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에 치러진 대한민국의 20대 대통령 선거는 개표 결과 2위 후보가 1위 후보보다 단 0.73%P 차이로 뒤지면서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2위 후보는 대한민국 대선이 직선제로 바뀐 1987년 이후 역대 대선 낙선자 중 가장 많은 득표수(1614만 7738표)를 얻었을 정도로 선전했다. 하지만 '승자독식'인 대한민국 대선의 선거제도에 따라 낙선자는 그 어떤 타이틀이나 직책도 가져가지 못했다.

이처럼 민주주의 투표는 '다수결의 원칙'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책과 능력을 두루 갖춘 후보라도 유권자들에게 더 많은 표를 받지 못한다면 그 좋은 정책과 능력들도 무용지물이 될 때가 많다. 물론 당선자 쪽에서 소수의견을 경청하고 그들과 협치해 이를 정책에 반영하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이라지만 현실정치에서 선거의 승자와 패자가 사이 좋게 협치하는 것을 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다수가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이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는 2054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를 통해 우리가 언제나 '소수의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을 남겼다. 한·일 월드컵의 뜨거운 열기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던 2002년 7월 국내 극장가에 걸리며 서울에서만 140만관객을 사로 잡았던 SF액션 스릴러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세계적으로 3억5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서울 140만 관객으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세계적으로 3억580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린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서울 140만 관객으로 국내에서도 큰 사랑을 받았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다양한 규모, 장르의 연기가 가능한 배우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콜린 파렐은 어린 시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 ET >를 보고 배우의 꿈을 꿨다. 물론 당시만 해도 자신이 20년 후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한 영화에 준·주연으로 출연하게 되리라고는 감히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배우 활동을 시작한 파렐은 2000년 조엘 슈마허 감독의 <타이거랜드>를 통해 본격적인 할리우드 활동을 시작했고 2002년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캐스팅됐다.

파렐이 연방정보국에서 파견된 법무부 검찰관 대니 워트워를 연기했던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02년 여름에 개봉해 세계적으로 3억 5800만 달러의 흥행성적을 기록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마이너리티 리포트> 이후 같은 해 조엘 슈마허 감독의 <폰부스>를 통해 단독주연을 맡은 파렐은 2003년 <데어데블>에서 데어데블의 숙적 불스아이, < S.W.A.T. 특수기동대 >에서는 S.W.A.T.에서 가장 뛰어난 멤버 짐 스트리트를 연기했다.

파렐은 2004년 올리버 스톤 감독이 연출하고 안소니 홉킨스와 안젤리나 졸리, 발 킬머, 자레드 레토 등 유명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던 대작 <알렉산더>에서 알렉산더 대왕 역을 맡았다. 하지만 <알렉산더>는 북미 흥행 3400만 달러에 그치면서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매우 실망스런 성적을 올렸다. 파렐로서는 밴 에플릭과 맷 데이먼에 버금가는 '1970년대생 스타배우'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하지만 파렐은 <알렉산더> 후에도 마이클 만 감독의 <마이애미 바이스>, 마틴 맥도나 감독의 <킬러들의 도시>, 고 히스 레저의 유작이 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등에 출연하며 꾸준한 활동을 이어갔다. 2011년에는 케빈 스페이스, 제니퍼 애니스톤과 함께 출연한 <스트레스를 부르는 그 이름 직장상사>를 통해 제작비의 6배에 가까운 흥행수익을 올렸다(물론 1990년 영화를 22년 만에 리메이크한 <토탈리콜>의 성적은 그리 좋지 않았다).

많은 대중들이 콜린 파렐을 가볍고 대중적인 영화에 주로 출연하는 잘 생긴 상업배우로 생각하지만 사실 파렐은 대규모의 스케일 큰 상업영화 말고도 규모가 작은 독립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다. 특히 파렐은 <세븐 싸이코패스> 이후 10년 만에 재회한 마틴 맥도나 감독의 <더 벤시즈 오브 이니시린>에 출연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볼피컵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 받았다.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의 첫 만남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여준 신기술(?)은 6년 후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에 의해 재현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보여준 신기술(?)은 6년 후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에 의해 재현된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설립 초기 <개미>와 <이집트 왕자> 등 애니메이션을 많이 제작하던 드림웍스는 2000년대 들어 실사영화의 제작비중을 대폭 늘렸다. 특히 드림웍스의 설립자 중 한 명이기도 한 스필버그 감독은 2002년 환갑을 바라보던 나이에 두 편의 영화를 연출하는 열정을 발휘했다. 톰 행크스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던 범죄 스릴러 <캐치 미 이프 유 캔>과 톰 크루즈 주연의 SF 액션 스릴러 <마이너리티 리포트>였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2054년, 3명의 예언자에 의해 범죄를 미리 예측해 용의자가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미리 체포하는 최첨단 치안 시스템 '프리크라임'을 둘러 싼 비밀과 음모를 다룬 작품이다. 프리크라임 팀장으로 미래의 범죄자를 추적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존 앤더튼(톰 크루즈 분)은 프리크라임 시스템에 의해 살인자로 지목되면서 살인자가 되는 자신의 미래를 바꾸기 위해 직접 미래의 피살자를 찾아 나선다.

