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적시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무사 1,2루 키움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쳐낸 뒤 김지수 코치와 주먹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이정후 적시타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프로야구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말 무사 1,2루 키움 이정후가 1타점 적시타를 쳐낸 뒤 김지수 코치와 주먹 악수를 나누고 있다. ⓒ 연합뉴스

 
'바람의 손자' 이정후(키움 히어로즈)가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리그 MVP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키움은 9월 29일 오후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펼쳐진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SSG와의 원정경기에서 5타수 4안타(1홈런) 1볼넷 2득점 5타점을 몰아친 이정후의 맹활약을 앞세워 14-9로 승리했다.
 
키움은 79승 2무 60패를 기록하며 3위를 지켰다. 4위 KT위즈(77승 2무 59패)와는 0.5경기차를 유지했다.
 
이정후는 이날 SSG의 에이스 김광현을 상대로 3회 동점 스리런 홈런을 작렬한 데 이어, 8회에는 2타점 역전 결승 적시타까지 때려내며 그야말로 원맨쇼를 펼쳤다.
 
이정후와 김광현은 올시즌 프로야구 투타를 대표하는 유력한 MVP 후보로 꼽힌다. 이정후가 타격부문 다관왕에 도전하고 있다면 김광현은 프로야구에서 유일하게 1점대 자책점을 유지하고 있는 선발투수이자 팀성적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프리미엄이 있었다.
 
'5관왕' 노리는 이정후

이정후는 이날 김광현과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뒀다. 키움전에서 역대 최연소(34세 2개월 7일)-최소경기(325경기) 150승 사냥에 나선 김광현은 이날도 올시즌 19번째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할 만큼 빼어난 투구를 했으나 이정후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 이정후는 1회초 첫 타석부터 중전 안타를 뽑아낸 데 이어, 키움이 0-3으로 끌려가던 3회초 김광현의 3구 147km/h 패스트볼을 받아쳐 동점 스리런 홈런을 터뜨렸다.
 
김광현은 이정후에게 홈런을 허용한 직후 자책점이 한때 2점대(2.03)까지 치솟았다가 7회에 마운드를 내려오며 간신히 1.99까지 다시 자책점을 끌어내릴 수 있었다. 김광현이 강판돤 이후 불펜투수들이 리드를 날리고 역전패를 허용하며 김광현의 시즌 14승-최연소 150승 기록도 허공으로 날아갔다.
 
로테이션상 내달초에 마지막 선발등판이 예상되는 김광현은 1점대 자책점 기록을 지키려면 6이닝 이상을 던져서 1실점 이하로 막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됐다. 그리고 이 장면은 올시즌 이정후와의 MVP 경쟁에 있어서도 중요한 임팩트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정후의 방망이는 김광현이 내려간 이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키움은 7회초 송성문이 3점 홈런을 터뜨려 다시 승부를 6-6 원점으로 돌렸지만 7회말 김성현에게 3점 홈런을 얻어맞고 다시 6-9로 리드를 빼앗겼다. 8회에 키움은 무사 1, 2루 찬스에서 김태진과 송성문의 적시타로 1점차까지 추격했고, 이정후가 서진용의 2타점 우전 적시타를 터뜨리며 승부를 뒤집었다.
 
키움은 8회에만 6점을 뽑아낸 것을 비롯하여 마지막 3이닝간 11점을 몰아치는 놀라운 집중력을 선보이며 SSG 마운드를 무너뜨렸다. 이정후와 함께 송성문이 3안타 2홈런 6타점으로 폭발했고, 키움 타선은 3개의 홈런 포함 총 20안타를 몰아쳤다.
 
이정후는 현재 1위에 올라 있는 타율-최다 안타-타점-출루율-장타율의 5개 부문에서 2위권과 격차를 벌리며 다관왕이 유력해지고 있다. 시즌 타율은 .351로 2위 박건우(.342, NC)와 9리 차이. 타점도 113개로 공동 2위 피렐라(삼성)-김현수(LG. 이상 104개)와 9타점 차이다. 출루율(.422)과, 장타율(.581), 최다안타(189안타) 부문에서 모두 2위 피렐라(출루율 .412, 장타율.559, 181개)와 격차를 벌리는 데 성공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이정후가 지금의 기세를 유지하다면 최대 '5관왕'까지 유력하다.
 
