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직한 후보2>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

영화 <정직한 후보2>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 ⓒ NEW


 뮤지컬계 스타 연출가이자 극작가로 자리매김해 온 장유정 감독이 <김종욱 찾기> 연출을 맡으며 영화계에 진출한 지도 10여 년이 지났다. 엉뚱하고 발랄한 상상력으로 그만의 코미디 장르를 구축해 왔고, 최근 들어 <정직한 후보> 시리즈로 다시금 관객과 만나기 시작했다.
 
2020년 개봉한 해당 작품은 할머니의 저주로 거짓말을 못 하게 된 신인 정치인의 좌충우돌기를 다뤘다면 2년 만에 개봉하는 후속편은 좀 더 민심을 파고들었다. 서울시장 낙선 후 두문불출하던 주상숙(라미란)이 고향을 거점으로 강원도지사에 당선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뤘다. 동명의 브라질 원작을 한국화하며 그간 드물었던 정치풍자 영화의 새 지평을 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27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장유정 감독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이어진 의심병, 때론 허풍도 보여야 했다"
 
속편 이야기는 1편 개봉 무렵 때부터 나왔다고 한다. "브라질 원작도 2편까지 만들어졌다길래 반 농담처럼 우리도 속편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얘길 하다가 개봉 후 바로 2개월 정도 지나서 작업에 들어갔다"던 장유정 감독의 말에서 프랜차이즈화의 시초를 알 수 있었다. 1편 때 호흡을 맞췄던 작가진과 그대로 작업을 이어갔고, 장 감독이 2편 시나리오 각색에 적극 참여하면서 작업 기간을 상당 정도 단축할 수 있었다.
 
1편 때 경남 창원의 한 선거 현장을 직접 쫓아다니며 자료조사를 했던 열정이 이번 작품에도 담겨 있었다. 장유정 감독은 "전직 도지사 두 분을 만나서 얘길 들었고, 현직 도지사께도 부탁해서 일정을 쭉 따라다녀봤다"며 "도지사가 출근 안 하시는 날엔 도청 직원들을 인터뷰했다"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실제로 언론에 보도된 건축 비리, 공무원 짬짜미 사례를 꼼꼼히 조사하고 필요하다면 기자와 저자를 접촉해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영화에 등장하는 쓰레기 건축 자재 문제의 경우) 쓰레기 시멘트 관련 책을 쓰신 최병성 목사(오마이뉴스 환경전문 시민기자)님께도 조언을 구했다. 시멘트 자재 문제가 토건족과 연결되고, 국민 평수라고 하는 84제곱 미터 주상복합 아파트 비리와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다가 개발 투기 문제도 알게 됐고. 이렇게 파다 보니 연결고리를 발견한 셈이다(웃음). 어쨌든 우린 시사 풍자 코미디니까 이번엔 무엇을 풍자할지 고민했다. 1편에선 거짓말 못하는 선거판을 활용했으니 똑같은 걸 할 순 없었고, 행정적 지점을 파고자 했다. 예를 들면 전시행정과 고위 공직자 및 기업 유착, 그리고 환경 문제와 부동산 투기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이 필요했다. 생각보다 도지사의 권한이 막강하더라. 국회의원은 모여야 힘이 생긴다면 도지사는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수백 가지였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그 권한을 잘 모르기도 하더라. 당장 지역구 의원보다 군수가 피부에 와닿는 걸 해줄 수도, 더 괴롭게 만들 수도 있듯 도지사 또한 그런 권력이 있는 존재였다."
  
'정직한 후보2' 진실의 쌍주둥이 복귀 박진주, 라미란 배우와 장유정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정직한 후보2>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직한 후보2>는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은 전 국회의원 주상숙과 그의 비서가 '진실의 주둥이'를 쌍으로 얻게 되며 더 큰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드는 코미디 영화다. 28일 개봉.

▲ '정직한 후보2' 진실의 쌍주둥이 복귀 박진주, 라미란 배우와 장유정 감독이 20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상영관에서 열린 영화 <정직한 후보2> 시사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정직한 후보2>는 화려한 복귀의 기회를 잡은 전 국회의원 주상숙과 그의 비서가 '진실의 주둥이'를 쌍으로 얻게 되며 더 큰 혼돈의 카오스로 빠져드는 코미디 영화다. 28일 개봉. ⓒ 이정민


특유의 꼼꼼함을 발휘했지만 불안감을 떨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장유정 감독은 "얼마나 절박했으면 일면식도 없는 이준익 감독님께 도움을 청했겠나"라며 장 감독은 "내부 스태프들께 물어도 풀리지 않던 의심이 있어, 산전수전 다 겪으신 이준익 감독님을 떠올리게 됐다. 감독님과 통화가 된 당일에만 시간이 된다 하셔서 회의도 취소하고 달려갔다"고 전했다.
 
