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출연자의 사연을 듣고 고민을 상담-해결해주는 '솔루션' 프로그램들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오은영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는 힐링과 공감의 중요성을 전파하며 방송가에 상담예능의 전성기를 이끈 인물로 꼽힌다. 하지만 출연의도가 의심스러운 연예인-셀럽 출연자들의 등장 및 자극적인 화제가 결합되면서 그 취지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은 생각해 볼 만한 문제다. 

9월 30일 방송된 채널 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는 배우 김정민 모녀가 출연했다. 김정민은 어머니와의 갈등과, 과거 '꽃뱀 의혹 논란'에 대한 심경을 고백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우 김정민 모녀 출연
 
 채널 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한 장면.

채널 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한 장면. ⓒ 채널A

 
김정민은 2003년 청소년드라마 '반올림'에서 아역으로 데뷔한 이래 드라마와 예능을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해왔다. 하지만 2017년 터진 전 남자친구와의 스캔들및 10억 반환 소송으로 이미지가 추락하며 한동안 방송활동을 중단하고 긴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법정 공방 결과 김정민의 승리로 끝났고, 전 남친은 공갈-협박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정민은 연예계 복귀를 준비하며 요가와 명상 등으로 마음을 다스렸다고 고백했다.
 
김정민은 모친 허귀례씨와 함께 출연하여 모녀 관계에 대한 고민을 털어놨다. 김정민 모녀는 이구동성으로 함께 있으면 "불편하다"라면서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머니는 딸에 대하여 "시어머니보다 어렵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어머니의 주장에 따르면 김정민은 쇼핑을 할 때도 어머니의 옷차림에서 요리까지 사사건건 간섭하고 잔소리를 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에 억지로 맞추도록 강요한다고. 김정민은 억울해 하면서도 어린 학창시절 어머니의 옷차림 때문에 창피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가 로망하는 어머니상이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인정했다. 
 
듣고있던 오은영은 "김정민이 '에티켓'에 유난히 민감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곰곰이 생각하던 김정민은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한다. 나뿐만 아니라 '엄마까지도 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에 오은영은 "일반적으로 엄마들이 경제력이 생기면 내가 못했던 것을 자녀에게 해주려고 한다. 그런데 김정민 모녀는 반대다. 딸인 김정민이 엄마에 간섭하고 보호자를 자처하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정민은 15세부터 부모로부터 경제적으로 독립한 상태였고 심지어 동생들까지 챙기며 가장의 역할을 했다고.
 
김정민은 "다시 태어나면 엄마의 엄마로 태어나고 싶"라고 고백하며 어려운 환경에서 마음 고생했던 어머니가 지금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사랑받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오은영은 김정민의 어머니에게도 독특한 특성이 있다며 "딸의 간섭이나 잔소리를 받아들이는 태도가 매우 순응적"이라고 진단했다. 어머니는 그 이유에 대하여 "미안해서"라고 밝히며 "내가 더 가르쳤더라면, 내가 가진 게 많았더라면 어땠을까" 자책했다. 
 
김정민 모녀의 불우했던 가족사도 공개됐다. 김정민의 친부는 10여년간 상습적인 가정폭력을 저질렀고 견디다 못한 어머니는 결국 딸과 아들을 남겨두고 홀로 도망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당시의 기억은 어머니에겐 여전히 딸에 대한 죄책감으로 남아있었다.
 
김정민 역시 아버지의 폭력 때문에 남동생을 남겨두고 혼자 집을 뛰쳐나왔다. 어머니가 떠났을 때보다 그 순간이 김정민에게는 더 큰 응어리이자 상처로 남았다고. 이후 김정민은 어린 나이에 연예계 활동을 시작하며 경제적으로 자립했고 남동생을 데리고 나올 수 있었다. 김정민은 "이미 지나간 일이고 아버지는 돌아가셨다. 언제까지 엄마가 나한테 미안해하고 죄인처럼 지내기를 원치 않는다"고 고백했다.
 
오은영은 "가정폭력을 경험한 사람은 자긍심이 형성되지 못한다"라고 설명하며 자식이 부모에서 느껴야할 존경심이나 자존감을 얻지 못하면 본인 스스로에 대한 감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화제를 모았던 전 남친과의 소송 사건도 언급됐다. 김정민은 당시 적극적으로 해명하지 않았떤 이유에 대하여 "갑자기 쏟아지는 언론보도에 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에 수치심을 느꼈다"라고 밝히며 "엄마에게조차도 '네가 10억을 썼어?'라는 질문을 받고 무력해졌다"고 회상했다. 
 
