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키즈온더블록은 1992년 2월 내한공연 당시 엄청난 인파에 인명사고가 났을 정도로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의 보이그룹이다. 하지만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3곡이나 배출했던 뉴키즈온더블록의 멤버들은 1994년 활동 중단 이후 각자 성공적인 개인활동을 하지 못했다. 유명배우 마크 월버그의 형이자 <식스센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조연으로 출연했던 도니 월버그가 그나마 배우로 이름을 알린 정도.

90년대 중·후반 뉴키즈온더블록의 뒤를 이어 한 시대를 풍미했던 보이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즈도 마찬가지. 백스트리트 보이즈는 비록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을 한 곡도 배출하지 못했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최고의 보이그룹으로 군림했다. 하지만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다섯 멤버들 역시 당시 그들을 좋아했던 팬이 아니라면 멤버 개개인의 세계적인 인지도는 그리 높지 않은 게 사실이다. 

백스트리트 보이즈가 당대 최고의 보이그룹으로 1990년대 말을 지배(?)하던 시절, 백스트리트 보이즈의 유일한 라이벌이라 불리던 팀이 바로 엔싱크였다. 1996년에 데뷔한 엔싱크는 2002년에 해체하면서 2019년까지 새 앨범을 발표했던 백스트리트 보이즈에 비해 활동기간이 훨씬 짧았다.

하지만 엔싱크에는 미국 보이그룹이 배출한 역대 최고의 스타로 꼽히는 멤버가 있으니 바로 미국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그 주인공이다.
 
 <인타임>은 할리우드의 '본진'인 북미보다 해외시장에서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인타임>은 할리우드의 '본진'인 북미보다 해외시장에서 훨씬 많은 사랑을 받았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가수와 배우 활동 병행하는 만능 엔터테이너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훗날 팝스타가 되는 인물들과 디즈니채널에서 제작하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미키마우스 클럽'에서 활동하던 팀버레이크는 1996년 5인조 보이그룹 엔싱크의 멤버로 데뷔했다. 엔싱크는 정규 1집과 2집이 미국 팝 역사상 가장 빨리 앨범판매 1000만장을 돌파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그 중 보컬과 댄스에 모두 능했던 팀버레이크의 인기는 단연 최고였다.

2002년 엔싱크 해체 후 솔로로 데뷔한 팀버레이크는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팝 보컬 앨범'과 '베스트 남자 보컬상'을 수상하며 성공적인 홀로서기를 알렸다. 지금도 국내 수 많은 예능프로그램의 BGM으로 쓰이고 있는 2집 < Sexy Back > 역시 빌보드 핫 100차트에서 7주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탄탄한 가창력과 뛰어난 춤실력으로 '백인 마이클 잭슨'으로 불리기도 했던 팀버레이크는 보이그룹 출신 솔로 가수로는 가장 성공한 케이스로 꼽혔다. 

엔싱크 시절이던 2000년대 초반부터 배우 활동을 병행한 팀버레이크는 2005년 <에디슨 시티>를 통해 주연으로 데뷔했고 2006년 <알파독>, 2007년 <슈렉3>(목소리 연기)에 차례로 출연했다. 2010년에는 제시 아이젠버그와 앤드류 가필드라는 걸출한 신예배우들을 배출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소셜 네트워크>에서 숀 파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더 페이스북에서 'THE'를 빼라고 마크 주커버그에게 조언한 인물이 바로 팀버레이크가 연기한 숀 파크였다.

팀버레이크는 2011년 <맘마 미아!>와 <클로이>에 출연하며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신예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와 함께 SF액션스릴러 <인타임>에 출연했다. 4000만 달러의 많지 않은 제작비로 만든 <인타임>은 북미에서 3700만 달러의 아쉬운 성적에 그쳤지만 해외시장에서 큰 사랑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1억7300만 달러라는 제작비의 4배가 넘는 쏠쏠한 흥행성적을 올렸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2012년 거장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내 인생의 마지막 변화구>, 2013년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에 출연하며 배우로 입지를 굳힌 팀버레이크는 2016년 애니메이션 <트롤>의 OST를 불러 또 한 번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지난 2018년 개인 통산 3번째로 '슈퍼볼 하프타임쇼' 무대에 섰을 만큼 여전히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팀버레이크는 40대가 된 현재까지 가수와 배우 활동을 가장 슬기롭게 병행하고 있는 미국 최고의 만능 엔터테이너다.

장모님과 아내, 딸이 모두 25세로 보인다고?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인타임>에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은 두 주인공의 눈부신 비주얼이었다.

