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2008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에 빛나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연기파 배우 베니시오 델 토로는 지난 2010년 조 존스톤 감독의 <울프맨>에서 늑대인간으로 변신했다. 보름달이 뜨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남자의 이야기 <울프맨>은 어두운 분위기의 공포스릴러 영화로 1억5000만 달러가 들어갔지만 세계적으로 1억3900만 달러의 흥행성적에 그치며 제작비조차 회수하지 못했다(박스오피스 모조 기준).

인기소설을 영화로 만들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편에 걸쳐 개봉했던 <트와일라잇> 시리즈에서도 늑대인간 종족이 등장한다. 하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에 등장하는 늑대인간은 여주인공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 분)와 관객들을 무섭게 하지 않는다. 테일러 로트너가 연기한 늑대인간 제이콥 블랙은 훈훈한 외모와 벨라를 향한 순정까지 갖춘 전형적인 멜로영화의 멋진 서브남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같은 늑대인간이라 하더라도 영화 속에서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 지난 2012년 한국에서도 늑대인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개봉한 적이 있는데 당시 대부분의 관객들은 늑대인간을 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자칫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들 수 있는 늑대인간이라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사람을 무려 47년 동안 기다린 지고지순한 순정파로 만들었던 영화 <늑대소년>이었다.
 
 <늑대소년>은 역대 멜로영화 흥행 1위 기록을 10년째 보유하고 있다.

<늑대소년>은 역대 멜로영화 흥행 1위 기록을 10년째 보유하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남성미와 소년미를 함께 보유한 배우

어린 시절 쇼트트랙 선수로 활약했던 송중기는 중학교 2학년 때 쇼트트랙을 그만 두고 운동선수 시절의 승부욕과 오기를 가지고 공부에 열중했다. 그 결과 고교 시절에는 전교 부회장을 맡았을 정도로 학업 성적이 향상됐고 재수를 한 끝에 성균관대학교 사회과학계열에 정시로 합격했다. 대학 시절 교내 방송국에서 활동하던 송중기는 연기학원을 다니던 중 소속사에 발탁되며 연예계로 뛰어 들었다. 

드라마 <칼잡이 오수정>과 영화 <쌍화점>에서 단역으로 출연하며 연기를 시작한 송중기는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와 <산부인과> 등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주목 받기 시작했다. 송중기는 영화 <마음이2>와 예능프로그램 <런닝맨> 등을 통해 얼굴을 알렸지만 송중기라는 배우를 대중들에게 널리 알린 작품은 역시 자유로운 영혼의 부잣집 도령 구용하를 연기했던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이었다.

<성균관 스캔들> 이후 <뿌리깊은 나무>에서 세종의 청년 시절을 연기하며 또 한 번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송중기는 2012년 드라마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와 영화 <늑대소년>이 동시에 흥행하면서 대세스타로 떠올랐다. 특히 야생에서 자란 늑대소년 철수를 연기한 <늑대소년>은 전국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송중기를 단숨에 흥행배우로 만들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수색대에서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송중기는 복귀작 <태양의 후예>를 통해 전역 후에도 변함 없는 대세스타의 위용을 이어갔다. 특히 <태양의 후예>는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고 송중기는 2016년 아시아의 10개 도시에서 '팬미팅 투어'를 진행했다. 2017년 영화 <군함도>와 2018년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아쉬운 결과도 송중기의 인기에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송중기는 작년 <늑대소년>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성희 감독과 다시 한 번 손을 잡고 찍은 영화 <승리호>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고 같은 해 5월에는 드라마 <빈센조>를 15%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이끌며 건재를 과시했다. 어느덧 한국나이로 38세가 됐음에도 여전히 청춘스타의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는 송중기는 오는 11월 방영될 예정인 jtbc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1인2역에 도전할 예정이다.

10년째 깨지지 않은 멜로영화 최다관객 기록
 
 늑대소년 철수(왼쪽)는 순이가 머리를 쓰다 듬으면서 칭찬해 주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늑대소년 철수(왼쪽)는 순이가 머리를 쓰다 듬으면서 칭찬해 주는 것을 유난히 좋아했다. ⓒ CJ 엔터테인먼트

 
사실 시대를 초월해 관객들에게 가장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장르 중 하나가 바로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멜로'다. 아무래도 극장의 주요 고객이 10~30대 여성이기 때문에 멋진 남녀주인공이 펼치는 애틋한 사랑이야기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여성 관객들에게 통할 확률이 높다. 하지만 영화가 소위 '대박'을 치기 위해서는 평소 극장에서의 영화관람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 그리고 남성관객들의 취향도 같이 공략해야 한다. 

