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플래시>와 <머니핏>에 출연하며 훈남 코미디배우로 이름을 날리던 톰 행크스는 지난 1988년 페니 마샬 감독의 <빅>에 출연하며 연기력까지 겸비한 '완전체 배우'로 성장했다. 13세 소년이 놀이공원의 게임기에 소원을 빌고 다음 날 30세 청년으로 변한 이야기를 그린 <빅>에서 청년 조슈아를 연기했던 톰 행크스는 골든 글로브와 새턴 어워즈, LA비평가 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남우주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2009년에는 <빅>의 설정을 반대로 뒤집은 <17어게인>이라는 영화가 개봉해 많은 사랑을 받았다. 아저씨가 하루 아침에 17세 소년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 <17어게인>은 당시 <하이스쿨 뮤지컬>과 <헤어 스프레이>로 한창 주가를 올리던 하이틴스타 잭 에프론이 주연을 맡으며 화제가 됐다. 한국영화 중에서는 <오징어게임>으로 에미상 감독상을 수상한 황동혁 감독의 2014년작 <수상한 그녀>가 이와 비슷한 설정을 가진 작품이다.

사실 상상력을 영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영화라는 장르에서는 소년이나 소녀가 어른으로, 어른이 소년,소녀로, 할머니,할아버지가 20대 젊은이으로 변하는 영화는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2004년에 개봉한 이 영화 역시 1988년작 <빅>에서 남녀만 바뀐 설정으로 30세 어른이 된 13살 소녀의 성장과 사랑을 다룬 작품이었다. 미녀스타 제니퍼 가너를 할리우드에 완전히 정착시켜 준 영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이었다.
 
 제니퍼 가너의 첫 단독주연 영화였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은 1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올렸다.

제니퍼 가너의 첫 단독주연 영화였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은 1억 달러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올렸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빼어난 미모와 연기력 겸비한 여성배우

1994년 애틀랜타의 연극무대에서 활동하며 배우의 길에 접어든 가너는 90년대 중반부터 TV시리즈와 영화의 조·단역으로 출연하며 착실히 연기경력을 쌓았다. 그러던 2001년 가너는 벤 애플렉과 조쉬 하트넷, 케이트 베킨세일 등이 출연한 마이클 베이 감독의 <진주만>에서 간호사 산드라 역을 맡으며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너의 진짜 출세작은 <진주만>이 아닌 같은 해 방영된 드라마였다.

가너는 유명 프로듀서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ABC 드라마 <엘리어스>에서 주인공 시드니 브리스토를 연기하며 2002년 골든 글로브 TV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엘리어스> 이후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카메오로 출연한 가너는 2003년 <데어데블>에서 히로인 엘렉트라를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여전사 배우'의 길을 걷는 듯 했다(<엘렉트라>는 2005년 단독영화로도 제작됐다). 

하지만 <데어데블> 이후 가너가 선택한 차기작은 액션이 아닌 로맨틱 성장 코미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이었다. 영화에서는 처음으로 단독주연을 맡은 가너는 자고 일어났더니 아름다운 패션잡지 기자이자 30살이 된 제나 링크를 사랑스럽게 연기했다. 3700만 달러의 제작비로 만든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은 세계적으로 9600만 달러의 준수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승승장구하던 가너는 2005년 <엘렉트라>와 2007년 <킹덤>이 흥행 실패하면서 주춤하는 듯 했다. 하지만 2007년 <주노>에서 결혼 후 5년 간 아이를 갖지 못하다가 주노(엘리엇 페이지 분)를 만나게 되는 바네사를 연기하며 관객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2010년대 초까지 <발렌타인데이>와 <버터 러버> 등 로맨스 영화에 주로 출연하던 가너는 2013년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과 2014년 <드래프트 데이>를 통해 연기영역을 넓혔다. 

가너는 연기력이나 스타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흥행작이 많지 않아 시나리오를 고르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지천명의 나이에도 큰 슬럼프 없이 할리우드에서 오랜 기간 꾸준히 주연으로 활약하는 흔치 않은 배우 중 한 명이다. 가너는 올해도 라이언 레이놀즈, 마크 러팔로,조 샐다나 등 스타배우들과 함께 지난 3월에 공개돼 2억6000만 시간의 누적시청시간을 기록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애덤 프로젝트>에 출연했다. 

관객들도 이해하는 성장형 코미디의 판타지 요소
 
 직역하면 '30살이 된 13살'이란 뜻을 가진 제목은 국내로 수입되면서 전혀 다른 제목으로 바뀐 채 개봉됐다.

직역하면 '30살이 된 13살'이란 뜻을 가진 제목은 국내로 수입되면서 전혀 다른 제목으로 바뀐 채 개봉됐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졸업사진엔 치아교정기만 보이고 학교의 퀸카 루시(주디 그리어/알렉산드라 카일 분)와 6공주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 13세 소녀 제나(제니퍼 가너/크리스타 B. 알렌 분)는 생일에 루시의 꾐에 넘어가 벽장 안에 갇힌다. 어두운 벽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나도 완벽한 30살의 여자가 되고 싶어"라고 소원을 빌다가 잠이 든 제나는 다음날 뉴욕 한복판의 호화 아파트에서 깨어난다.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30세의 완벽한 여성이 된 채로 말이다.

