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SSG가 5시간이 넘는 연장 11회 혈투 끝에 키움을 꺾었다.

김원형 감독이 이끄는 SSG랜더스는 9월 30일 인천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1방을 포함해 장단 13안타를 때려내며 연장11회 접전 끝에 7-3으로 승리했다. 최근 불펜이 흔들리면서 2위 LG 트윈스에게 2.5경기 차까지 추격을 허용했던 SSG는 이날 승리로 LG와의 승차를 유지하며 정규리그 우승을 위한 매직넘버를 '4'로 줄였다(87승4무48패).

SSG는 선발 윌머 폰트가 7이닝3피안타8탈삼진 비자책 1실점으로 호투했고 11회 6번째 투수로 등판해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김택형이 시즌 3승째를 따냈다. 타선에서는 김강민이 3안타, 최정이 사사구로만 3출루 경기를 만든 가운데 연장 11회말에 터진 이 선수의 한 방이 승부를 결정 지었다. 연장11회 끝내기 만루홈런을 통해 2018년에 이어 4년 만에 커리어 두 번째 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낸 SSG의 캡틴 한유섬이 그 주인공이다.

와이번스를 대표했던 '가을남자' 박정권

매 시즌 목표가 가을야구 진출인 팀들은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갈리는 여름에 강한 선수가 필요하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 단골로 진출하며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팀들은 가을에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 선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는 매년 다른 팀보다 유리하게 가을야구를 치러왔다. 와이번스에는 '미스터 옥토버'로 불리던 가을에 유난히 강했던 박정권(SSG 2군 타격코치)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6년 동안 SK의 '원클럽맨'으로 활약한 박정권은 통산 1308경기에 출전해 타율 .273 1134안타 178홈런679타점611득점을 기록했다. SK의 주전 1루수로서 10년 가까이 준수한 활약을 해준 것은 분명하지만 리그를 지배하거나 구단에서 영구결번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활약을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활약의 범의를 포스트시즌으로 좁히면 박정권의 위상은 크게 달라진다.

가을야구에서 통산 62경기에 출전한 박정권은 타율 .296(189타수56안타)11홈런40타점 OPS(출루율+장타율) .926를 기록하며 포스트시즌 SK 타선의 핵심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박정권은 2009년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476 3홈런8타점,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357 1홈런6타점, 2011년 플레이오프에서 타율 .381 3홈런6타점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단일시즌 포스트시즌 MVP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와이번스와 랜더스 구단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불리는 선수는 박정권이 아닌 최정이다. 최정은 7번의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와 3번의 리그 홈런왕, 그리고 통산 429홈런으로 '국민타자' 이승엽(SBS 해설위원)의 기록에 35개 차이로 접근하는 성적으로 사실상 은퇴 후 영구결번을 예약했다. 하지만 SK와 랜더스의 '살아있는 전설' 최정도 가을야구에서는 통산 67경기에 출전해 타율 .258 10홈런29타점OPS.845로 박정권에는 미치지 못했다.

박정권은 선수생활의 황혼기를 맞은 2018 시즌에도 포스트시즌에서 '가을사나이'의 위엄을 마음껏 뽐냈다. 박정권은 10-8 난타전으로 치러진 키움과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경기 후반 대타로 출전해 9회말 끝내기 홈런을 작렬하며 SK의 승리를 이끌었다. 박정권은 이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1차전에서 조쉬 린드블럼을 상대로 결승 투런 홈런을 터트리며 SK의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가을이 무르익었음을 알린 한유섬의 만루홈런

박정권이 2018년 포스트시즌을 끝으로 '가을사나이'라는 왕좌를 내려 놓을 때 그 왕좌를 물려 받은 후배가 바로 한유섬이었다. 사실 201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9라운드 전체 85순위로 SK에 지명될 때만 해도 한유섬을 주목하는 야구팬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당시 SK를 이끌던 이만수 감독은 한유섬의 다부진 체격과 뛰어난 파워에 매료됐고 2년 차가 된 2013년부터 한유섬을 꾸준히 주전으로 투입했다.

2014 시즌이 끝난 후 상무에 입대해 병역의무를 마친 한유섬은 전역 후 2017년 부상으로 103경기 출전에 그쳤음에도 29홈런73타점을 기록하며 그리 정상급 거포로 성장했다. 그리고 2018년 136경기에 출전한 한유섬은 타율 .284 41홈런115타점97득점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1년 만에 경신했고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는 6차전 결승홈런을 포함해 2홈런4타점을 기록하면서 한국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한유섬은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진 2019년 홈런 개수가 41개에서 12개로 뚝 떨어졌고 명예회복을 벼르던 2020년에는 정강이와 손가락을 차례로 다치면서 62경기 출전에 그쳤다. 작년 2월 새로운 이름으로 개명을 하며 새 출발을 다짐한 한유섬은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278 31홈런95타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2018 시즌에 가까운 성적을 회복했다. 그리고 작년 12월에는 SSG와 5년 총액 60억원에 '비FA 장기계약'을 체결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SSG의 주장으로 선임된 한유섬은 올 시즌에도 랜더스의 중심타자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비록 홈런은 21개로 작년과 비교해 10개가 줄었지만 여전히 .859의 높은 OPS를 유지하고 있고 9월 30일 키움전에서는 연장 11회 끝내기 만루홈런을 때려내면서 커리어 두 번째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참고로 한유섬이 처음으로 100타점을 때려냈던 2018년 SK는 4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사실 한유섬은 박정권에게 '가을사나이'라는 타이틀을 물려받은 선수치고는 가을야구 통산 타율이 .176(51타수9안타)로 지나치게 낮다. 하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때려낸 9안타 중 5개가 홈런이었을 정도로 한유섬은 언제나 가을야구가 가장 뜨거워지는 순간에 결정적인 한방을 때려주는 선수였다. SSG구단과 팬들은 한유섬이 올 가을에도 시원한 장타를 통해 SSG를 구단 인수 후 첫 우승으로 이끌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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