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측부터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좌측부터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까지.

결코 모이기 쉽지 않은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제14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기간이던 지난 24일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 벨라시타에서 열린 '영화제 지원 축소 및 폐지에 따른 영화인 간담회'가 열렸다. 

강릉국제영화제 및 평창국제평화영화제에 대한 지자체 예산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에 대한 경과 보고와 대응 마련을 위해 마련된 이번 간담회는 지난 지방선거 이후 국제 영화제들을 둘러싼 일련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서 비롯됐다.

지난 7월 강원도 강릉시(김홍규 시장)는 강릉국제영화제 예산을 출산장려정책에 사용하겠다고 밝혀 의구심을 샀고 결국 행사가 중단됐다. 지난달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공개적으로 평창평화포럼과 평창국제영화제의 예산 지원 중단을 선언했고, 이후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부천시의회에서도 야당인 민주당 양정숙 부천시의원으로부터 '부천영화제 폐지 의향과 특별감사 요구'에 관한 시정질문이 나와 이목을 끌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올해로 26회를 맞았다. 이제 4회째인 평창 및 강릉과는 또 다른 차원이라 할 수 있다. 먼저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모두 발언부터 들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경고와 황망함 사이
 
 모두 발언 중인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모두 발언 중인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 하성태

 

"큰 걸음으로 영화 속에 평화를 담아내고, 문화를 품어내도록 한 해 한 해 혼신을 다해 쌓아 오던 영화제를 강원도지사 김진태와 강릉시장 김홍규의 단 한마디로, 선출직 단체장 마음대로 졸속으로 사라지기 일쑤다. 그것은 문화예술에 대한 인식의 천박함이며 문화예술인의 모욕적인 사연은 수도 없이 많다(...) 보았는가 강릉시장 김홍규는, 20년 넘게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정동진영화제처럼 긴세월 켜켜이 쌓아온 그 시간이 지금 무엇을 만들어 놓았는지를(...). 알고 보았다면 당장 철회하라. 평창과 강릉 국제영화제 지원과 예산 전부를 당장 되돌려 놓아라. 절차도 무시하고 여론도 무시하는 강릉도지사 김진태와 강릉시장 김홍규에 경고한다."

이날 김 위원장은 꽤나 격양된 톤으로 두 지자체장에게 일종의 '경고장'을 날렸다. 김 위원장은 또 "지방 정부의 문화예술 정책이 4년마다 선출직의 뜻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바뀐다면 영화제 출품을 위해 오랜 시간 준비해 온 창작자들의 노력과 오랜 세월 쌓아야 하는 영화제의 해외 네트워크 구축 노력은 한 순간에 의미를 잃어버리고 만다"며 "여론도 듣지 않고 민주적 절차마저 무시하는, 있을 수 없는 제왕적 만행을 저지른 것에 우리 영화인은 분노한다"고 영화계 여론을 전했다.

선출직 지자체장들의 말 한 마디에 국제영화제 예산이 좌지우지되는 상황 자체도 당혹스러운 데다 민주적 절차는커녕 별다른 대안 없이 오로지 폐지를 위한 지시를 내린 지자체장들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이 설명한 강릉 및 평창영화제의 일련의 폐지 과정은 이러하다. ▲ 영화제 측과 소통 없는 일방적 존폐 언급 ▲ 실질적 실행으로서의 지원 중단 통보 ▲ 포퓰리즘적인 정책 홍보라는 3가지 단계를 공통적으로 거쳤다는 것이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그러면서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 위기와 지방선거 이후 정치적 지형도가 변하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효율성과 긴축을 내세우기 시작했다"며 "그 과정에서 특히 영화제가 입은 피해가 막대하다"고 강조했다.

폐지 수순을 밟고 있는 또 다른 영화제인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도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조성된 평화의 분위기 안에서 만들어진 영화제였다. 초기에는 금강산에서 폐막식을 하고 원산까지 교류를 하는 큰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다"며 당시 남북 평화 기류 속에 시작된 평창국제평화영화제의 출발을 상기시켰다.

이어 방 집행위원장은 "현재도 지구 곳곳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평화'는 더욱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다"며 "국격과 그 지역의 도시 상징성을 높여주는 문화적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는 것이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성토했다.

여기서 어김없이 돌출되는 것이 이들 지자체들의 경제 논리다. 이들 지자체들이 예산 중단을 선언하며 천편일률적으로 내세우는 것이 국제영화제들의 예산 대비 가치 창출 효과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향후 경제 논리를 통한 맞대응을 시사한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의 논리는 주목할 만했다.