"제가 이제껏 일하면서 당일에 약속을 취소한 적이 없는데 그때만큼은 제작사에 양해를 구하고 이준익 감독님을 뵀다. 3시간가량 열정적으로 감독님께서 말씀해주셨고 힘을 얻었다. 그 뒤로 일주일 간 아무 데도 안 나가고 시나리오를 다시 보며, 예전 시나리오 교본도 보고 그랬다. 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징 때문에 그랬다. 누구에게 재밌으면, 다른 이에겐 재미없을 수 있거든. 방향성을 잡고, 핵심을 찔려야 하는데 의심병이 도진 거지. 감독님을 만나고 그 불안감이 해소됐다.
 
때론 허풍도 쳤다. 배우들은 더 신중하거든. 1편과 너무 다르거나 혹은 너무 똑같지 않은지 의심할 때 부러 개인적으로 만나 많이 대화했다. 2편에 시누이로 새롭게 합류한 박진주씨도 그런 고민을 털어놨다. 감독인 날 믿고 하라고 말했다. 틀리면 다 감독 잘못이고 진주씨가 연기 잘하는 건 사람들이 다 안다고 하기도 했지. 그래도 불안해하면 대본리딩 약속을 잡았다. 윤두준씨와 박진주씨도 촬영 중간에 함께 리딩했고, 제가 의상 하나까지도 의도와 방향성을 설명했다. 그걸 공유해야 그 경험이 배우의 것이 될 수 있으니까."

 
공들인 캐릭터
 
입법부에서 행정부로 무대가 옮겨간 것 외에 캐릭터에서도 2편의 변화가 크다. 주상숙의 보좌관 박희철(김무열)도 함께 저주에 걸려 거짓말을 못하게 됐고, 주상숙 남편 봉만식(윤경호)의 역할이 커졌으며 시누이 봉만순(박진주), 그리고 악당인 건설사 CEO(윤두준)가 새롭게 등장한다.
 
"세계관은 동일하겠지만, 어떻게 확대할까 고민했다. 박희철이 주상숙의 위기를 극복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를 깨는 데서 코믹함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가 거짓말을 못하게 한 건 일종의 을의 항변을 담고 싶은 의도도 있었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100프로 좋을 순 없잖나. 주상숙과 함께 일하며 쌓인 울분과 서운함을 토로하게끔 했다. 그리고 봉만순과 봉만식은 거짓말 할 필요가 없는 게 뇌를 거치지 않고 그냥 다 쏟아내니까. 너무 솔직한 데에서 오는 날 것의 재미가 있었다. 또 그들을 소모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려 나름 사건 해결에 역할을 하도록 했다.
 
영화 속 최고 악당은 결국 주상숙 본인이겠지만, 그럼에도 또 하나의 빌런이 필요했다. 신자유주의의 병폐랄까. 그런 캐릭터를 선보이고 싶었다. 우연히 치킨집에서 맥주 마시는 젊은 CEO들 사진을 본 적 있는데 자유분방하게 옷 입은 그들을 보며 시대가 바뀌고 있음을 실감했다. 그중 누군가가 돈이 최고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무도 반박 안 하고, 고위 공직자조차 거기에 장단을 맞춘다면? 그 상상을 했다."

 
지역 정치의 민낯을 건드리면서 코미디라는 사탕을 입힌 구조. 장유정 감독은 그간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코미디를 해왔음에도 늘 사회적 시선을 놓으려 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2>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

영화 <정직한 후보2>를 연출한 장유정 감독. ⓒ NEW


 "뮤지컬 <오! 당신이 잠든 사이>도 보면 IMF 시대를 다룬 것이다. 제가 언론대학원에 간 것도 사실 사회문제를 공부하고 싶어서였다. 장르성을 케이크에 비유하면 초코와 치즈가 다르다고 해도 기본인 빵이 중요하잖나. 시사, 사회문제가 제겐 빵이다. 그래서 빵을 대충 만들면 안되지. 다만 꼭 정파성이 있는 건 아니다. 진영논리로 한쪽만 비판하려는 게 아님은 주상숙의 선거운동 복장이 보라색(빨강과 파랑이 섞으면 나오는 색)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주상숙을 '여성' 정치인으로 호명하지 않고 그냥 정치인으로 부른 것도 그런 이유고."
 
장유정 감독은 그간 코미디 장르물이 초반부터 재미 없으면 후반까지 누진세가 붙는다는 이른바 누진세론을 설파하곤 했다. "감히 코미디가 무엇이라 말하긴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는 "선입견에 허를 찌르거나 평평한 걸 비트는 과정에서 오는 재미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영화 이후 장유정 감독은 뮤지컬 <그날들>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정직한 후보2>가 3편의 가능성을 열어 놓은 이상 장기 프랜차이즈화도 업계의 관심사기도 하다. "일단 이 시리즈에 합류하게 돼서 영광일 따름"이라며 "2편의 결과가 좋아야 이후도 알 수 있으니 지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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