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 민선 8기 지방 자치 단체장이 취임했다. 이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무엇일까? MBC는 9월 27일과 28일 이틀에 걸쳐 243개 지자체장이 가장 먼저 한 일에 대해 조사해 발표했다.

조사 결과 바뀐 단체장 80%는 집무실 새 단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집무실 새 단장 이유도 각양각색이다. '1호 공약'이 집무실 이전이였거나, 수맥이나 풍수 때문이라고 한 지자체도 있었다. 집무실 이전 비용이 1억 원 안팎. 그 비용은 고스란히 세금으로 사용됐다. 

취재 뒷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 5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이 문제를 취재한 남재현 기자를 만났다. 

다음은 남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남재현 MBC 기자

남재현 MBC 기자 ⓒ 이영광

 
- 민선 전국 243개 기초 단체장 집무실 새 단장 관련해 보도하셨잖아요. 보도 마친 소회가 어떠신가요?
"진부한 표현이긴 한데 시원섭섭합니다. 아쉬움도 좀 있고요. 아이템 하면서 속 썩인 부분도 있고 예전에 했던 아이템에 비하면 어려운 아이템이 아니었는데 조금 힘들었던 것도 있거든요."

- 혼자 취재하신 게 아니라 지역 MBC 기자들과 협업하셨는데요. 
"저희는 전국방송이지만 주로 활동하는 무대가 서울이나 경기, 중앙 부처에 집중돼 있잖아요. 그래서 제가 강원도 횡성군이나 전북 군산, 제주도 같이 멀리 떨어진 지역 사정은 잘 모르고 지역 기자들이 훨씬 더 잘 알죠. 저보다 현장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더 세세한 것들을 취재하는 경우도 있어요. 팩트 확인을 할 때도 크로스 체크도 되기 때문에 오보나 실수할 가능성도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 기초 단체장 집무실 새 단장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되신 거예요?
"제가 6월까지 선거 방송기획단에 파견을 가 있었거든요. 선거 때 자치단체 243곳 중의 166곳이 바뀌었잖아요. 단체장이 되기 전 어떤 후보들은 절규하면서 '민심이 천심이다, 정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했었거든요. 시청자 입장에서 한 번쯤은 확인해보고 싶었어요. 많이 바뀌었는데 무슨 일을 제일 먼저 할까 궁금하기도 했었고요. 마침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도 있었잖아요. 그래서 지역도 한번 봐야 되겠다고 생각한 거죠."

- 취재는 뭐부터 하셨어요?
"저희가 몇 개 샘플링 해서 보고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요. 정보공개청구를 할 때 예산을 쓴 액수와 목록, 예산 항목과 예산 집행 법적 근거 등 아주 세세하게 쪼개서 물어봤어요. 물론 제대로 공개하지 않는 데도 많았죠. 그런데 몇 개 추려보고 전국 지자체로 확대했죠. 자료 받이 정리 했는데 저희 팀에 고재은·김세연·김주예 리서처가, 이수연 AD, 허인하 작가가 고생을 아주 많이 하셨죠."

- 예전 선거 끝나고 취임할 때 어땠는지 비교해 보셨어요?
"민선 7기하고 민선 8기하고 같이 받아서 비교해서 봤어요. 왜냐하면 단체장이 바뀐 곳도 있지만 연임을 한 곳도 여럿 있었거든요. 이런 것들도 봐야 되니까요."

- 7기와 8기의 차이가 있나요?
"저희가 8기에서 어떻게 바뀌었는지 소요 예산이나 집기 목록까지도 정리 했는데 7기 데이터는 그렇게까지 정리하지 못했어요. 다만 4년에 한 번 단체장이 바뀌면 집무실 리모델링을 하거나 집기구매를 많이 해요. 그리고 임기 중간에도 리모델링이나 집기구매를 한 곳이 있었고 바꾼 지 2~3년도 안 된 지역이 이번에 또 공사를 한 곳도 있었습니다."

