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문신을 한 신분님> 한 장면

▲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 한 장면 넷플릭스 영화 <문신을 한 신분님> 한 장면 ⓒ 넷플릭스

 
영화 <문신을 한 신부>는 폴란드에서 발생한 사제 사칭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작품입니다. 폴란드 언론들의 기사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폴란드 마조프셰주에서 패트릭(Patryk)이란 18세 고교생이 두 달간 사제를 사칭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는 한 교구의 주임신부인 병든 노 사제를 찾아가 자신이 26세의 사제이고 휴가 중이라서 잠시나마 도울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주임신부인 노 사제는 패트릭을 실제 사제로 오인하여 검증도 없이 자신의 미사 집전을 돕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패트릭은 십여 차례나 성체(Corpus Christi) 전례를 거행하기에 이릅니다. 

패트릭은 원고도 없이 열정적으로 미사 강론을 하였습니다. 세련된 그의 메시지는 신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그의 찬미 소리는 신도들의 심금을 울렸고 풍부한 음악적 지식에 매료된 신자들도 있었습니다. 패트릭은 단정한 옷차림에 축구도 잘하였고 착하고 잘 웃는 모습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는 26세보다 어려보였습니다. 몇몇 주민은 그의 수상한 행동과 나이를 미심쩍게 생각하였습니다. 그중 어떤 사람이 경찰에 신고하였고 패트릭의 신부 사칭은 들통났습니다. 그는 사제가 되고 싶어서 자신에게 재능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이 같은 범죄를 저질렀다고 합니다. 피해 신도들은 그의 처벌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패트릭은 얼마 안 되는 벌금을 물고 집행유예로 곧 풀려났습니다. 

얀 코마사 감독의 영화 <문신을 한 신부님>(2019)도 한 애띤 청년의 사제 사칭 사건을 다룹니다. 하나 주요 줄거리는 패트릭 사건과 무관합니다. 청년 다니엘(20세)은 실수로 사람을 살해한 뒤 소년원 생활을 가석방됩니다. 그는 사제가 되고 싶었습니다. 소년원 생활을 하는 동안, 다니엘은 그곳 지도 신부인 토마시 신부의 미사 집전을 돕는 복사(服事, 사제를 돕는 사람)역할을 하였습니다. 그러기에 사제의 업무가 그에겐 생소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는 나름 재능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소년원 출신이라 신학교에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가톨릭 신학교에 입학하려면 주임신부나 교구장 등의 추천을 받아야 합니다. 사제가 되기에 적합한 인성과 품성을 갖춘 학생이라야 추천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소년원 출신 다니엘에게 신학교 입학은 애초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니엘은 소년원에서 출소하였지만 취직할 곳이라곤 단순 노역을 해야 하는 시골의 목공소뿐이었습니다.

'소년원 출신'이라는 일종의 낙인 때문에 그는 사회적 편견과 냉대를 당해야 하였고 거기서 벗어날 뾰족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가 겨우 찾아낸 탈출구는 '사제복'이었습니다. 그 옷을 입으면 자신의 과거나 몸에 새겨진 문신도 다 감출 수 있으리라 기대하였습니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는 대신 그들을 돕고 지도할 수 있었습니다.
 
다니엘과 엘리자 토마시 신부를 사칭한 다니엘과 소녀 엘리자

▲ 다니엘과 엘리자 토마시 신부를 사칭한 다니엘과 소녀 엘리자 ⓒ 넷플릭스

 
다니엘은 목공소로 가던 길에 마을 성당을 들러 소년원 시절 훔친 사제복을 내세워 자신이 신부임을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엘리자란 소녀의 소개로 마을 성당의 늙고 병든 주임신부 보이치에흐 고웡프를 만납니다. 고웜트는 다니엘에게 자신이 치료 받는 동안 대신해서 사목 활동을 해 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대죄(은총의 삶을 파괴하고 사후에 영벌을 받을 만큼의 매우 심각한 죄)'를 저지른 적 있다는 자백도 합니다. 그가 무슨 대죄를 저질렀는지는 정확히 알 순 없습니다. 영화의 맥락상 주임신부 고웜트는 시장과 공모해 마을에서 발생한 큰 교통사고 사건의 진실을 은폐하였습니다. 마을 주민들의 갈등을 봉합하고자 한 일이지만 그 갈등은 불씨로 남아 있었습니다.

고웡프 신부는 신자들에게 아무런 감흥을 주지 못하는 노쇠한 종교인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토마시 신부를 사칭한 다니엘과 처음 만났을 때 신자들의 무슨 대금을 치르고자 푼돈을 세고 있었습니다. 고웡프 신부는 다니엘에게 자신의 작업을 잠시 도와 달라고 하여 함께 돈을 정리하면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한 여신도가 무슨 문제로 상담하고자 사제관을 찾아옵니다.

하지만 고웡프는 그 신자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식복사(가사도우미)가 "신부님은 지금 회의 중"이라며 그 신자를 돌려 보내도록 그냥 내버려 둡니다. 신도들에 무관심한 세속적인 사제를 보여주고자 설정한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주임신부 고웡프는 다니엘에게 자신의 교구에 대해 말하기를 "신자는 많지만 (진정한) 신자는 적다"며 "남 체면 세워주러 나오는 신자들도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그는 교구 신자들의 신앙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지만, 자신도 대죄을 저지른 뒤 거기서 헤어나지 못한 채 스스로를 추스를 힘조차 없는 상태입니다. 

영화 감독은 병들고 노쇠하여 겨우 껍데기만 남은 종교인을 대표하는 인물로 주임신부 고웡프를 설정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는 생명력을 상실한 채 전통과 형식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는 서구 유럽 교회를 상징하는 인물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고웡프 신부 교구 신자들 중에는 교통사고로 자녀를 잃고 큰 슬픔에 빠진 가족들이 여럿 있습니다. 그럼에도 신부는 그들 아픔에 공감하지 않았고 자기 질병 치료에 더 골몰합니다. 

반면 다니엘은 공식 사제 자격은 갖추진 못했지만 주임신부보다 훨씬 젊고 경건하며 진실되고 정의로운 사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는 역사상의 예수를 빼닮은 면이 적지 않습니다. 다니엘이 목공소에서 일하다가 잠시나마 사제를 사칭해 활동한 사실, 신실한 신자들의 폭력성을 들춰내 회개와 화해의 길로 이끄는 모습, 가까운 친구에게 배신을 당하는 장면 등이 그렇습니다. 겉보기에는 누구보다 경건한 사람들도 그 속내를 살펴보면 추악한 죄악덩이임을 이 영화는 잘 묘사합니다. 

사제를 사칭한 다니엘은 국내에선 <할렐루야>(1997)란 코미디 영화와 드라마 <사생활>(2020)에 나오는 가짜 목사를 연상시킵니다. 그는 가짜 사제(목사)이면서도 소위 자격을 갖춘 사제보다 더 사제다운 모습을 보여줍니다. 사제를 사칭한 소년이 제도권 사제들을 부끄럽게 만든 겁니다. 다니엘은 신자들의 삶과 괴리된 공허한 강론이 아니라, 그들의 아픔과 공감하며 자신의 진솔한 고백이 담긴 메시지를 전합니다. 폭력과 갈등으로 얼룩진 마을 사람들을 위로하고 화해와 평화를 이루어냅니다. 이리하여 이 영화는 종교란 무엇이고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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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솔샘교회(solsam.zio.to) 목사입니다. '정의와 평화가 입맞추는 세상' 함께 꿈꾸며 이루어 가기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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