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면적은 세계 108위다. 지구상에 대한민국보다 땅덩어리가 큰 나라가 100개 국이 넘는다는 뜻이다. 반면에 올해 통계청 기준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에서 29번째로 많은 인구수를 기록하고 있다. 다시 말해 대한민국은 면적이 세계 108위 밖에 되지 않은 좁은 땅에서 29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 나라라는 뜻이다(게다가 한국은 서울 등 대도시에 인구가 밀집해 있는 대표적인 나라다).

세계를 기준으로 보면 한국 사람은 생김새나 특징이 비슷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사실 한국은 이 작은 나라에서도 지역마다 특색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난다. 물론 지역별로 고유의 문화유산이나 전통음식을 가진 것은 매우 긍정적이지만 오랜 기간 고쳐지지 않은 부정적인 악습들도 적지 않다. 실제로 각종 전국단위 선거를 하면 여전히 나라가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지역별로 전혀 다른 투표 결과가 나오고 있다. 

태어나서 한평생 고향을 벗어난 적이 없는 세대일수록 지역적인 색깔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 때문에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 젊은 세대들이 고지식한 부모님 세대의 소신(?) 때문에 인해 고초를 겪기도 한다. 지난 2011년에 개봉한 이시영과 송새벽 주연의 영화 <위험한 상견례>는 전라도 청년과 경상도 여인이 서로의 부모님에게 인정 받는 과정을 통해 지역감정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다.
 
 <위험한 상견례>는 극장가의 비수기인 3월말에 개봉했음에도 전국 2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위험한 상견례>는 극장가의 비수기인 3월말에 개봉했음에도 전국 2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어눌하고 개성 있는 사투리 연기의 달인

전북 군산에서 태어나 군산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송새벽은 1998년부터 연극에 출연하며 배우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꾸준히 연극활동을 해오던 송새벽은 차기작에 출연할 배우를 찾기 위해 대학로로 연극을 보러 다니던 봉준호 감독에게 캐스팅돼 2009년 영화 <마더>에서 세팍타크로 형사를 연기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부터 송새벽은 충무로에 자신의 이름을 진하게 아로새겼다.

송새벽은 2010년 한 해 동안 <방자전>을 시작으로 <해결사> <시라노; 연애조작단> <부당거래>, 독립영화 <평범한 날들>까지 5편의 영화에 출연하며 관객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알렸다. 송새벽은 특유의 어눌하면서도 코믹한 사투리 연기로 관객들을 매료시켰고 변학도를 연기했던 <방자전>을 통해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비롯해 7개 영화제에서 신인상 또는 조연상을 휩쓸었다.

송새벽의 개성 있는 연기는 충무로에서도 큰 화제가 됐고 2011년에는 송새벽의 독특한 캐릭터를 살린 영화 <위험한 상견례>가 제작됐다. 송새벽이 '현지'라는 필명을 쓰는 순정만화 작가 현준을 연기한 <위험한 상견례>는 극장가의 비수기인 3월말에 개봉했음에도 전국 2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주연으로서도 송새벽이라는 브랜드가 먹힐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셈이다.

하지만 송새벽은 이어 출연한 <아부의 왕>과 <조선미녀삼총사> <내 연애의 기억> <덕수리 5형제> 등이 연속으로 흥행에 실패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송새벽도 2014년 <도희야>에서 각종 학대를 자행하는 도희의 의붓아버지 역을 맡으며 변신을 시도했다. 2015년 <도리화가> 이후 약 3년의 공백이 있었던 송새벽은 2018년 데뷔 후 처음으로 드라마에 출연했다. 백상예술대상 드라마 작품상과 극본상을 수상한 명작 <나의 아저씨>였다.

송새벽은 <나의 아저씨>에서 소싯적에 천재감독 소리를 들었던 3형제의 막내 박기훈 역을 맡아 권나라와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호연을 펼쳤다. 지난 1월에 개봉한 영화 <특송>에서 비리경찰 조경필을 연기한 송새벽은 송강호에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안긴 <브로커>에도 보육원 원장으로 특별 출연했다. 송새벽은 지난 5일 개봉한 영화 <컴백홈>에서 라미란, 이범수 등과 호흡을 맞추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해묵은 지역감정을 이긴 사랑의 힘
 
 다홍(왼쪽)과 현준은 '사랑의 힘'으로 해묵은 지역감정을 이겨내며 양가집안의 허락을 받아냈다.

다홍(왼쪽)과 현준은 '사랑의 힘'으로 해묵은 지역감정을 이겨내며 양가집안의 허락을 받아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필명으로 순정만화를 연재하는 순수한 전라도 청년 현준(송새벽 분)은 펜팔을 통해 만난 경상도 여인 다홍(이시영 분)과 사랑을 키워갔다. 하지만 다홍은 아버지 영광(백윤식 분)의 강요에 의해 다른 남자와 선을 봤고 다홍을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현준은 다홍에게 프로포즈를 했다. 다홍은 흔쾌히 현준의 청혼을 수락했지만 다홍의 아버지는 젊은 시절 전라도 사람과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전라도 사람을 무척 싫어한다.