경제 논리 통한 맞대응 포함한 향후 대응
 
 좌측부터 질의 응답 중인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좌측부터 질의 응답 중인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방은진 평창국제평화영화제 집행위원장. ⓒ 하성태

 

"영화제의 존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영화제가 돈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실질적인 걱정을 했었다. 우리의 경우 25회 영화제까지 부천시에서 지출한 돈은 340억, 영화제가 창출한 직접 경제효과는 1500억 원에서 2천억 원이 넘는다."

신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수치가 한 문화재단의 조사 결과라고 언급한 뒤 향후 부천국제영화제나 8대 영화제 차원에서 이러한 국제영화제들의 직접 경제효과를 조사할 의향이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장들의 경제 논리에 그대로 맞대응해도 위축될 것이 없다는 자신감의 발로였다.

앞서 신 집행위원장은 "부산국제영화제가 가장 먼저 생기고, 이어서 몇 개의 중요한 영화제들이 한국 영화 발전에 굉장히 큰 역할을 했고 그 시초를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인물이 김동호 강릉국제영화제 이사장인데 단칼에 이렇게 끊어버리는 과정에 경악했다"며 "우리 문화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는 이런 시기에 일어난 일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맞는 말이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 이후 한국의 유명 감독들과 배우들은 이제 전 세계에서 팬덤을 형성하며 스타 파워를 과시 중이다. 이러한 시점에 일부 지자체장들이 K-콘텐츠, K-컬쳐의 원산지였던 국제영화제들의 예산 집행을 중단하는 움직임은 영화인들로서는 경악할 만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유명 감독, 배우들이) 영화제를 찾는 홍보 효과를 생각하면 수천억이 넘는다. 영화제는 지자체와 영화계의 동업이지, 지자체 예산으로 다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시장의 말 한마디로 영화제 존폐가 이렇게 쉽게 결정된다는 사실이 너무 놀랍다. 억울함을 갖고 이 자리에 함께 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영화 시장이 붕괴됨으로써 다양성 영화와 신진 발굴이 더욱 어렵게 됐다. 그러다 보니 영화제의 역할과 가능은 더욱 중요해졌다." (정상진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영화제는 지역적 이해 관계나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독립예술인을 공적으로 지원하고 문화예술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보편적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소통을 해나갔으면 한다." (조성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집행위원장)

간담회 직후 만난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은 우선 사안 자체의 황망함을 토로하는 한편 전광석화처럼 진행된 상황 안에서 영화인들의 대응은 그렇지 못했다는 자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들은 과거 부산국제영화제의 '다이빙벨' 사태나 더 멀리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의 파행 당시 영화인들이 한목소리를 냈던 과거와 현재의 차이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이야기는 향후 대응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평창이나 강릉 국제영화제들의 개별 대응도 중요하지만 8대 국제영화제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대응은 무엇인지 모색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주를 이뤘다. 또 민주당 시의원으로부터 제기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대한 문제제기 역시 주의깊게 지켜볼 대목이라 할 수 있었다.

경제 논리를 통한 맞대응 또한 주요한 화두였다. 이날 간담회 직후 일부 집행위원장들은 영화제 예산과 출산율을 연결 짓는 처참한 인식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영화제들의 직접 경제효과를 논리적이고 설득력있게 조사하고 그 조사 결과를 관객들과 시민들과 공유하는 과정을 거치자는데 동의하고 있었다.

향후 여타 국제영화제들을 대상으로 다른 지자체들이 같은 논리의 횡포를 일삼을 경우 대응할 수 있는 논리를 자생적으로 마련하자는 주장이었다. 이를 위해 국내 국제영화제 집행부는 1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보다 넓고 많은 영화인들과 함께 지속 가능한 운영 방안에 대한 포럼을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오늘 이 자리에서 성토하고 분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영화제들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들에 대한 백신 기능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말 그대로다. 현 국제영화제들의 예산 구조상 여타 국제영화제들과 강릉과 평창이 겪은 일이 별개일 수 없다. 지자체 예산 지원에서의 탈피가 장기 프로젝트라면 국제영화제들을 둘러싼 일련의 움직임은 지금 영화계가 맞닥뜨린 현안이라 할 수 있다. DMZ국제다큐멘터리에서의 첫 모임이 5일부터 개최되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어떤 논의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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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및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및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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