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천사견'이라 불리는 래브라도 레트리버는 캐나다, 미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가장 많이 키우는 견종 1위이다. 이를 통해 주로 땅덩어리가 넓은 나라에서 많이 기르는 견종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많이 알려져 있다시피, 래브라도 레트리버는 마약탐지견, 시각장애인 안내견, 수색견 등 여러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또, 큰 덩치지만 똑똑하고 온순한 성격을 지녔다. 

26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래브라도 레트리버 삼월이(수컷, 19개월)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혼자 있는 아들이 외로워 보여 입양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는데, 지금은 삼월이의 넘치는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삼월이는 공을 물고 재택 근무 중인 엄마 보호자에게 다가가 놀아달라고 보챘다. 일을 중단하고 잠시 놀아줬지만, 그 정도로는 한참 부족했다. 

"레브리버가 천사견이라고 하시는데, 쟤는 아니에요. 뛰어들고, 난리치고, 위험해서..." (엄마 보호자)

과감해지는 삼월이의 행동
 
 KBS2 <개는 훌륭하다>

KBS2 <개는 훌륭하다> ⓒ KBS2

 
잠시 후, 삼월이의 수상한 뒷모습이 포착됐다. 무엇을 하는지 봤더니, 거실 벽지를 뜯고 있는 게 아닌가. 보호자의 반응이 없으니 삼월이의 행동은 더욱 과감해졌다. 벽지가 찢기는 소리를 감지한 보호자가 거실로 나갔을 때는 이미 늦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삼월이의 또 다른 이름은 바로 '파괴왕'이었는데, 실제로 집 안 곳곳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뜯겨있는 벽과 바닥, 찢긴 방충망... 집은 성한 곳을 찾기 힘들 정도였다. 또, 소파와 의자는 셀 수 없을 만큼 교체했고, 책상도 10회 이상 바꿔야 했다. 그밖에도 신발, 에어팟, 로봇 청소기, 펫 드라이어 등 피해 금액만 약 3천만 원에 달했다. 정말 심각한 수준이었다. 엄마 보호자는 파괴 방지를 위해 아이스박스에 휴대전화, 리모컨 등 귀중품들을 따로 보관하고 있을 정도였다. 

보호자의 고민은 파괴뿐만이 아니었는데, 삼월이는 청소기를 켜기만 하면 폴짝폴짝 뛰며 집착했다. 심지어 청소기를 물기까지 했다. 이 정도라면 <개훌륭>에서는 흔한 증상일 텐데, 흥분한 삼월이는 보호자에게 마운팅을 시도했고, 이어 베개를 물고 와 민망한 자세로 마운팅을 했다. 보호자가 제지할수록 더 심해졌다. 강형욱 훈련사는 "저건 좀 문제인데..."라며 난감한 웃음을 지었다. 

외부인에 대한 흥분도 문제였다. 제작진 방문 당시, 삼월이는 펜스를 뚫고 나갈 정도의 광분 상태를 보였다. 보호자가 온몸으로 통제해도 역부족이었다. 반가움을 표출한 것이나 과한 행동이었다. 강형욱은 초보 보호자의 전형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또, 산책도 문제였다. 쏜살같이 뛰어나가는 삼월이의 힘에 보호자는 종이인형마냥 끌려나갔다. 보는 사람이 더 숨넘어가는 산책이었다.

"대형견들은 걷지 못하고 가만히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아요." (강형욱)

대형견에게 꼭 필요한 야외활동

강형욱은 대형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며, 하루 한 번 산책을 나가는 게 아니라 하루에 한 번 집에 들어오는 걸 각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형견들에게 마당이 필요한 이유는 마당에서 흙 냄새, 바람 냄새를 맡으며 조금씩 위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파트에 사는 삼월이는 똑같은 환경과 똑같은 냄새의 공간에서 무료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 심심함을 물고 뜯으며 푸는 것이다.

대형견의 경우 어느 정도의 운동이 필요할까. 강형욱은 하루에 최소 12~15km의 운동이 필요하다면서, 대형견 산책은 반려견이 질릴 때까지 하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충분한 산책과 운동을 시킨 후에야 보호자로서 교육하고 훈련시킬 자격이 생긴다는 점도 강조했다. 강형욱은 보호자 통제 하에 산책을 진행해야 하지만, 그보다 필요한 건 마음껏 뛰어노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형욱은 삼월이가 산책을 나갈 때마다 충동적인 행동을 하는 까닭에 대해 충분히 경험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삼월이는 말썽을 일으키는 파괴왕이 아니라 그저 힘만 센 순둥이였다. 현재 단계에서는 산책을 많이 나가서 냄새를 많이 맡게 하고, 야외 배변을 하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다. 강형욱은 산책으로 삼월이의 스트레스를 풀어준 후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했다. 

우선, 재택 근무 시 통제 훈련이 급선무였다. 강형욱은 의자 손잡이에 목줄을 묶어두고, 삼월이에게 간식을 보여준 후 앉거나 엎드릴 때마다 간식을 주게 했다. 이 훈련을 반복하며 보호자가 일할 때마다 옆에 와서 앉고 엎드리는 개가 될 것이다. 물론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법, 삼월이는 갑자기 짖기 시작했다. 짜증을 부리는 것이다. 인내심이 바닥난 삼월이는 간식을 향해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삼월이는 영리한 레트리버답게 곧 훈련에 적응했다. 앉는 것까지 손쉽게 성공한 삼월이는 조금 머뭇거리더니 엎드리기까지 이어갔다. 삼월이는 마치 스펀지마냥 교육을 받아들였다. 내친 김에 현관 앞 통제 훈련도 진행했다. 강형욱은 문이 열리는 소리에 몸이 들썩이는 삼월이의 목줄을 당겨 통제했다. 문만 열리면 계단 앞으로 달려나가던 삼월이의 인식을 바꿔줘야 했다.

이를 위해 산책 전후에 문 앞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가졌고, 계단을 내려갈 때 앞서 나가면 목줄을 '퉁' 잡아당겨 통제했다. 또, 계단에서 뛰어내려가면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인식시켰다. 몇 번의 반복 끝에 삼월이는 더 이상 달려나가지 않고, 엄마 보호자의 보폭에 맞춰 천천히 이동할 수 있게 됐다. 장족의 발전이었다. 굉장히 짧은 훈련만으로도 엄청난 성과를 얻었다. 

그렇다면 청소기에 흥분하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강형욱은 '켄넬 훈련'을 응용해 적당한 구석에 담요를 두고 그 위에 간식을 던져줬다. 삼월이에게 담요 위를 자리로 인식시킨 후, 청소기 소리가 나면 담요에 엎드리게 훈련시켰다. 처음에는 청소기 소리에 움찔했지만, 간식 보상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청소기 소리=간식'이라는 공식이 완성된 것이다. 

삼월이의 파괴 본능은 산책과 운동 부족으로 인한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깨달은 엄마 보호자는 앞으로 삼월이와 산책을 많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당당한 보호자'가 되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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