이같은 관객, 특히 10대·20대 젊은 관객층의 열기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 관계자는 기자에게 "MZ 세대가 양조위에 왜 열광하냐 생각하시냐"고 되묻기도 했다.
  
 부산 영화의 전당 광장에 마련된 기념품 가게 앞에 오전 9시경 생긴 대기줄. 하루에 150개 한정 판매인 '양조위 굿즈'를 사기 위한 행렬이다.

부산 영화의 전당 광장에 마련된 기념품 가게 앞에 오전 9시경 생긴 대기줄. 하루에 150개 한정 판매인 '양조위 굿즈'를 사기 위한 행렬이다. ⓒ 이선필


 
영화관 밖 OTT 전쟁
 
양조위 효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팬데믹 직전 열린 2019년 관객 수 기록을 웃돌거나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양조위 초대가 일종의 최고 '가성비'를 보인 가운데 행사장 주변과 외부에선 OTT 플랫폼 간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했다.

지난해 '온스크린' 섹션을 신설, 넷플릭스 <지옥> <마이네임>, HBO 오리지널 <포비든>까지 세 작품을 선보였다면 올해는 4배 늘어난 12편이 상영되고 있다. 플랫폼 또한 넷플릭스, 애플TV,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OTT에서부터 티빙, 왓챠, 웨이브 등 국내 업체까지 가세한 모양새다.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OTT 플랫폼들이 먼저 부산영화제 측에 적극 참가 의지를 보였다고 한다. 국내 최대 영화 축제를 자사 플랫폼과 작품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것. 이를 방증하듯 각 플랫폼은 행사장 곳곳에 이벤트 부스를 만들거나 관객 참여형 이벤트를 기획해 진행하는 모습이었다. 티빙이나 웨이브가 굿즈 판매, 전시 등에 힘썼다면, 넷플릭스는 해운대 영화의 전당 인근 카페를 통째로 임대해 관객과 영화인, 취재진들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이른바 '사랑방'을 운영했다.
 
넷플릭스 사랑방은 그야말로 대성황이었다. 6일 오픈한 이래 국내외 취재진은 물론이고 주요 영화 관계자들이 해당 카페에서 미팅하거나 이벤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측이 마련한 후드티와 에코백 등도 일찌감치 동이 나서 주최 측이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넷플릭스 한 관계자는 "카페 사장님과 얘기할 땐 하루에 100잔 정도 예상한다고 했는데, 어림잡아 다섯 배 이상씩 팔리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이 내년에 이 카페와 계약하기 위해 사장님에게 계속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자 또한 영화제 기간에 허문영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등 주요 인사들이 넷플릭스 사랑방에서 관계자를 만나는 광경을 목격했다.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동료들과 사랑방 내 마련된 스티커 사진기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며 만족해했다고 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6일 부산 해운대구 KNN타워에 넷플릭스(Netflix)가 홍보 카페를 운영하며 영화 팬들에게 신작 영화를 알리고 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6일 부산 해운대구 KNN타워에 넷플릭스(Netflix)가 홍보 카페를 운영하며 영화 팬들에게 신작 영화를 알리고 있다. ⓒ 유성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에 티빙(TVING)이 홍보 부스를 설치해 영화 팬들에게 신작 영화를 알리고 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6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앞에 티빙(TVING)이 홍보 부스를 설치해 영화 팬들에게 신작 영화를 알리고 있다. ⓒ 유성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 광장에 웨이브(wavve)가 홍보 부스를 설치해 영화 팬들에게 신작 영화를 알리고 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열린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 광장에 웨이브(wavve)가 홍보 부스를 설치해 영화 팬들에게 신작 영화를 알리고 있다. ⓒ 유성호


 
뜻밖의 알찬 행사
 
연말 개봉하는 <아바타: 물의 길>(아래 <아바타2>) 풋티지 시사회도 열풍이었다. 대대적 프로모션 차원에서 디즈니가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일부 협찬을 제공하면서 성사된 이번 시사회엔 국내외 취재진은 물론이고, 영화 관계자, 일반 관객까지 예매 전쟁을 벌여야 했다. 13년 만에 선보이는 속편이기에 존 랜도 < 아바타2 > 프로듀서가 내한해 기자간담회를 가졌고,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온라인으로 인터뷰에 참석했다.
 
< 아바타2 > 시사회엔 윤제균 감독과 길영민 JK필름 대표의 모습도 보였다. 올 연말 윤제균 감독의 뮤지컬 영화 <영웅>이 개봉 예정이라는 점에서 특기할만 하다. 윤 감독은 "경쟁작이니까 당연히 보러 왔다"며 "오랜만에 나오는 속편이라 매우 궁금하기도 하다"고 취재진에 말했다.
 
외부에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7일 오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과 국회 문화체육관광 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13명이 깜짝 방문, 국내 감독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본래 정기적 시찰 차원으로 영화제 후반 방문하곤 했던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영화제 초반, 그것도 간담회를 통해 국내 영화계 현장 목소리를 들었다는 데에서 의미가 있다. 정지영, 이장호, 김한민, 윤제균 감독을 비롯해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이 참석해 국고 직접 지원 및 급변하는 콘텐츠 산업에 맞춘 제도 마련을 촉구했다.
 
8일엔 일본 영화인과 국내 영화인 간 토론회가 이어졌다. 정체기에 접어든 일본 영화계 현실을 타파하고자 일본에선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와 같은 공적 지원 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브로커>로 한국영화 시스템을 경험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중심이 돼 해당 기관 혹은 단체 출범을 추진 중이다. 해당 토론회는 한국영화감독조합이 주축이 됐고, 일본 영화인과 한국 영화인 사이 활발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고 한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4일까지 이어진다.
부산국제영화제 넷플릭스 양조위 티빙 웨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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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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