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멋진 세계> 포스터.?

영화 <멋진 세계> 포스터.? ⓒ 엣나인필름

 
전직 야쿠자 미카미는 살인죄로 수감되어 복역 중이었는데 13년 만에 중년이 되어 출소한다. 부푼 희망과 기대, 두려움을 지고 고향으로 향한다. 그때 생계를 위해 외주로 다큐멘터리를 찍는 소설가 츠노다는 PD로부터 미카미의 수감기록을 받고, 그의 어머니를 찾는 내용인양 접근해 개과천선하는 모습을 담고자 한다. 한편 미카미는 오랫동안 도움을 받았던 변호사를 찾아 함께 생활보호신청을 받는다.

혈압이 높아 위험한 상태인 미카미, 입원해서는 츠노다를 만나 자신의 얘기를 풀기도 하고 퇴원해서는 조그마한 집을 얻어 재봉틀도 해 본다. 교도소에서 배워 놓은 게 쓸모 있는 것 같다. 그러다가 아랫층의 동네 건달들과 시비가 붙기도 한다. 문제는 일자리다. 전직 야쿠자라는 점과 감옥에 오랫동안 있었다는 점 때문에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운전 면허가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 따 보려 하지만, 말소가 되어서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 

그래도 여기저기서 그를 도와주려 한다. 변호사 부부, 츠노다, 생활보호신청 공무원, 동네 슈퍼 사장도 그를 향한 도움의 손길을 멈추지 않는다. 그를 향한 선입견을 무르고 그가 사회에 적응할 수 있게 도우려는 것이다. 그런데 그의 앞에 자꾸만 불의한 모습이 보이고 그는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미카미는 과연 잘 헤쳐나갈 수 있을까?

니시카와 미와 감독과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 

영화 <멋진 세계>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원더풀 라이프> 스태프로 영화계에 입문해 꾸준히 좋은 영화들을 연출해 온 일본의 대표 여성 감독 '니시카와 미와'의 최신작이다. 또한 <복수는 나의 것>으로 나오키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일본의 전설적인 소설가 사키 류조의 <신분장>을 원작으로 했는 바, 니시카와 미와 감독 필모 최초의 비(非)오리지널 각본이라고 한다. 그만큼 원작의 이야기와 메시지가 좋다는 의미겠다. 

여기에 미카미 역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일본의 국민배우 '야쿠쇼 코지'가 함께했는데, 그로 말할 것 같으면 1990~2000년대 일본을 대표할 만한 작품들(<우나기> <큐어> <유레카> <회로> <도쿄 소나타> 등)에 주연으로 출연해 크게 이름을 날렸다. 특히 거장 구로사와 기요시의 페르소나 격으로 많은 작품(8편)에 출연한 게 크게 작용했다. 

영화를 감상하다 보면 '멋진 세계'라는 제목이 시시각각 다르게 다가오는데, 자못 심오하다. 그가 기대했던 세계 즉, 멋진 세계는 불의가 없는 게 아니라 불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신념이 인정받고 옳은 세계였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그를 물심양면 도와주는 사람들은 그의 신념이 틀렸다고 한다. 살인죄로 오랫동안 복역했던 그를 따뜻하게 받아 주는 사람들이 있는 이 세계가 멋진 세계가 아닐 수 없을 텐데, 그들이 그가 생각하는 멋진 세계의 신념이 틀렸다고 하면 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면초가의 형국이 아닐 수 없다.

미카미를 받아들이는 '멋진 세계'

<멋진 세계>가 보여주는 첫 번째 '멋진 세계'는 사회 바깥 또는 경제에서 자리를 못 잡고 있는 전직 야쿠자이자 살인범 미카미를 따뜻하게 받아들이고 도와주며 살뜰하게 챙기는 이들이 형성하고 있는 세계다. 미카미는 출소한 후 여러 사람의 선의에 감동하며 잘살아 보겠다고 다짐하고 실천에 옮기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 얼마나 보기 좋은 모습인가?

하지만 멋진 세계를 형성하는 사회 안쪽 사람들의 선의는 자신들도 모르게 표출되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의도적이지 않다는 말인데, 눈앞에서 서성거리며 거치적거리는 저편의 존재를 차라리 갱생시켜 이편으로 편입시키면 무엇보다 자신들이 편해질 수 있다는 본능에 기인한 것일 테다. 나쁜 놈을 갱생시켰다는 뿌듯함도 함께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모든 이가 저런 선한 본능을 발현시켜 굳이 저편의 존재를 갱생시키려 들지 않으니, 저런 이들이 곁에 있는 미카미는 나름 행복할 테고 멋진 세계에 떨어진 이(異)세계의 존재 같을 것이다. 문제는 저들이 미카미를 갱생시키려는 방법에 있다. 미카미가 비록 야쿠자에 살인범이기까지 했지만 불의를 보면 참을 수 없는 본능을 가졌고 참지 않는 신념을 가졌는데, 사회화를 위해선 불의에 적당히 눈 감고 적절히 도망 가야 한다고 하니 말이다. 멋진 세계, 즉 사회에 제대로 편입되려면 그래야 한다는 말인가?

미카미의 신념이 받아들여지는 '멋진 세계'

여기서 <멋진 세계>가 보여주는 두 번째 '멋진 세계'가 나온다.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신념을 끝끝내 밀어 붙이고 그런 모습을 두고 잘했다고 그래야 한다고 말해 주는 세계 말이다. 이 사회 구성원 누구한테도 불의에 관해서 물어 보면 대체로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불의를 보면 참지 말아야죠. 그런데 참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 똑같이 해 줘야 하나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그렇다. 사실 우리는 웬만하면 불의를 보고도 참고 넘어간다. 불똥이 나한테 튀어 문제가 생기길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불의 이후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미카미는 그렇지 않다. 불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참지 않고 들이받아 버린다. 자연스레 불뚱이 그한테 튀겨 문제가 생기고 그가 뒷수습을 할 처지에 이른다.

멋진 세계에 어울리는 너무나도 멋진 신념인데 사회에선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미카미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렇게도 저렇게도 할 수 없으니 뭘 할 수 있을까? 비단 미카미뿐만 아니라 많은 이가 힘들어 하고 있을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선 극화시키고자 전직 야쿠자이자 살인범으로 비(非)사회인의 모습을 형상화했지만, 주위를 한 번만 둘러봐도 쉽게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사회화를 위한 갱생은 과연 옳은 걸까, 행하는 사회로선 꼭 해야 하는 것이지만 당하는 개인으로선 어떨까. 미카미에게 구원이란 무엇일까, 사회화되는 걸까 다시 감옥으로 들어가는 걸까. 어려운 물음이 아닐 수 없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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