스필버그 감독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일일이 손으로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흥행작을 보유하고 있고 <쉰들러 리스트>와 <라이언 일병 구하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거장이다. 그런 스필버그 감독이 가진 최고의 능력 중 하나는 바로 '관객친화적인 연출가'라는 점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도 조금은 복잡한 영화 속 설정과 이야기들을 화려한 볼거리와 함께 관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나갔다.

실제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굳이 주제에 깊이 빠져 들어가지 않아도 충분히 즐기기 좋은 오락영화다. 로봇 거미가 건물을 수색하며 존이 있는 곳으로 접근하는 장면이나 컴퓨터 게임을 하듯 자동차 사이를 넘어가는 장면, 그리고 '소수의견'을 냈던 예언자 아가사(사만다 모튼 분)를 안고 도망치는 장면 등은 상당히 흥미롭게 전개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관객들에게 145분이라는 긴 런닝 타임이 지루하다고 느낄 틈을 주지 않는다.

각각 최고의 흥행감독과 스타배우로 군림하면서도 1980~1990년대 따로 활동했던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통해 처음 작품을 함께 했다. 첫 만남에서 3억 5800만 달러 흥행이라는 괜찮은 성과를 만들어낸 스필버그 감독과 톰 크루즈는 2005년 <우주전쟁>을 통해 3년 만에 재회했다. <우주전쟁>은 관객들에게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6억 달러가 넘는 성적으로 흥행에는 크게 성공했다.

최종보스가 된 스웨덴 출신의 대배우
 
 <제인 에어>로 유명한 사만다 모튼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예언자들 중 '소수의견'을 내는 아가사를 연기했다.

<제인 에어>로 유명한 사만다 모튼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예언자들 중 '소수의견'을 내는 아가사를 연기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스웨덴 출신 배우 고 막스 폰 시도우는 스웨덴의 거장이자 세계적인 예술영화감독인 고 잉마르 베리만 감독의 페르소나로 베리만 감독의 대표작인 <산딸기>와 <제7의 봉인>을 함께 한 배우로 유명하다. 시도우는 1970년대부터 할리우드의 메이저 영화에도 출연하기 시작해 <엑소시스트> 시리즈와 <러시아워3> <셔터 아일랜드>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드라마 <왕좌의 게임 시즌4> 등에 출연했다.

시도우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범죄 예방 수사국장 라마 버제스를 연기했다. 근엄한 수사국장 버제스는 사실 프리프라임의 비밀을 파헤친 워트워를 살해하고 이를 존에게 뒤집어 씌운 '빌런'이었다. 결국 버제스는 예언자들에 의해 존을 살해할 범인임이 밝혀진다. 존을 죽이면 살인자가 되고 죽이지 않으면 프리크라임의 결점을 인정하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 버제스는 국장 취임식 선물로 받은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들이 실종된 후 존과 이혼한 전처 라라 클락 앤더튼은 영화 중반까지는 사실상 단역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하지만 영화 후반 존과 이야기를 나누고 쌓였던 응어리를 룬 라라는 버제스를 찾아가 예언자들의 어머니 앤 라이블리(제시카 히퍼 분)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알아내는 결정적인 활약을 했다. 라라를 연기한 캐서린 모리스는 시즌7까지 제작됐던 수사드라마 <콜드케이스>의 주인공 릴리 러시를 연기했던 배우로도 유명하다.

1997년 <제인 에어>를 통해 화려하게 데뷔한 영국 출신 배우 사만다 모튼은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사건의 비밀을 쥐고 있는 예언자 아가사 역을 맡아 신비로운 매력을 뽐냈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로 2003년 새턴 어워즈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모튼은 2006년 <롱포드>를 통해 골든글로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해리포터> 세계관을 잇는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반 마법사회 총수 메리 루를 연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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