홈런(23개, 공동 5위)과 도루(3개)를 제외하면 올해 타격 부문은 그야말로 '이정후 천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이정후는 최근 7경기에서 무려 5할 4푼 8리(17안타)에 이르는 타율과 2홈런 10타점을 기록하며 시즌 막바지에 놀라운 페이스로 경쟁자들을 따돌리고 있다. 같은 기간 이정후보다 더 뛰어난 타격 성적을 기록한 선수는 전무하다. 홈런도 올시즌 개인 최다 기록을 넘어서며 장타력까지 업그레이드된 모습이다.
 
이정후의 페이스를 감안할 때 소속팀 키움의 남은 경기수(3경기)가 가장 적다는 것이 아쉽게 느껴질 정도다. 다만 타격 부문에서 주요 경쟁자인 피렐라가 있는 삼성이 7경기, 박건우의 NC는 8경기나 남겨뒀다는 것이 이정후의 다관왕 도전에 유일한 변수다.
 
이정후가 5관왕을 모두 휩쓴다면 사실상 올시즌 정규리그 MVP도 예약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만일 이정후가 올시즌 MVP를 수상한다면 아버지 이종범(LG 트윈스 2군 감독)에 이어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부자 MVP'로 등극하는 또다른 역사를 쓰게 된다.
 
이종범-이정후 부자 '24세 평행이론'
 
키움 이정후 2타점 역전 적시타 29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초 키움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키움 이정후가 우익수 앞 안타를 친 뒤 1루를 향해 달리고 있다. 2·3루 주자 송성문과 이지영은 홈인. 1루 주자 김준완은 2루까지 진루. 점수는 키움이 1점 앞선 10-9.

▲ 키움 이정후 2타점 역전 적시타 29일 인천 SSG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8회초 키움 공격 2사 만루 상황에서 키움 이정후가 우익수 앞 안타를 친 뒤 1루를 향해 달리고 있다. 2·3루 주자 송성문과 이지영은 홈인. 1루 주자 김준완은 2루까지 진루. 점수는 키움이 1점 앞선 10-9. ⓒ 연합뉴스


또한 야구팬들은 이종범과 이정후 부자의 '24세 평행이론'을 주목하며 신기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교롭게도 아버지 이종범도 24세이던 1994년, 바로 지금 이정후의 나이 때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MVP를 차지한 바 있다.
 
당시 프로 2년차였던 이종범은 해태 타이거즈(현 KIA) 소속으로 팀이 치른 126경기중 124경기에 출전하여 타율 3할 9푼 3리, 196안타, 84도루, 출루율 .452, 113득점으로 5관왕을 휩쓸었다.

후반기 페이스가 조금만 더 받쳐줬다면 '꿈의 4할 타율'이나 전대미문의 200안타-100도루도 가능했던 시즌이었다. 이종범의 1994년은 역대 KBO리그 MVP를 통틀어 단일시즌에서 한 선수가 공수주에 걸쳐 가장 압도적인 영향력을 보여준 '위대한 시즌'을 거론할 때 가장 첫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다. 당시 해태는 이종범의 활약에 힘입어 4위(65승 2무 59패)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28년의 세월이 흘러 이정후가 아버지가 걸어갔던 길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는 것은 야구팬들에게 묘한 기시감을 선사하고 있다. 이정후는 지난 2017년 데뷔와 동시에 아버지도 못 받았던 신인왕을 거머쥔 데 이어,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며 6년차가 된 지금은 MVP까지 넘보고 있다.

이종범의 현역시절보다 더 많은 경기수, 더 뛰어난 후반기 활약, 아버지와의 끊임없는 비교라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달성한 성과라는 점에서 놀라운 도전이다. 그동안 아버지에 비하여 유일한 아쉬움으로 꼽히던 홈런과 장타력에 있어서도 올시즌에는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하며 점점 '완전체'가 되어가고 있다.
 
'피는 못 속인다'는 격언을 증명한 만큼이나, '아버지 만한 아들 없다', '스포츠 2세는 선대의 그늘을 넘어서기 힘들다'는 오랜 속설마저 뛰어넘은 이정후의 진화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야구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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