- 보도 보니까 집무실 새 단장에 1억 내외로 비용이 들었더라고요. 이게 다 세금으로 하는 거라 문제인 거 같아요.
"맞습니다. 그래서 제가 자기 돈을 쓰는 사람이 있는지도 한번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이게 확인이 안 돼요. 아니면 정말 그런 단체장은 없었을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희가 이건 데이터로 확인을 못 했어요. 세금 이야기도 하셨잖아요. 살림이 넉넉해서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요. 의무라고 생각해서 체납 없이 없는 살림에 꼬박꼬박 낸 돈을 모아 놓은 게 세금이잖아요. 그런 돈을 막 쓰면 안 된다고 저는 생각 했어요. 100만 원이든 200만 원이든 이게 적으면 적고 크다면 큰돈인 건데 막상 세금을 낸 사람 입장에서 보면 얼마나 소중한 돈이겠어요. 그걸 생각하고 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 대부분 예비비로 하는 건가요?
"아니요. 예전 같지 않고 대부분은 시설비나 물품 취득비에서 씁니다. 그런데 이런 게 있는 거죠. 보통 정부나 지자체 예산은 미리 계획을 세우고 그게 적절한지 따져보고 거기에 맞게끔 쓰는 게 원칙이잖아요. 그런데 대부분 계획이 안 돼 있는 상태에서 단체장 집무실 리모델링이나 집기구매에 예산을 쓰니까 미리 뭉뚱그려서 잡아 놓은 예산에서 빼서 쓰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다른 데 쓰려고 했던 예산에 공백이 생기거든요. 그게 가장 큰 문제일 수도 있어요."

- 성남시의 경우, 시장 집무실이 2층에서 4층으로 올라갔더라고요. 표면적으로 소통을 강조한 건가요?
"원래 성남시는 1~3층이 주민 개방 공간이었대요. 예전에 이재명 시장하고 은수미 시장 때 2층에 시장실이 있었는데 집회하게 되면 직원들이 경비 서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이런 부분이 비효율적이라고 판단돼서 2층에서 4층으로 올라갔다고 해요. 그리고 신장진 성남시장 쪽에서는 공무원 노조도 원했다고 하고요."

- 안마의자를 놓은 지자체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서울 도봉구청·경기도 포천시가 그랬는데요. 도봉구청의 경우 목록 조사하고 쭉 보다 보니 구청장 집무실 꾸미는 비용으로 안마의자를 샀더라고요. 처음에는 끝까지 공개를 안 해요. 저희가 두 번 세 번 찾아갔죠. 결국 구청장실 집무실은 못 봤고 안마 의자를 봤어요. 근데 그게 직원 휴게실에 있더라고요. 이게 왜 여기 와 있냐고 물어보니까 구청장님이 직원 휴게실로 보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안쓰실 것 같으면 당선되자마자 바로 내려보내면 되는데 한달씩 걸렸냐고요. 의사결정 과정이 오래 걸렸대요. 저희가 정보 공개 청구한 게 7월 중순 정도였거든요. 공교롭게 정보공개청구 하고나서 안마의자를 옮긴 거예요."

"규제할 방법, 사실상 없어"
 
 남재현 MBC 기자

남재현 MBC 기자 ⓒ 이영광

 
- 책상이나 의자는 사용 기한이 있는 것 같아요. 사용 기한을 안 지키는 것에 대해 규제할 방법은 없을까요.
"지금은 사실상 없어요. 조달청에서 구매할 때 사용 지침 같은 게 있는데 지자체 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안전부에서도 이걸 준용해서 씁니다. 예를 들어 책상 9년, 의자 8년이란 게 있어요. 사실 그전에 부서지면 사도 되죠. 그리고 멀쩡하면 더 써도 돼요. 이거 말고는 따로 제한은 없어요. 제가 공무원 노조 인터뷰를 한번 했었거든요. 이 얘기하더라고요. 자기들은 옮길 때 방석 하나만 가지고 자리 옮기면 선임자가 쓰던 책상을 10년이고 20년이고 쓴다는 거예요. 자치단체장과 온도 차이가 너무 큰 거죠."