완성도 면에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은 <인타임>에서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부분은 두 주인공의 눈부신 비주얼이었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사람들은 살면서 '시간은 금이다'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만큼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시간을 소중히 활용해야 한다는 뜻인데 사람에게는 누구나 공평한 시간이 주어지고 흐르기 때문에 시간의 소중함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영화 <인타임>에서는 정말로 시간을 화폐처럼 사용하고 시간을 벌지 못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끝나는 사람은 목숨을 잃게 된다.

<인타임>에서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는 순간 노화가 멈추고 왼쪽 손목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시간이 주어진다. 이 시간이 '0'이 될 때까지 추가로 시간을 벌지 못하는 사람은 그 자리에서 바로 숨이 끊어지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도둑질을 해서라도 시간을 늘려야 한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한 번도 그 밖을 벗어난 적이 없는 윌 살라스(저스틴 팀버레이크 분)는 어머니의 죽음을 계기로 빈민가를 벗어나 부자 나라로 탈출한다.

<인타임>은 '빈부격차'에 관한 영화다. 가난한 사람들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빼앗지만 부자도시 뉴 그리니치에 사는 부유층들은 자신이 가진 부를 이용해 몇 세대에 걸쳐 젊은 나이로 영생을 누린다. 살라스를 그저 졸부 정도로 여겼던 실비아(아만다 사이프리드 분)의 아버지 필립(빈센트 카세이저 분)이 비슷한 나이대의 장모와 아내, 딸을 살라스에게 소개하는 장면은 <인타임>의 소소한 웃음 포인트.

<인타임>은 영화리뷰사이트 로튼토마토 신선도 점수 37%와 국내 기자 및 평론가 평점 5.30이 말해주듯 완성도가 높은 영화는 아니다. 특히 '시간을 화폐로 전환한 미래사회'라는 소재는 대단히 신선했지만 이를 액션도, 스릴러도 아닌 애매모호한 장르로 심심하게 녹여냈다는 혹평이 많았다. 하지만 영화팬들 중에서는 최고의 스타 사이프리드와 팀버레이크의 비주얼을 감상하기 위한 오락영화로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배트맨 괴롭히던 박사, 시간 쫓는 경찰로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세 사람은 각각 누군가의 장모님과 아내, 그리고 딸이다.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세 사람은 각각 누군가의 장모님과 아내, 그리고 딸이다. ⓒ 이십세기폭스코리아(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만든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의 시작을 알린 <배트맨 비긴즈>에서 요상한 가면을 쓰고 배트맨에게 공포를 심어줬던 정신과 의사 조나단 크레인을 기억하는 관객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에서 조나단 크로우를 연기했던 킬리언 머피는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하기 1년 전이었던 2011년 <인타임>에서 타임키퍼 레이몬드 리언을 연기했다.

타임키퍼란 <인타임> 세계관에서 일종의 경찰 역할을 하는 직업으로 리온은 빈민가의 살라스가 100년이 넘는 시간을 갖게 되자 이를 의심하고 살라스를 추격한다. 하지만 영화 후반부 리온 역시 빈민가 출신임이 밝혀지고 리온은 자신처럼 빈민가를 탈출하는 인물이 다시는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타임키퍼가 된다. 하지만 추격에 정신이 팔린 리온은 시간을 배급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 버리면서 살라스와 실비아 앞에서 허무한 최후를 맞는다.

살라스가 빈민가를 벗어나기로 결심한 이유는 어머니의 죽음이었지만 그 시작은 술집에서 우연히 만난 105살의 남자 헨리 해밀턴에게 무려 116년의 시간을 선물 받은 것이 결정적인 계기였다. 살라스에게 자신의 시간을 모두 준 해밀턴은 "내 시간을 낭비하지마"라는 유언을 남기고 다리에서 추락해 삶을 마감한다. 해밀턴을 연기했던 맷 보머는 시즌6까지 제작된 드라마 <화이트 칼라>에서 주인공 닐 카프리 역을 맡았던 배우다.

80대의 나이에 실비아를 낳은 뉴 그리니치의 대부호 필립 와이스는 딸 실비아가 살라스에게 인질로 잡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에도 시간을 내어주는 대신 딸이 있는 곳에 타임키퍼를 보내 살라스를 잡으려 한다. 자신보다 시간(=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 아버지의 결정에 크게 실망한 실비아는 살라스와 함께 아버지가 소유하고 있는 은행의 시간들을 훔쳐 빈민가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의적'으로 변신한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인타임 앤드류 니콜 감독 저스틴 팀버레이크 아만다 사이프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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