결국 현준은 서울 사람으로 위장(?)하고 다홍의 집을 찾아가 예사롭지 않은 다홍의 가족들 사이에서 예비 장인어른이 될 영광의 호감을 얻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영광과 야구장에 간 현준이 중계화면에 잡히고 이를 목격한 현준의 아버지 세동(김응수 분)은 스파이로 잠입한 대식(박철민 분)에게 당장 현준을 잡아오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현준은 다홍의 고모 영자(김정난 분)에 의해 자신이 전라도 사람인 것을 들켜 버린다.

결국 다홍은 선을 본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되지만 결혼식장에서 신랑이 성소수자임이 밝혀지면서 결혼이 틀어지고 그 사이 순정만화 작가로 유명해진 현준은 방송에서 다홍에게 솔직하게 사랑을 고백한다. 결국 평생 원수로 살았던 세동과 영광은 비 오는 날 무등야구장에서 '마지막 승부'를 펼치며 화해하게 된다. 그렇게 결혼승낙을 받은 다홍과 현준은 양가 식구들을 모시고 드디어 제대로 된 상견례를 하면서 영화는 유쾌하게 마무리된다.

<위험한 상견례>는 지금보다 지역감정이 더욱 심했던 1980년대 후반을 배경으로 설정했고 송새벽과 이시영의 로맨스보다는 양가집안의 원한과 지역감정에서 오는 에피소드들을 더욱 강조했다. 이는 관객들의 공감을 높이고 웃음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함이었지만 해묵은 원한과 지역감정이 얼마나 부질없는지 잘 보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했다. 결국 <위험한 상견례>는 현준과 다홍의 사랑을 통해 지역감정을 극복하는 결말을 보여준다.

그리 크지 않은 규모와 좋지 않은 개봉시기에도 전국 2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쏠쏠한 흥행성적을 올린 <위험한 상견례>는 4년이 지난 2015년 속편이 제작돼 개봉했다. 하지만 <위험한 상견례2>는 감독과 김응수 등 출연배우 일부만 같을 뿐 경찰집안과 도둑집안의 이야기를 다룬 전혀 다른 세계관(?)의 영화였다. 결국 진세연과 홍종현이 주연을 맡은 <위험한 상견례2>는 전국 47만 관객에 그치며 흥행에 실패했다.

중년의 박남정, 청년 박남정을 연기하다
 
 40대 중반의 '중년' 박남정은 <위험한 상견례>에서 인기 절정의 '청년' 박남정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40대 중반의 '중년' 박남정은 <위험한 상견례>에서 인기 절정의 '청년' 박남정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 롯데엔터테인먼트

 
부산고 시절 유망한 야구선수였던 영광은 상대 투수였던 광주일고의 세동이 던진 공이 눈에 맞으며 선수생활을 조기에 마감했다. 이 사건은 영광이 전라도를 싫어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고 현준이 정체가 발각될 때까지 자신의 고향을 밝히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참고로 영광을 연기한 백윤식 배우는 서울 출생으로 일부 관객들로부터 경상도 사투리 연기가 다소 어색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현준의 아버지 세동이 운영하는 나이트클럽의 매니저인 대식은 세동의 명에 따라 다홍의 부모에게 인사를 하러 간 현준을 미행한다. 대식은 현준을 미행하는 과정에서 다홍을 미행하던 고모 영자와 눈이 마주치게 되는데 처음엔 악연으로 시작하지만 나중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진다. 실제 광주 출신으로 각종 전라도 사투리가 필요한 캐릭터를 단골로 연기하는 배우 박철민은 <위험한 상견례>에서도 특유의 감초연기로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현준이 자신의 고향을 숨기고 서울토박이라고 속였던 것처럼 전남 벌교 출신의 다홍 어머니 장춘자 여사 역시 자신을 서울 출신으로 속이고 경상도 남자 영광과 결혼했다. <마파도>를 시작으로 <가문의 영광> 시리즈, <육혈포 강도단> 등에서 '욕쟁이 할머니'로 이름을 날리던 김수미 배우는 <위험한 상견례>에서 후반부 벌교 출신이라는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조신한 사모님 연기를 하며 관객들을 감쪽같이 속였다.

<위험한 상견례>에는 이한위가 현준에게 서울말을 전수해주는 라디오 DJ로 출연했고 유수호 아나운서와 고 하일성 해설위원이 현준과 영광이 관전하는 야구경기의 중계진으로 출연했다. 그리고 1980년대 후반 최고의 인기가수였던 박남정이 그 시절의 박남정 역으로 특별출연했다. 행선지가 부산에서 광주로 바뀐지도 모른 채 차에서 잠이 든 박남정은 광주의 나이트클럽에서 "역시 경상도가 전라도보다 물이 좋네"라는 치명적인 말실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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