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1 6연패에 도전하던 전북 현대의 아성이 허무하게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9월 7일 홈구장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2' 30라운드에서 전북은 FC서울을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 끝에 0-0 득점없이 무승부에 그쳤다. 승점 52점(14승10무 6패)에 그친 전북은, 같은 날 선두 울산 현대(승점 62점, 18승 8무 4패)가 수원 삼성을 1-0으로 제압하면서 승점 차가 어느덧 10점까지 벌어졌다.
 
K리그1은 이제 파이널라운드까지 포함하여 팀당 8경기만을 남겨놓고 있다. 울산과 전북의 현재 순위는 불과 한 계단 차이지만, 10점차는 각 순위당 최대 격차에 해당한다. 울산이 남은 시즌 설사 한두 경기 정도를 미끌어진다고 해도, 전북의 현재 페이스를 감안할 때 뒤집기는 쉽지 않다. 오히려 전북은 3위 포항(승점 48)에게도 불과 4점차로 추격당하고 있어서 2위 수성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북은 2009년 창단 첫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최근 13년 사이에만 무려 9회의 우승을 차지하며 K리그 최다 우승팀의 반열에 올랐다. 특히 2017년부터 K리그 전대미문의 5년 연속 우승을 달성하기도 했다. 전북 왕조의 초석을 닦은 최강희 감독을 시작으로 조세 모라이스(2019~2020)를 거쳐 지난해 김상식 감독까지 전북의 장기집권은 흔들리지 않았다. 2019년부터 울산이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강력한 대항마로 등장하기는 했지만, 좀처럼 전북의 벽을 넘지못하고 3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그런데 올시즌에는 드디어 전북의 독주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아진 상황이다. 전북은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으로 하위권을 헤매면서 승점을 많이 날렸다. 중반부터 뒷심을 발휘하여 다시 2위까지 반등했지만, 일류첸코(FC서울)의 이적과 구스타보의 슬럼프, 구니모토의 음주운전 방출, 바로우의 모친상으로 인한 공백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며 더 이상 울산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했다. 울산은 2005년 이후 무려 17년 만의 리그 우승 탈환을 노리고 있다.
 
전북은 지난 2021시즌에도 역대급 우승 경쟁 끝에 승점 76점을 기록하며 단 2점차로 울산(승점 74)을 제치고 역전우승을 차지했다. 전북이 지난 시즌 무승부와 패배로 놓친 승점은 총 38점이었는데, 올시즌에는 8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벌써 지난 시즌과 똑같은 무승부와 패배숫자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8월 10일 수원FC전(1-0) 승리를 마지막으로 최근 리그 4경기 연속(3무 1패) 무승이다. 항상 승부처와 뒷심에서 강했던 전북답지 않은 모습이다.
 
6년 만의 정상탈환을 노렸던 ACL에서는 준결승에서 우라와 레즈(일본)에게 승부차기 끝에 석패하며 아쉽게 탈락했다. 공교롭게도 ACL 탈락 직후 3연속 무승부를 기록하며 리그까지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다. FA컵에서도 준결승에 진출했지만 상대가 바로 라이벌 울산(10월 5일)이라 결승행을 장담하기 어렵다.
 
한 달 사이에 트레블(3관왕)까지 노리던 팀이 어느새 '무관'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만약 전북이 올시즌 각종 대회를 통틀어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 한다면 2013년 이후 무려 9년 만의 일이 된다.
 