오은영이 "왜 김정민에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라고 질문하자, 잠시 생각하던 김정민은 "헤어질 기회가 왔을 때 헤어졌어야 했다"고 답했다. 낮은 자존감과 버려진다는 두려움 때문에 이별의 기회를 놓치고 상대에게 휘둘렸던 것을 자책했다. 오은영은 "상대의 잘못으로 일어난 갈등 상황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면 비슷한 일을 또 겪을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김정민은 법정 공방당시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음을 고백했다. 어머니에게도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지 못했다고. 오은영은 "김정민은 본인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무력하게 손을 놔버린다"라고 지적하며 "본능적으로 세상에 대한 불신이 있어서 어머니나 가까운 누군가에게도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김정민은 어린 시절 엄마가 만삭일 때 자신을 보호하려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던 일화를 언급하며 어머니에게 사랑보다 '죄책감'이 앞서는 이유를 고백했다. 오은영은 "부모는 자식이 물에 빠지면 수영을 못해도 뛰어든다"라며 "아이가 구해준 부모에게 물에 젖게 해서 죄송하다고 하지는 않는다"라고 비유했다.
 
김정은 모녀는 따뜻하게 서로를 포옹하며 "사랑한다"는 고백으로 그동안 못다한 진심을 표현했다. 오은영은 모녀를 위해 같은 나이에 있었던 일을 주제로 공통점과 찾이점을 찾아가는 '사회적 시계 맞추기'를 제안했다.

출연자들의 연이은 논란
 
  채널 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한 장면.

채널 A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 한 장면. ⓒ 채널A

 
하지만 <금쪽상담소>는 최근 출연자들을 둘러싸고 연이은 논란에 휘말리며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 8월 19일 방송에 출연하여 성격차이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던 뮤지컬 배우 최성욱-뷰티 인플루언서 김지혜 부부는, 불과 얼마 전 종영한 OTT 채널의 부부 관찰예능에서도 똑같은 사연으로 출연한 바 있다. 당시 최종선택에서 결혼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던 부부는 <금쪽상담소>에서도 부부간의 상황이나 문제점들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만 드러내며 방송 출연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자아냈다.
 
9월 2일에 출연했던 가수 선예는 걸그룹 '원더걸스' 탈퇴 과정을 둘러싼 언급과 태도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 팬들에게 뒤늦은 사과의 뜻을 전하려는 의도라고 밝혔지만 그 내용은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입장에서의 변명에 가까웠던 데다, 새 앨범 홍보와 맞물린 방송 출연으로 진정성에 의심을 받았다. 
 
결정타는 지난 8월 26일 방송분에 출연한 작곡가겸 사업가 돈스파이크의 '마약 논란'이었다. 돈스파이크는 신혼인 아내와 함께 출연해 자신이 "4중인격에 자폐증세가 있는 것 같다"고 고백하여 충격을 안긴 바 있다.
 
그런데 돈스파이크가 방송 이후 약 한달여만에 마약류 관리 위반 혐의로 경찰에 전격체포되면서 <금쪽상담소>에서 보여준 모습과 이야기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돈스파이크가 자신의 구속 가능성을 예견하고 일부러 방송에 출연하여 자신의 정신이상 증세를 감경의 근거로 확보하려고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돈스파이크가 출연한 에피소드는 다시보기가 중단된 상태다. 돈스파이크의 출연 의도에 대한 진위 여부를 떠나, 상담 방송이 언제든 '출연자의 거짓말과 자기 변명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준 것이다. 제작진이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9월 30일 방송된 김정민 편은 돈스파이크의 마약 논란이 터진 이후에 방영된 첫 회차였다. 사건의 성격은 다르지만, 공교롭게도 사회적 논란이 있었던 인물을 굳이 섭외했다는 점에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이는 <금쪽상담소>가 상담이라는 콘셉트를 빌미로 사실상 연예인-셀럽 위주의 토크쇼로 변질된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는 이유다. 과거 연예인-셀럽들은 출연작 홍보는 물론이고 자신의 논란를 해명하는 창구로서 방송 토크쇼를 많이 활용하곤 했다. 초반에는 불행한 개인사나 가족사를 먼저 내세워서 감성을 자극하고, 후반부에는 논란이 된 사건을 거론하며 자신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변명하거나 미화하는 식이었다. 
 
최근에는 정통 토크쇼가 줄어든 대신 다큐에 가까운 관찰예능이나 상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사실상 연예인 토크쇼의 기능을 대체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이런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은 마음의 고민이나 상처를 털어놓는다는 명분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만 일방적으로 늘어놓을 수 있다. 심지어 일반인인 가족까지 함께 데리고 나와서 전문가의 상담과 위로까지 받는다. 
 
물론 유명 연예인이나 셀럽들도 각자의 고민이 있고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회는 정말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가야 한다. 팩트체크가 불가능한 출연자들의 일방적 이야기가 출연자들의 면죄부가 돼서는 곤란하다. '금쪽상담소'가 '금쪽변명소'가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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