팝스타 마돈나를 친구로 둔 잘 나가는 패션잡지의 에디터가 된 제나는 수소문 끝에 어린 시절 옆집에 살던 사진 찍기를 좋아하던 죽마고우 매트(마크 러팔로 분)를 찾아낸다. 하지만 잘 나가는 잡지사 에디터로 행복한 삶이 이어질 줄 알았던 제나는 경쟁사의 위협으로 회사가 위기에 빠지고 결국 그녀와 절친 루시에게 잡지의 새 컨셉트를 구상할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루시는 제나를 배제시킨 채 독자적으로 일을 진행한다.

제나 역시 평소 생각했던 컨셉트로 잡지의 나아갈 방향을 기획해 발표회에서 회사 관계자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지만 루시는 제나의 아이디어를 경쟁사에 팔아 넘기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매트에게 한 사랑고백까지 실패로 돌아간 제나는 어릴 적 매트가 선물한 인형의 집 앞에서 눈물을 흘리고 다시 과거의 벽장 안으로 돌아간다. 벽장 문을 연 13살의 매트와 키스를 나눈 제나는 다시 서른 살로 성장해 매트와 행복한 결혼식을 올린다.

사실 마법 가루로 13세 소녀가 소원을 이룬다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의 설정은 리얼리티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하지만 가벼운 성장형 로맨틱 코미디인 만큼 관객들은 영화의 설정에 큰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현실에서는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이 영화 리뷰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서 관객점수 70%와 국내 N포털사이트 네티즌 평점8.32점, D포털사이트 8.1점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제나는 2000년대를 살아가는 패션잡지 에디터이자 잘 나가는 셀럽이지만 실은 1987년에서 2000년대로 시간여행을 한 소녀다. 제나는 편집장이 주최한 파티가 망할 위기에 처하자 분위기를 살리라는 특명(?)을 받는데 이 때 선곡한 노래가 바로 고 마이클 잭슨의 <Thriller>였다. 처음엔 제나 혼자 춤을 추다가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하더니 나중엔 DJ까지 나와 함께 군무를 추는데 그 시절,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위엄을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헐크와 캡틴 마블, 이미 2004년에 만났다?
 
 2004년 로맨스 영화의 남자주인공이었던 마크 러팔로는 8년 후 분노의 녹색괴물을 연기했다.

2004년 로맨스 영화의 남자주인공이었던 마크 러팔로는 8년 후 분노의 녹색괴물을 연기했다. ⓒ 콜럼비아트라이스타

 
어린 시절엔 6공주들에게 놀림 받던 매트는 17년의 시간이 지난 후 프리랜서 훈남 사진작가로 성장했다. 30세의 매트는 과거 자신을 버렸던 제나의 사랑고백을 거절하지만 13세의 소년 매트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돌아온 제나의 키스를 받은 후 그녀와 사랑에 빠진다. 널리 알려진 대로 매트를 연기했던 마크 러팔로는 여러 영화에서 주로 지적인 역할을 맡다가 2012년 '분노의 녹색괴물' 헐크로 변신해 대중적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어린 시절부터 제나와 친구였던 루시는 언제나 제나의 절친임을 강조하지만 어린 시절 자신이 무시하던 제나가 퀸카로 성장한 것을 못 마땅하게 여겼다. 결국 루시는 결정적인 순간 제나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잡지사를 배신하고 라이벌 회사의 편집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루시를 연기한 주디 그리어는 <쥬라기 월드>에서 미첼 형제의 누나 카렌 미첼, <혹성탈출> 시리즈에서는 시저의 아내이자 암컷 침팬지 코닐리아를 연기했던 배우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 <킹콩>의 킹콩, <혹성탈출>의 시저를 연기했던 앤디 서키스는 할리우드 '모션캡처 연기'의 1인자로 꼽힌다. 그런 서키스가 한창 주가를 올리던 시절,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과 <킹콩> 사이에서 '사람'을 연기했던 영화가 바로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이었다. 서키스는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에서 제나가 다니는 패션 잡지의 편집장 리차드 역을 맡아 유쾌한 감초연기를 선보였다.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 것>에 '헐크' 마크 러팔로가 출연하는 것은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또 한 명의 어벤저스 멤버가 출연한다는 사실은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바로 '캡틴마블' 브리 라슨이다. 아역 시절의 브리 라슨은 루시가 리더로 있는 '6공주파'의 멤버 중 한 명으로 출연해 대사 한 마디 없이 단역으로 짧게 등장했다(물론 성인 매트 역의 마크 러팔로와 마주치는 장면은 없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