- 규제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집무실의 경우 저희가 보도도 했지만, 면적에 대한 규제만 있고 이 돈을 어떻게 쓰고 얼마나 바꾸는지에 대한 지침이 없어요. 규제가 능사는 아니겠지만 자치단체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라도 집무실 예산 사용 지침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최소한 멀쩡한 것은 함부로 폐기하지 못하도록 한다거나. 아니면 집무실 안에서 소화하도록 해야죠. 그리고 정말 집무실 리모델링이나 집기구매가 필요하다면 당선되자마자, 취임하기도 전에 바꾸는 게 아니라 의회 심의를 거쳐서 승인받고 사는 등 감시 장치를 둘 필요가 있겠죠."

- 집무실 새 단장 이유 1위가 '1호 공약이어서'라고 하시던데. 이런 걸 공약으로 내세우는 게 황당한 것 같거든요. 
"새 단장이 1호 공약은 아니고요. 집무실 이전을 1호 공약으로 하는 거죠. 근데 집무실 이전을 1호 공약으로 했을 때 명분은 주민 소통을 위한 거라고 해요. 결과적으로는 집무실을 이전하면 새 단장하게 되고 집기 구매도 다시 하게 되죠. 장소를 옮기게 되니까요.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장소를 옮겼다고 해도 예전에 사용하던 것들을 쓸 수 있잖아요. 멀쩡한 집기들이 창고에 가 있는 거예요, 지금."

- 가장 황당한 사례가 있을까요.
"아까 성남시 사례도 좀처럼 이해는 안 갔고요. 횡성군 같은 경우도 주민 소통 강화하겠다고 2층에서 1층으로 옮겼거든요. 근데 집기를 하나부터 열까지 바꿔요. 심지어 100만 원짜리 청소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등이 있어요. 보셔서 알겠지만 청소해 주시는 분도 계신단 말이에요. '100만 원짜리 청소기가 왜 필요할까'라고 생각했어요. '내 살림 같으면 그렇게 쓸까'라는 생각이 들었죠."

- 광역 단체장 집무실의 경우, 취재가 안 된 건가요?
"저도 광역단체면 더 많은 예산을 쓰겠다고 생각했었죠. 그런데 오히려 조직이 크면 클수록 주민들 눈치를 더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서울시만 해도 제가 내부적으로 아는 사람 통해서 확인해 봤더니 예전에 박 시장이 쓰던 거 위치만 바꿔서 쓴다는 거예요. 바꾸지 않고 예전 단체장이 쓰던 거 그냥 쓰는 데도 많았고요. 200만 원, 300만 원 정도 써서 간단한 집기만 산 곳도 있었어요. 새 청사 집무실 신설 때문에 제주도가 좀 많이 쓰긴 했는데 그거 말고는 한 1천만 원 안팎으로 쓴 곳이 3~4곳 정도 있었습니다."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나요?
"어느 기자나 겪는 거지만 자치단체장 집무실에 들어가기 위해서 설득하고 그다음에 창고 보여달라고 설득하고 이해하고 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그리고 두 번째는 아까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게 문제가 되는 거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견해 차이를 놓고 납득시키는 게 어려워던 거 같아요."

- 취재하며 느낀 점 있다면.
"제가 제일 많이 들었던 얘기 중의 하나가 지자체장이 바뀌었으니까 으레 해드린다는 거예요. 물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곳도 있지만 사실 지자체장이 허락을 안 하면 할 수 없거든요. 대놓고 인수위에서 주문했다고 하는 곳도 있고요. 관행이죠. 그런데 일반 시민들 인터뷰했을 때 그런 말도 했어요. '예산을 궁색하게 쓰라는 게 아니다. 필요한 데 있으면 팍팍 써도 된다. 그러길 바란다. 다만 충분히 생각하고 써줬으면 좋겠다'는 거거든요. 이른바 관행처럼 벌어지는 일들이 시민들의 눈높이를 못 따라가는 거 같아요."
덧붙이는 글 '전북의소리'에 중복 게재합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