김상식 감독에게 향하는 불만
 
기자회견하는 김상식 감독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이 2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스타디움2002에서 열린 일본 빗셀 고베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3-1로 승리를 거둔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기자회견하는 김상식 감독 전북 현대 김상식 감독이 8월 22일 일본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스타디움2002에서 열린 일본 빗셀 고베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3-1로 승리를 거둔 뒤 기자회견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연합뉴스

 
급기야 팬들의 불만은 김상식 감독과 프런트에게 향하고 있다. 서울전 무승부 이후 무기력한 경기내용에 실망한 전북 서포터즈는 선수단을 질타하며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 일부 팬들은 구단 버스를 막고 김상식 감독-허병길 대표와의 만남을 요구했다. 김상식 감독의 이름을 빗대어 '김 빠지는 경기 상실된 전술, 식견없는 리더'라는 문구의 비난 걸개가 등장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미드필더 출신인 김상식 감독은 선수-코치-감독으로서 전북의 역대 우승을 모두 함께한 유일무이한 인물이자 구단의 레전드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지난해 전북의 5연패 및 통산 9번째 정상을 이끌어내며 감독상까지 수상했지만, 정작 팬들의 여론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전북에서 오랜 시간 '준비된 감독'이라는 이미지와 구단의 꾸준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기 내용은 답답했던 순간이 많았고 전술적 능력에서도 아쉬운 모습을 여러 차례 드러냈기 때문이다.
 
2년차를 맞이한 올시즌에는 평가가 더 나빠졌다. 지난 시즌부터 지적되었던 단조로운 전술과 유연하지 못한 선수기용 문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고, 한 수 아래의 약팀들을 상대로도 중원싸움에서 밀리거나 골결정력 부족으로 애를 먹는 답답한 경기가 속출했다.

일류첸코와 이용, 한승규 등 검증된 자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여 결국 이적과 임대 등으로 팀을 떠나게 만들었다. 백승호, 김보경, 구스타보, 송민규 등은 모두 지난 시즌에 비하여 폼이 크게 떨어지거나 한동안 슬럼프에 빠졌지만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했다.
 
전북은 최강희 감독시절부터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대표되는 과감한 공격축구로 성적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고, 이런 기조는 모라이스 감독 시절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유지됐다. 하지만 김상식 감독은 스스로 닥공을 계승한 '화공(화려한 공격축구)'을 추구하겠다는 약속이 무색하게 점점 수비와 역습 위주의 축구로 변해가고 있다.
 
전북은 올시즌 실점은 29골로 울산(26골)에 이어 2위지만, 득점은 38골로 인천과 함께 공동 6위에 불과하다. 경기당 1.26골에 불과한 득점력은 전북이 아직 강팀으로 발돋움하기 훨씬 전인 2006년(26경기 24골) 이후 최악의 수치다. 단순히 기록상의 골숫자를 넘어서 빌드업과 점유율, 유효슈팅, 세트피스 등 공격전술의 디테일도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다.
 
그나마 김상식 감독의 장점으로 꼽히던 선수단 관리 능력도 이제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팀을 떠난 선수들이 전북의 경기스타일이나 선수기용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발언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러 대회를 병행해야 하는 전북의 상황을 고려할 때 적절한 로테이션이 필수임에도 선수들의 체력적 문제와 부상자가 속출한다는 것은 관리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 특정 선수에 대한 직접적 비판이나 책임전가, 여론과 동떨어진 경기분석과 진단까지 매끄럽지 못한 인터뷰 스킬도 김상식 감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 원인으로 꼽힌다.
 
김상식 감독은 이미 올시즌 초반부터 감독교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팬들의 지지를 잃은 상태다. 표면적으로 지난 시즌 우승 감독이자 올해도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는 팀의 감독이 OUT 소리를 듣는 게 일반적인 상황은 아니다. 레알 마드리드나 첼시같은 팀들이 감독교체를 밥먹듯이 하는 이유도 그만큼 빅클럽에 걸맞는 성과를 요구하는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북은 최근 국가대표 공격수 조규성이 병역을 마치고 팀에 합류하는 호재를 바탕으로 마지막 반전을 노리고 있다.10일 대구-14일 성남 등 최하위권 팀들과의 경기가 이어진다는 것은, 전북이 무승 행진을 벗어나 분위기 전환을 노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만일 여기서 울산과의 승점차가 더 벌어져서 조기에 우승이 좌절되거나, 최악의 경우 2위 수성조차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한다면 김상식 감독의 입지도 바람앞의 등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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