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한국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코스타리카전에서 후반 40분 프리킥 득점 이후 기뻐하고 있다.

▲ 손흥민 한국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이 코스타리카전에서 후반 40분 프리킥 득점 이후 기뻐하고 있다. ⓒ 대한축구협회

 

경기를 주도하고도 결과를 내지 못하면 소용없다. 골 결정력과 수비 불안이 한꺼번에 드러난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3일 오후 8시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친선 경기에서 2-2로 비겼다. 

이름값 증명한 황희찬-손흥민... 개선되지 않은 수비력

이날 벤투 감독은 4-1-3-2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고, 윤종규-김민재-김영권-김진수를 포백으로 내세웠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정우영, 2선은 권창훈-황인범-황희찬이 포진했다. 최전방은 황의조-손흥민이 배치됐다. 코스타리카는 4-4-2 포메이션으로 응수했다.

무게중심을 뒤로 내리는 코스타리카를 맞아 한국은 경기 내내 점유율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였다. 시작부터 여러차례 슈팅 기회를 만들며 코스타리카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전반 3분 황의조의 헤더를 시작으로 12분 손흥민의 슈팅이 골문을 벗어났다. 17분에도 황희찬과 손흥민의 연속 슈팅이 상대의 육탄방어에 걸렸다. 고대하던 선제골은 전반 27분에 터졌다. 오른쪽에서 윤종규의 낮은 크로스를 받은 황희찬이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1-0으로 앞선 한국은 주도권을 잃지 않으며, 코스타리카 골문을 수시로 두들겼다. 전반 31분 가장 아쉬운 기회를 무산시켰다. 손흥민의 슈팅이 수비에 걸렸고, 흘러나온 루즈볼을 권창훈이 재차 왼발로 슈팅했지만 골키퍼를 통과한 공이 수비수에게 막히고 말았다. 

경기를 주도한 한국은 전반 41분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 오른쪽에서 토레스의 크로스가 정우영의 머리를 스치며 뒤로 흘렀고, 쇄도하던 베네테가 마무리지었다. 

후반 초반 교체 없이 경기에 임한 한국의 공격력은 다소 주춤했다. 이러한 틈을 코스타리카가 놓치지 않았다. 후반 18분 손흥민의 터치 실수로 공을 빼앗긴 것이 화근이었다. 이후 캠벨이 역습을 전개했고, 왼쪽에서의 크로스에 이은 헤더를 김승규 골키퍼가 쳐냈지만 베네테가 머리로 밀어넣었다. 

리드를 당하자 벤투 감독은 후반 21분 김진수, 정우영 대신 홍철, 손준호를 넣으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후반 22분 한국은 결정적인 찬스를 무산시켰다. 왼쪽 측면에서 돌파에 성공한 황희찬의 패스가 수비수에 맞고 나온 공을 문전에서 황의조가 강력한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후반 27분에는 권창훈이 빠지고 나상호가 들어갔다. 후반 31분에도 골 결정력이 발목을 잡았다. 역습 상황에서 황의조가 내준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수비를 제치고 박스 안으로 진입한 뒤 슈팅까지 이어갔으나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벤투 감독은 후반 33분 마지막 교체 카드로 권경원, 정우영을 넣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손흥민을 최전방 원톱으로 올리는 전형이었다. 

후반 33분 승부를 결정짓는 장면이 나왔다. 나상호와의 경합 도중 코스타리카 알바라도 골키퍼가 페널티 박스 바깥에서 공을 잡는 고의적인 행위로 퇴장을 당한 것이다. 해결사는 손흥민이었다. 후반 40분 아크 정면에서 시도한 손흥민의 대포알 슈팅이 골문 오른쪽 상단에 꽂혔다. 지난 6월 A매치에서 칠레-파라과이전에 이은 프리킥 득점이었다. 

한국은 경기 종료 직전까지 전방 압박과 투지를 불사르며 코스타리카를 몰아세웠지만 끝내 역전에는 실패했다. 
 
한국 vs 코스타리카 (고양종합운동장) 황인범이 코스타리카전에서 왼쪽 공간으로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 한국 vs 코스타리카 (고양종합운동장) 황인범이 코스타리카전에서 왼쪽 공간으로 패스를 시도하고 있다. ⓒ 박시인 기자

 

점유율-슈팅수 우위 살리지 못했다

코스타리카-카메룬과의 9월 A매치 2연전은 2022 카타르 월드컵을 2개월 앞두고 해외파를 포함, 최정예가 치르는 벤투호의 마지막 시험무대였다. 

당초 큰 변화를 줄 것이라는 벤투 감독의 발언과는 달리 기존의 4-1-3-2 포메이션과 선수 배치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손흥민-황의조 투톱, 황인범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놓고, 1의 자리에 정우영을 포진하는 전략은 익숙한 광경이었다. 

전체적으로 후방에서의 빌드업으로 상대의 압박을 무력화시키고, 상대 진영에서도 다채로운 찬스 메이킹으로 19개의 슈팅을 시도한 것은 긍정적이었다. 볼 점유율도 57%로 상대보다 월등히 높았다. 

벤투 감독도 경기 종료 후 기자회견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 전반전 35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라며 "경기를 대부분 지배했다. 전반 마지막 10분에만 크로스 방어에서 적극성이 떨어졌다. 상대의 골 장면은 유일한 기회였다. 후반전에는 전환 상황이 나왔다. 전체적으로 주도를 했다. 이길 수 있는 찬스를 더 많이 만들어냈으나, 전환에서 지속적인 면모를 보이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골 결정력이었다. 2골에 그친 것이 아쉬울만큼 문전에서의 세밀함이 부족했다. 팀 내 최고의 골잡이라 할 수 있는 황의조는 과거 보여준 골 감각을 전혀 발휘하지 못했다. 손흥민도 프리킥 득점은 훌륭했던 것에 반해 인플레이 상황에서 평소답지 않게 힘이 들어갔다. 

수비에서의 대처도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측면 수비 뒷 공간을 수시로 노출했다. 코스타리카의 측면 풀백이 페널티 박스로 쇄도하는 움직임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코스타리카는 몇 차례 제한적인 득점 기회에서도 최대의 효율성을 보였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좀 더 정밀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강팀과의 경기일수록 결정적인 기회는 흔히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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