<늑대소년>이 등장하기 전까지 역대 최다관객을 모은 멜로 영화는 2012년 3월에 개봉했던 <건축학개론>(410만)이었다. 하지만 <건축학개론>이 개봉한 지 6개월이 지난 2012년10월에 공개된 <늑대소년>이 연말에 개봉한 감독판을 합쳐 전국 7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건축학개론>의 기록을 여유 있게 갈아 치웠다. 그리고 <늑대소년>이 세운 역대 멜로영화 최다관객 기록은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상업영화 주연 데뷔작이었던 <과속스캔들>을 통해 820만 관객을 모으며 일약 대형신인으로 급부상했던 박보영은 이후 소속사 문제로 제법 긴 공백기를 가져야 했다. 복귀작이었던 <미확인 동영상: 절대클릭금지>가 86만 관객에 그치며 슬럼프에 빠지는 듯 했던 박보영은 <늑대소년>으로 7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여전한 티켓파워를 과시했다. 그리고 박보영의 인기는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과 <힘 쎈 여자 도봉순>으로 이어졌다.

사람이 늑대로 변하는 무서운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거부감 없이 다가올 수 있었던 이유는 영화 내내 철수(송중기 분)가 늑대로 변하는 장면이 단 두 번 밖에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시간들은 순이(박보영 분)네 집에 함께 살게 된 철수가 인간들의 삶에 적응하면서 순이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과정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 막판 산 속에서 순이가 철수의 뺨을 때리며 욕을 하다가 사과하는 것을 반복하는 장면은 상당히 애틋하게 표현됐다.

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조성희 감독은 2010년 옴니버스 영화 <사사건건>으로 데뷔한 후 2011년에는 박해일이 출연한 저예산 영화 <짐승의 끝>을 연출했다. 첫 상업영화였던 <늑대소년>으로 흥행감독이 된 조성희 감독은 2016년 <탐정 홍길동:사라진 마을>로 14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200억 원이 넘는 제작비가 투입된 SF영화 <승리호>는 코로나19 여파로 극장개봉을 하지 못하고 작년 9월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유연석은 한국 멜로영화의 빌런 전문배우?
 
 <응답하라1994>의 칠봉이를 만나기 전까지 유연석은 한국영화에서 빌런전문배우였다.

<응답하라1994>의 칠봉이를 만나기 전까지 유연석은 한국영화에서 빌런전문배우였다. ⓒ CJ 엔터테인먼트

 
만약 2022년 현재 어떤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에서 남자 주인공 투톱으로 송중기와 유연석을 캐스팅했다면 그 작품은 엄청난 화제작으로 대중들의 많은 기대를 모을 것이다. 하지만 2012년은 유연석이 <응답하라1994>의 칠봉이를 만나기 전이었기 때문에 유연석의 <늑대소년> 출연은 큰 화제가 되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유연석은 역대 한국 멜로영화 흥행 1,2위 작품인 <늑대소년>과 <건축학개론>에서 모두 메인빌런(?)을 연기했다.

상반기 <건축학개론>에서 승민(이재훈 분)을 아프게 하는 선배 재욱 역을 맡았던 유연석은 하반기 <늑대소년>에서는 순이에게 흑심을 품은 지태를 연기했다. 순이 가족들이 살 수 있는 집을 마련해 줄 정도로 순이에게 연정을 품고 있는 거 같지만 정작 자신은 다른 여자와 술을 마시며 음주운전을 하다가 염소농장 울타리를 부수고 그 사고를 철수에게 뒤집어 씌운다. 결국 지태는 순이를 구타하다가 늑대로 변신한 철수에게 물어 뜯겨 살해 당한다.

연극과 영화,드라마를 넘나들며 활발하게 활동하는 배우 장영남은 <늑대소년>에서 순이의 엄마를 연기했다. 순이를 비롯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야생에서 살았던 철수를 무서워하고 경계하는 것과 달리 순이엄마는 철수를 집에 들여 밥도 주고 목욕도 시켜 주면서 아들처럼 키운다. 실제로 순이엄마는 철수가 시장 호떡집 앞에서 입맛을 다시다가 호떡집 사장에게 혼이 날 때 "왜 남의 집 애한테 윽박을 지르고 그래요"라며 철수를 두둔했다.

<늑대소년>에는 훗날 천만 영화 두 편에 출연했고 2019년황금촬영상과 영화평론가협회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대배우(?)가 조연으로 출연했다. 바로 순이의 동생 순자 역을 맡은 김향기다. 언니 순이가 내성적이다 못해 다소 폐쇄적인 성격을 가진 것과 달리 순자는 이사 오자마자 같은 동네에 사는 남매를 친구로 만들 정도로 넉살이 좋다. 순자는 말도 통하지 않는 철수와 함께 공놀이를 하면서 언니 못지 않게 철수의 인간세상 적응에 도움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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